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할까 혼자 살까 이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전에 나는 혼자 살기로 마음 먹고 삶을 살아 왔다. 언제부터? 열 세살, 아주 이른 나이부터. 이유는?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었다. 나의 부모를 보며, 나는 저런 결혼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아주 컸고. 특히 나의 친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며 저게 결혼을 하게 되면 마주하게 되는 시댁 어른의 정체구나- 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두 분 다 돌아가셨지만, 나의 조부모는 내 나이 일곱살, 어린 손녀 앞에서 부끄러움을 모르시는 건지 며느리 욕을 그렇게 하셨다. 그들이 이뻐하는 손녀가 결국 당신네들이 욕하는 며느리의 뱃속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사실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아니면 내가 어려서 모를거라 생각했거나... 난 결혼 전부터 신랑에게 신신당부했다. 혹여나 시부모님이 나에 대해 안좋은 이야기를 하시거든, 후에 태어날 우리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 하지 마시라고 해 달라고. 뭣 모르는 다섯 살? 아직은 우회적으로 이야기 하면 못알아 듣는 일곱 살? 아니, 심지어 걷기도 전인 꼬물꼬물 작은 아이들도 귀가 있으며 그 늬앙스를 다 파악한다. 어려서 모를거라는 건 그저 어른들의 착각일 뿐.
놀랍게도 난 유아기 때 겪은 인상적인 일은 대부분 기억한다. 반대로 신랑은 어렸을 때 일을 대부분 기억 못하는 듯 하지만 말이다. 내가 유아기 때를 기억하니, 당연히 우리 아이들도 기억할 거라 생각하고 조심해 왔다.
결혼의 단점만 보고 자란 시절, 연애만 하자
어렸을 때부터 결혼의 장점 보다는 단점을 많이 보고 자라, 결혼은 하면 손해라는 생각이 철저하게 자리 잡혀 버렸다. 내가 주도적으로 내 실력을 쌓아 돈을 벌고 여유로이 내 삶을 산다면 굳이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일 필요가 있느냐? 내가 연애를 하고 싶다면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나 하며 (결혼은 하지 않고) 살면 그만. 이라는 생각이 컸다. 그런 생각이 자리잡혀 버리니 자연스레 회사일을 하면서도 사내 연애하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회사 내 남자직원도 어찌보면 잠재적 경쟁자인데 그들과 사랑을 한다? 어떻게? 사람과의 관계를 철저하게 실익을 따지며 선을 그었던, 경계 태세로 일을 했던 그 때의 나의 태도는 분명 잘못되어 있었다. 업무적으로는 유능할 지 모르나, 함께 업무를 하기에는 다소 껄끄러운 직원이랄까. 그게 아마 나였을테다.
경계심, 경쟁심... 하물며 내게 호감을 표하는 남자직원에게도 그 호감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밟고 일어서야 할 경쟁자였으니 말이다. 처음으로 이 룰을 깨 준 사람이 생겼다.
좀 더 유해져도 된다고. 좀 더 놓아도 된다고. 지금까지 충분히 잘 해 온 것 같다고. 너무 경계하고 너무 예민하게 행동하지 않아도 된다고. 살아온 환경이 그러하다 보니 자기방어기제가 너무 강한 것 같다는 말이 꽤나 임팩트 있게 다가왔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이야기 해 준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자기방어기제가 강한 사람에게 어느 누가 쉽게 '너 자기방어기제가 너무 강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무거운 책임감을 나누어 지고자 선택한 결혼, 그런데
신랑의 말처럼 아마 난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았어도 잘 살았을 거다. 그럼에도 결혼이라는 제도를 받아 들이고 결혼을 선택한 이유는, 신랑의 말에 용기 내어 좀 더 무거운 짐을 내려 놓고 좀 더 유해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고 두 아이가 생기고 나니 이전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이 생겼고 삶에 더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우리 가정이 유지가 되려면 한발 짝 더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발을 내딛다 보니 어느 새, 자산도 더 불어나고 우리 부부도 더 성장했음을 느낀다. 아마 결혼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면 충분히...' 라는 생각에 만족하며 좀 더 편히 안주하며 살았을 듯 하다. 짐을 나눠 들고자 결혼을 선택했는데 되려 함께 나눠 들어야 할 짐이 늘어나 무겁게 느껴져 더 열심히 살게 되는... 허허...
분명, 결혼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나는 결혼이 안겨주는 장점에 집중하고 싶다. 회사를 마치고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들어가면 우리 부부를 꼭 닮은 두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맞아 준다. 두 아이를 재우고 신랑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꿈을 그리는 재미도 있다.
결혼하기 전, 나는 무척 궁금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결혼하면 좋냐고 물었으니 말이다. 결혼의 단점만, 안좋은 면만 보고 자란 내게 과연 결혼의 장점이 있냐고 좋은 면이 있냐고 끊임없이 확인하려 했다. 잠 들 때면 늘 내 곁에 있는 신랑을 꼬옥 안고 자는 게 일상이고 잠에서 깰 때면 누가 봐도 못난 얼굴인데 이쁘다고 해 주는 신랑이 있다.
결혼하기 전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 쉬운 점심 메뉴 하나 고르는데도 타인의 눈치를 보고 감정을 헤아리는데 애썼다. 그래야만 내가 이 사회생활, 이 세계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집으로 돌아와서도 엄마나 동생에게 털어 놓을 수 없는 문제들이 있곤 했다. 내가 장녀니까 내가 맏이니까- 라는 생각에 쉽게 내어 놓을 수 없는 고충들이 있었다. 그러다 결혼을 기점으로, 처음으로 나는 내가 느끼는 감점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터가 생겼다. (연애 때 남자친구에게 털어 놓는 것과는 그 무게감이 다른 것 같다)
햇살 좋은 주말 오전, 브런치를 먹자며 가족이 함께 밖으로 나와 나란히 걸어간다. 총총 걸음으로 앞서 달려 나가는 두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신랑은 종종 내게 이야기 한다.
"어떡하지. 미쳤나봐. 이거 병인가봐. 너무 예뻐. 우리 가족이 난 너무 좋아."
"그치? 나도 그래. 너무 좋아. 우리 가족."
결혼 할까 혼자 살까 20대, 30대 그 때는 고민이 참 많았다. 주위 친구들이 하나 둘씩 결혼을 함에 따라 초조하기도 했고, 그렇다고 등 떠밀려 결혼이라는 선택을 하고 싶지는 않았고 결혼이라는 선택을 하고 후회는 하지 않을지 많이 불안했다. 특히, 29살에서 30살이 되던 해가 왜 그리 불안했던지. 이제는 39살에서 40살이 되었다. 누군가가 내가 고민했던 그 질문을 다시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야기 해 줄 것 같다. 좋은 사람을 만났다면, 결혼 해 보라고. 꼭 해 보라고.
연애할 때 느끼는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정과 그 깊이가 다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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