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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을 잊어버린 남편? 결혼기념일을 까먹은 아내!

· 댓글개 · 버섯공주

얼마 전 회사일로 한창 바쁜 시기, 퇴근 무렵이 되어 신랑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어디야?"
"나 아직 회사야."

신랑과 저는 회사 위치 정반대이고 거리가 먼 편이지만 서로 야근하지 않는 한 시간이 맞다면 중간쯤 만나 함께 퇴근합니다. 두 아이가 생긴 이후, 유일하게 단둘이 짧게나마 데이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죠. 그래봤자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20분 남짓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게 전부이지만 그 시간이 무척이나 행복합니다. 대화 주제는 그날 그날 다르지만, 주로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에 나누지 못하는 좀 더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회사일에 대한 고민, 집안의 대소사, 아이들 교육에 대한 방향성, 우리 자산 늘리기 프로젝트 등. 아, 때로는 한 때 우리 이랬었지... 라며 과거를 돌아보며 둘이서 깔깔 웃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 날은 유독 바빴습니다. 신랑은 이미 퇴근 중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저는 좀처럼 마무리 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미안하지만, 회사 근처로 좀 더 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보통은 중간 지점에서 만나는데 말이죠. 

하루 하루 너무 바쁜 요즘 울고 싶다

업무를 마무리 하고 부랴부랴 회사를 나서니 멀찍이 신랑이 보였습니다. 어째서인지 신랑 손에는 케이크가 들려 있더군요.

"갑자기 웬 케이크야? 누구 생일도 아니고?"

조각케이크도 아닌 커다란 홀케이크라니...

"나 일하느라 너무 집중했나 봐. 너무 배고파서 그런데 우리 근처에서 김밥 사서 차 안에서 먹으면서 갈까?"

신랑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몰아치듯 제가 하고픈 말을 내뱉었습니다. 그리고 미묘하게 바뀌는 신랑의 표정을 보고 오늘 내내 떠오르지 않던 그 단어가 떠오르더군요. 결.혼.기.념.일.

결혼기념일이었구나

"결혼기념일! 악! 결혼기념일! 어머! 어떡해!"

신랑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오전부터 네가 생각지 못한 것 같긴 했는데, 네 입에서 '김밥'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아, 정말 아직도 전혀 생각 못하고 있구나 싶었어."

시간을 너무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었습니다. 

왜 나는 결혼기념일을 잊어버린 걸까

나는 왜 결혼기념일을 잊어버린 걸까?

내 머리가 나빠졌나?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출산하면서 일단, 기억력은 전보다 많이 감퇴했음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부정하고 싶으나, 진실인 듯합니다. 아이 하나 낳을 때 다르고, 아이 둘 낳으니 또 다릅니다. 무서워요. 그러나, 결혼기념일을 기억하지 못한 건 아닙니다. 날짜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다만, 결혼기념일이 그날이었음을 기억하지 못한 것이죠. 날짜 개념이 없어진 느낌이랄까요.

신랑과 나의 성향 차이인가?

전 MBTI 테스트에서 INTJ입니다. 신랑은 ENFJ입니다. 저보다 신랑이 좀 더 섬세하고 감성적인 편이죠. 다른 의미에선 제가 좀 더 남성적이고 신랑이 좀 더 여성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단순 MBTI를 이유로 결혼기념일을 잊어버린 이유를 합리화하기엔 무리가 있는 듯합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계속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신랑은 결혼기념일을 잊어버린 저를 놀려대기 바빴지만 말이죠. (서운함을 놀림으로 표현한 거라 생각됩니다)

내 삶에 회사일이 너무 크게 자리 잡았나?

회사일이 아무리 바빠도 퇴근을 하면 칼 같이 회사일을 떼어내곤 했는데, 요즘 부쩍 그 조절이 잘 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집안일을 하거나 블로그를 켜서 제 일상을 기록하거나, 책을 읽는 등 제 시간을 가졌었는데 요즘은 통 그런 시간 자체를 가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퇴근 후에도 회사 노트북을 집으로 가져와서 업무를 하는 대도 최근 잦았으니 말이죠. 

단순히 '결혼기념일'을 잊어버렸다는 게 충격이 아니라, 제 삶의 상당 부분이 지나치게 회사일에 매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충격이었습니다. 두 아이를 둔 워킹맘으로 일도 잘하고 싶고, 엄마로서의 역할도 잘 하고 싶고, 아내로서의 역할도 잘 하고 싶은 마음. 하지만 정작 우선순위에 있어 지나치게 회사일을 최상단에 올려 두고 있는 게 아닌가 싶더군요. 

20년 차 부부도 아니고 아직 10년 차도 아닌데 벌써부터 이러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크게 드는 하루였습니다. 제가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이유 역시, 회사일에만 매몰되지 않겠노라는 제 의지이기도 합니다.

회사일에 매몰되지 않겠노라

2024년 결혼기념일, 이 날을 반성하며 제가 애정하는 블로그에 기록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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