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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엄마 > 어린이 뮤지컬 보고 8살 아들이 엉엉 운 이유

· 댓글개 · 버섯공주
 
이상한 엄마
회사에 있는 엄마에게 호호가 열이 심해 조퇴했다는 전화가 걸려 옵니다. 호호처럼 조퇴도 하기 힘든 엄마는 애가 타서 여기저기 전화를 넣어 봅니다. 하지만 비 때문인지 좀처럼 연결이 되지 않네요. 엄마가 전화기를 붙들고 발을 동동 구른 지 얼마나 지났을까요. 드디어 전화기 너머에서 희미하게 “여보세요?”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여보세요? 엄마?”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에 상대방은 “으……응?” 좀 당황한 기색입니다. 하지만 엄마는 외할머니라고 굳게 믿고 호호를 부탁한 뒤 전화를 끊었는데…. 이 이상한 엄마는 과연 호호를 잘 돌봐 줄 수 있을까요? 『이상한 엄마』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도움이 절실한 순간이 수도 없이 많을때, 지친 엄마들과 아이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마법을 거는 책입니다. 갑자기 아이가 아픈데 일터에서 빠져나올 수는 없고 아이를 돌봐 줄 사람도 찾기 힘든 최악의 상황이 벌어져도, 적절한 도움을 얻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현실 속 어려움을 잘 알기에, 저자는 엄마들이 이 책을 통해 커다란 위안을 얻어갈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저자
백희나
출판
책읽는곰
출판일
2022.12.01

이전보다 좀 더 여유로워진 느낌이다. 맞벌이의 슬픔이자, 맞벌이의 여유로움인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이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있으면 이전보다는 좀 더 덜 고민하고 바로 행동하게 되는 것 같다. 이유인즉, 내가 이직하며 몸 값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신랑이 이직에 성공했다. 신랑의 수입이 이전보다 1.8배 정도 높아졌다. 반면, 늘어난 수입만큼 더 바빠졌다. 그렇기에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주말이 더 소중하다.

감사하게도 아직 아이들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 듯 하다. 여섯 살 둘째 딸은 '이상한 엄마'라는 책을 읽더니 '이상한 엄마' 공연을 보러 가고 싶다고 줄곧 어필했다.

책 잘 읽으면 공연도 보러 가겠다는 말에 이미 '알사탕' 책을 보고 '알사탕' 공연을 보기도 했었다. 아무래도 그때 이후로 책과 공연을 연결시켜 책에 더 흥미를 가지고 잘 보는 듯하다. 알사탕, 장수탕선녀님에 이어 백희나 작가의 이상한 엄마 뮤지컬이 가까운 곳에서 하고 있는지부터 검색했다.

어린이뮤지컬 <알사탕> 공연,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었다

공연 1시간 전부터 빈 자리로 현장 예매가 가능해 보였다. 가까운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어 우리 부부만 갈지 말지 결정을 하면 아이들과 바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어떡할까?"
"가자!"

아쉽지만 신랑은 마무리 해야 하는 업무가 있어 공연장 근처 카페에서 기다리는 것으로 하고 두 아이를 데리고 공연을 보기 위해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으로 들어갔다.

이전 같으면 16만원 넘는 공연 값에 왜 이리 비싸냐고 호들갑을 떨었을 텐데, 이런 공연을 보는 것도 잦아 봤자 주 1회인 데다 맞벌이라 그런지 이럴 때 아니면 아이들과 시간 보내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현장에서 공연 티켓을 구매했다.

나를 위해서 누군가가 울어준다는 것

나의 부모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나를 위해 울어준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감히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 지난 주말, 공연장에서 내 옆에 앉은 첫째 아이가 훌쩍훌쩍 하염없이 내 오른팔을 비비적거리며 눈물, 콧물을 훔쳐댔다. 참 낯설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으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난 아이 생각은 물론, 결혼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던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공연이 시작할 때부터 훌쩍이던 아이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훌쩍였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얼굴이 발그레 상기된 첫째 아이에게 물었다.

"왜 울었어?"
"너무 슬퍼서."
"왜 슬펐을까?"
"엄마 생각이 나서."

엄마가 바로 옆에 있음에도 공연을 보고 공연 속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되며, 동시에 엄마 생각이 나서 울었다고 한다. 밖에서 기다리던 신랑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신랑은 장난스럽게 '울보'라며 첫째 아이를 놀려 댔지만 나에게 나지막이 '집으로 가면 '이상한 엄마' 책 좀 읽어봐야겠어.'라며 아빠 다운 면모를 보였다. 감수성이 폭발한 첫째 아이의 그 마음이 너무 예뻐 절로 미소가 나왔다. 여섯 살 둘째 딸은 책에서 본 '이상한 엄마'를 공연으로 보니 너무 재미있었다고 한다. 공연 속 '호호'가 오빠와 동갑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말이다.

내돈내산 어린이뮤지컬 <이상한엄마>

'이상한 엄마'는 누구일까

거실 책꽂이 잘 보이는 한 켠에 '이상한 엄마' 책이 줄곧 꽂혀 있었으나 공연을 보고 난 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아이들 책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렇게 공연을 먼저 보고 책을 읽게 되었다. 공연을 통해 본 여덟 살 '호호'의 엄마는 나와 같은 '워킹맘'이다. 회사일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데 회사에서 일을 하던 중, 학교에서 연락이 온다. 열이 심해 '호호'가 조퇴를 했다고 말이다. 회사일이 급하다 보니 호호 엄마는 여기저기 연락을 취한다. 하지만 하필 태풍으로 인해 전화도 불통. 그러다가 연결된 '이상한 엄마'. 

급한 마음에 엄마는 아이를 좀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는다. 어쩔 수 없지 뭐, 하며 이상한 엄마는 아이의 엄마가 돌아오기 전까지 아픈 아이를 돌본다. 아픈 아이를 집에 두고 회사에서 일을 하는 엄마의 애달픈 마음과 항상 바쁜 엄마이기에 엄마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아이의 간절한 마음이 잘 그려진 공연이었다.

이상한 엄마 가족뮤지컬 커튼콜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말이 와닿았다.
이상한 엄마는 선녀처럼 묘사되었지만, 어쩌면 가까운 이웃일 수도 있고, 친정 엄마일 수도 있고, 시어머니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도움을 줄 수 있는 누군가를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엄마' 책은 아이들이 읽기 쉽게 하지만 상당히 함축적으로 내용을 기재해 놓았는데, 숨겨진 뜻까지 살을 잘 보태어 공연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울어야 할 사람은 나인 것 같은데 공연을 보는 내내 눈물을 보인 첫째 아이. 결국 아이의 마음도 나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더 힘내야지!

이상한 엄마 어린이 뮤지컬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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