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회사일과 육아 사이, 겨울과 봄 사이

코로나19 사태가 언제쯤 잠잠해질까. 코로나로 인해 주에 2회 정도 출근하고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재택근무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막상 아이를 돌보며 재택근무를 하니...

와...

신세계다. -_-

일을 하는 건지, 아이를 돌보는 건지...

회사일을 하다가 아이를 달래고, 집안일을 하다가 회사 업무로 전화를 받는다. 어쩌다 보니 아이를 TV 앞에 앉혀 놓고 회사일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회사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만큼 고스란히 아이는 TV 앞에 방치된다.

 

아직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 만 두 살과 이제 막 어린이집을 졸업한 만 네 살, 두 아이를 집에서 혼자 돌보며 회사일을 할 자신은 없어 그나마 케어하기 수월한 첫째를 시댁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택시를 하시는 아버님이 무척 걱정하셨다. 하루에도 여러 명 택시를 태우고 승하차를 하는데 코로나 확진자가 탔을지, 무증상인 코로나 승객이 탔을 수도 있고.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택시라는 업 때문에 혹여 당신이 코로나에 걸려 아이들에게까지 감염시킬까봐 걱정하셨다. 

어머님은 얼마전부터 기침을 한다며 열은 나지 않는다고는 하시지만, 걱정된다고 하소연 하셨다.

시댁 어른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맡기면서도 맡기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재택근무라고는 하지만 반쪽짜리 재택근무라 회사 호출이 있으면 언제 어느 때나 출근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첫째를 시댁에 맡겼지만, 부디 코로나에 노출되지 않기를 바라는 수 밖에.

재택근무를 하면 막연히 좋을 거라 생각했던 이전과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업무의 종결이 무의미해져 버렸다. 출근과 퇴근이 명확했던 종전 업무 스타일과 달리 집에서 일하고 집에서 퇴근을 하니 반대로 직원들 사이에서도 업무 시간과 무관하게 카톡으로 업무 지시를 하고 자료를 요청하고 수시로 전화를 했다. 

"엄마, 왜요?"
"응. 엄마 회사일 때문에."

만 두 살 둘째 아이가 업무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낯선지 물어본다. 왜요? 라고.

 

그나마 나라도 재택근무가 가능하니 다행이다. 신랑네 회사는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 심지어 사무실 내 고열 환자가 발생하는 사태도 있었으나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 다행이라는 말만 나왔을 뿐.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은 일상 업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대다수 많은 회사가 재택근무를 하지 않고 평소처럼 출퇴근하고 있을 거라 생각된다.

한동안 회사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고 있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를 그래도 제 때 시행한 걸 보면 (비록 반쪽 짜리라고는 하나) 그래도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감사하게 된다. 

언제쯤 코로나가 터지기 전의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회사에 출근하며 즐기던 모닝커피가 생각나는 요즘이다. 

"엄마, 마스크! 마스크!"

집 밖을 나설 때면 큰 일이라도 난 것 마냥 마스크를 찾는 둘째 아이의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지만, 짠하다. 언제쯤 마스크 없이 밖을 나설 수 있을까. 따뜻한 봄날이 찾아오고 있는데 우리 아이의 얼굴은 아직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