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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두 마음 앞에서 울다

· 댓글개 · 버섯공주

남자친구와 함께 만나 데이트를 할 때면 각자의 집 중간 지점에서 만나 데이트를 합니다. 서로 직장인이고 다음날 출근을 하다 보니 평일에 만날 때면 서로가 집으로 돌아가기 좋도록 중간지점에서 만나 헤어지는 거죠. (연애 초기에는 남자친구가 집 앞까지 항상 데려다 주곤 했습니다.) 실로,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저한테 누군가가 남자친구를 매일 같이 집 앞에 데려다 주라고 한다면, (긁적긁적)...
요즘은 서로 집까지 가는 동안 통화를 합니다. 그렇게 만나고도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 와중에 종종 남자친구의 팔을 붙들고 "반만 데려다 주면 안돼?" 라고 내뱉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혼자 가기 싫어서가 아니라, 좀 더 같이 있고 싶어서라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죠.

문득, 몇 년 전 연애 초기, 남자친구가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가 갑작스레 어머니를 마주한 일이 있었습니다. 본인 차량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하철로 오가며 데려다 주던 남자친구. 그저 지하철로 데려다 주는 것만으로도 무척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넘치고 넘치는데,

"차라도 있으면 편하게 데려다 줄 텐데…" 라고 이야기 하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괜히 마음이 시큰해져서는 살포시 안아주었습니다. 헌데, 그 모습을 드라마 속의 한 장면처럼 어머니와 동생이 뒤에서 목격한 거죠.

순간 온 몸이 빳빳하게 굳는 듯 했고, 표정은 이미 넋이 반은 나간 표정이었을 겁니다.


"왜 그래?"
"헉…"

연애의 '연'자도 모르고 남자의 '남'자도 모르며 공부 밖에 모르는 완전 어리버리 순진한 꼬맹이라고만 생각하셨을 터, 어머니가 받은 충격은 실로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대로 아무런 말씀 없이 분명히 눈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쌩 들어가시더군요.

왜 하필 그 많고 많은 모습 중, 이런 모습을 보여 주게 된 건지 속상하기도 했고 그래도 이제는 나도 연애하고 있어요, 라는 것을 밝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결코 적은 나이도 아니니 말입니다.


문제는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의 반응이었습니다.

"뭐 하는 애냐?" "집이 어딘데?" "학생이냐?" "회사 어디 다니는데?" "설마 결혼하려고?"

머리로는 분명 어머니를 이해하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울고 또 울었습니다. 어머니의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할 때마다 어머니의 표정은 굳어지셨고, 전 제 나름대로 갑갑해져서는 속이 까맣게 타 들어 갔습니다.

힘들게 키운 딸, 보다 좋은 남자 만나서 고생하지 않고 시집 잘 보내고 싶어 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질문을 받을수록 제 사랑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랑으로 받아 들여지지 않고 현실적인 조건이라는 잣대 속에 판단된다는 것이 너무 마음 아팠습니다.

집 앞에서 이렇게 황당하게 마주하여 엉겁결에 남자친구와 어머니의 첫 대면이 된 것이 너무 속상했습니다. 좀 더 제대로 된 자리에서 마주보고 인사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후에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와 집으로 들어가서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 이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본인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며 "돈 많이 벌어야지!" 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분명 기뻐해야 할 것 같은데 눈물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딸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도 잘 알고,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위하는 남자친구의 마음도 너무나 잘 압니다.

사랑하는 딸 아이가 조금은 덜 고생했으면 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좀 더 아껴주고 싶은 마음.

두 마음 사이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문득, 그 때의 일이 다시금 떠오르네요. (덕분에, 무척 울적한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ㅠ_ㅠ) 

이제는 그저 조용히 저의 연애를 지켜 보고 계시는 어머니. 그리고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남자친구.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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