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요?"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데, 뭐. 아무튼 이 노래를 들으면 그 사람이 떠올라."
"오. 뭐 첫사랑 같은 거?"
"너 정말 몰랐구나? 네가 내 첫사랑이었어."
"아, 그래요? … 아, 그랬구나."
"너 왜 그렇게 눈치가 없어?"
"아, 고마워요. 우와. 첫사랑이었다니 영광인걸요? 하하."
상대방에게 네가 내 첫사랑이었어- 라는 고백을 듣는다는 것. 참 기분이 묘하기도 합니다. 그저 고맙습니다- 라는 인사를 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건 없죠. 그 사람은 5년 전의 소소한 하나 하나의 추억을 애틋한 마음으로 다시 읊어 보려 하지만 제 기억 속 5년 전의 일은 그저 지나간 한 때의 추억일 뿐인걸요.
"아, 그랬었죠?"
그 사람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왜 그렇게 눈치가 없어?" 라고 그 사람은 저를 향해 물었지만, 전 이미 알고 있었는걸요. 눈치를 챘지만, 마지막까지 모르는 척 넘어간 거죠. 단 한가지 이유 때문에.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고,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성으로서의 떨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저 좋은 사람, 착한 사람, 멋진 사람일 뿐.
5년 전 그 때.
"갑자기 여긴 왜요?" (전달할 게 있다더니 여긴 왜?)
"여기 분위기 좋지? 여자친구 생기면 꼭 오고 싶은 곳이었어."
"아, 그랬군요." (난 여자친구가 아닌데…)
"이 노래 들어 볼래? 나 요즘 이 노래에 푹 빠져 지내는데."
"아, 그래요?" (난 이 노래 별로인데…)
마주 보고 있어도 떨림이 없고, 분명 같은 곳을 향해 보고 있음에도 서로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큼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이 또 있을까요.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어서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제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의외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러한 경우가 있어 놀라기도 했습니다. 뭐 이것 저것 봐도 참 멋있고 좋은 사람인데 이성으로서의 끌림이나 떨림이 없다는 것. 그저 너의 짝이 아닌가 봐. 라는 결론을 내곤 했는데 말이죠.
"왜?"
"이성으로 느껴지지가 않아. 나 오죽하면 이 사람과 내가 키스한다는 상상까지 했는데도 전혀 떨리지 않고 오히려 싫어지는 그 기분 알 것 같아?"
"헉! 그 정도야?"
어찌어찌 하여 서로 연락이 끊겨 서로의 소식을 모르고 지내다 5년 만에 우연히 길에서 만났는데 여자는 그저 '아, 오랜만이네요.' 가 전부인데, 남자는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지?' 가 되어 버리는 상황. 한 사람에겐 그저 지나가는 찰라 일 뿐인데, 상대방에게는 그 짧은 순간 마저 의미를 부여하여 해석하는.
남자가 여자를 향해 쏘는 큐피트의 화살만큼 여자도 남자의 큐피트 화살을 고스란히 돌려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여자가 힘겹게 남자에게 마음을 고백하듯, 남자 또한 여자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응. 진짜 예뻐. 근데, 여자로 느껴지지가 않아."
"야, 그런 게 어딨냐? 그 언니가 여자지, 그럼 남자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여자로서 끌리는 게 없어. 진짜. 너 너무 모른다. 언젠가 너도 알게 되겠지, 뭐."
"뭐야. 기껏 소개팅 시켜줬더니."
고향친구가 대학교 졸업앨범을 보고선 같은 과 선배언니를 소개시켜 달라고 하여 힘겹게 소개시켜줬더니 했던 말이 "정말 예쁜데 여자로 느껴지지 않아." 라는 아이러니한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외모, 성격을 비롯한 각자가 원하는 조건 등도 있겠지만 일차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성으로서의 떨림과 끌림이 있을 때, 비로소 그 다음의 애틋한 감정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연애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인 사이, 싸우더라도 현명하게 싸우자 (31) | 2010.07.20 |
---|---|
“아프냐? 나도 아프다” 드라마에서만 가능한 이야기? (29) | 2010.07.19 |
너무 예쁜데, 여자로 느껴지지가 않아 (15) | 2010.07.18 |
“남자, 이제 다시는 안믿어!” =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의 다른 표현 (23) | 2010.07.16 |
나의 사랑, 두 마음 앞에서 울다 (26) | 2010.07.15 |
“오빠, 나 싸 보여?” 쉬워 보이는 여자의 기준? (18) | 2010.07.14 |
그런것을 보면 인연이 따로 있다고 하나 봅니다.
참 남녀란 묘한 관계라 뭐라고 말을 못하겠어요..ㅎㅎㅎ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아요. 참 복잡미묘한 것 같아요. +_+
아... 안타까운 상황 ㅠ_ㅠ
저도 이성으로 끌리는 그런 여자가 내 앞에 있다면...
(근데 상대방도 역시.. ㅋㅋ)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바람처럼님에게 어떤 멋진 여자분이 나타날지 궁금해 집니다. +_+
끌림이 있어야 떨림이 있고 떨림이 있으면 기대감이 생기겠지요..
좋은글 읽고 갑니다.^^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아요. 일단 끌려야 떨리고, 떨려야 뭔가 그 이상의 감정이...
^^
감사합니다.
여자로는 예쁜데, 내 여자로서의 느낌이 없는 경우도 있답니다.
그냥 이상하게 안 끌린다고 할까요? ㅋㅋㅋ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빙고! 맞아요. 그런 이야기를 해주더라구요.
여자로 참 예쁜데 내 여자로서는 글쎄... 하는 상황 말이에요. ^^
끌림과 떨림을 얘기하는 당신은 낭만공주.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버섯공주님의 사랑이야기는 계속 진행중 ^^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도닥콩님의 댓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
감사해요. 이보다 더한 칭찬은 없을 것 같아요.
음... 또 여기다 논문 한편 발행해야 되겠네요 ㅎㅎ
대부분 사람들이 핑계거리로 자주쓰는 '이성으로의 느낌이 없다'라는것. 정말 다 좋은데 단순히 느낌때문일까요?
모든 사람은 각기 자기만의 뭔가 보이지 않는 기운을 뿜어내요. 그런데 그것이 서로 상극인 사람들이 있죠. 기운을 수치화한다니 약간 웃기는데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이 0부터 255까지의 숫자 중 하나의 기운을 뿜어낸다고 치면, 0의 기운을 가진사람과 255의 기운을 가진사람은 상극중에 상극이죠.
끌리지 않는것은 물론이고 그 사람이 무엇을 하든 무조건 싫어요.
당연히 서로가 상극이라면 서로 교류조차 없을테니 끌리고 말고 할것도 없겠지만요.
그런데 위의 얘기를 여기에 접목시키면 한쪽이 한쪽을 맘에 들어한다는것은 기운의 조화가 어느정도 되는것입니다. (수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의미) 안그러면 그런일이 일어나지도 않죠. 다만 어느 한쪽에서 분명 조화가 되는 기운임에도 그것을 의도적으로 떨쳐내려 하는것이에요.
다 좋은데 안끌린다... 거짓말이죠. 뭔가 마음에 안드는 구석이 있다는것입니다. 하지만 그걸 말을 안해주고 '필링이 없다' 이런말로 감추려고 하죠. 그 이유는 본인만이 알텐데 그걸 상대방이 듣고 인정해줄까 하는 과한 걱정때문일지도...
그리고 그 필링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어장관리인인 경우가 많죠. 마음이 있지만 의도적으로 떨치는거에요.
필링이 없다 = 마음이 안간다. 이 명제는 거짓이에요
마음이 안간다고 자신에게 주문을 거는거죠.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그렇게 바라 볼 수도 있군요. ^^
이성으로서의 떨림...
정말 인력으로는 되지 않는것인가 봅니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은 언제나 가슴이 아파요~~
하얀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넘 공감이 갑니다..
근데 전 그 떨림 같은걸 경험해본적이 없는 것 같아요.
넘 무미건조한 인생이었던 듯..ㅠㅠㅠㅠ
근데 이런경우도 있긴하죠..
넌 친구야~~ 친구이상 왜 감정이 안들지 라고 생각들다가
어느순간 갑자기 이성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죠...
사람일이란 참...
사람이연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일 ㅋㅋㅋ
근데 난 언제 여자친구 생기나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