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신랑과 함께 스튜디오 지브리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고 왔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자마자 다른 사람들의 해석과 견해가 궁금해 관련 후기를 찾아보았으나 호불호가 상당히 나뉘는 영화이며, 대부분 줄거리에 대해서만 짧게 후기를 쓰고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 한 후기는 많지 않아 조금 아쉬웠어요.
전 단순히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의 줄거리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제 생각을 접목시켜 저만의 해석으로 후기를 남겨 보고자 합니다. 그렇기에 이미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상관 없지만, 볼 예정이시거나 스포일러는 싫다고 생각되시면 조용히 '뒤로 가기'를 눌러 주세요.
지브리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나만의 후기
저는 제 삶의 기준, 삶의 방식을 최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로 유지하려고 하되 어떠한 책이나 영화를 보면 제 삶에 빗대어 해석하려는 경향을 많이 보입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 마지막 부분에선 혼자 펑 터져 울고 있으니 옆에서 신랑은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슬펐던 거냐며 난감해하더군요.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 신랑과 영화를 두고 각각의 해석을 내어놓기 바빴습니다. 일단, 제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쟁이 진행중인 1943년의 일본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개인적인 성장사라는 부분은 배제하고 순수하게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스토리와 그 스토리에서 주는 여운으로만 해석하고 싶었어요.
주인공 소년 마키 마히토는 공습 경보가 울리는 가운데 시내 중심가 한 블록이 통째소 전소가 되며 어머니를 여의게 됩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아버지의 재혼 상대인 나츠코를 만나게 되는데요. 처음엔 '어머니를 닮았다'라는 표현에서 '정말 어머니를 많이 닮아서 마히토의 아버지가 좋아했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어머니의 여동생이더군요. 마히토 입장에선 한 때 이모였던 사람이 새엄마가 되는 거죠.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싶은데 이 와중에 나츠코는 마히토의 손을 잡아끌어 본인의 배 위에 마히토의 손을 올립니다. 태동을 느껴보라고 말이죠. 허허.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모가 이제 엄마가 된다는 사실도 충격적인데, 이미 아버지와 새엄마 사이에 동생이 생겼네요.
마히토의 아버지는 군수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전쟁의 패색이 짙어질수록 공장은 바쁘게 돌아갑니다. 전쟁으로 다른 사람들은 힘들고 버거워 보이나, 마히토네 집은 풍요로워 보이며 학교로 간 마히토 또한 다른 친구들과 달리 여유로움이 묻어 납니다. 분명 마히토 당사자가 아닌 한, 7명의 할머니를 비롯해 학교 친구들도 마히토의 어지러운 마음을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 또한 새엄마와 함께 지내던 시기에 심적으로 무척 힘들었으나, 주위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땐 그저 여유로운 사업가 집안의 복에 겨운 딸로 보였을지도 모르죠.
마히토는 전학간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째서인지 크게 다투게 되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히토는 길가의 돌을 들어 올려 자신의 오른쪽 옆머리를 찍어 내립니다. 붉은 피를 철철 흘리며 집으로 돌아가는데요. 머리에 큰 상처가 난 마히토의 모습을 본 아버지는 계속 묻습니다. 마히토, 괜찮으니 어느 녀석이 그랬는지 솔직히 말해 보라며 말이죠. 그 친구 이름만 말하라며, 가만두지 않겠다며. 반면, 마히토는 아니라고 혼자 길을 걸어가다 넘어졌다며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곤 학교에 항의를 하러 간다며 나갔던 아버지는 돌아와서 껄껄 웃으며 이제 이런 일 없을 거라며 괜찮을 거라며 300엔이라는 큰 금액을 학교에 기부하고 왔다며 이야기합니다. 정작 아버지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마히토의 다친 머리가 아니라 마히토의 불안정한 마음인데 말이죠. 전혀 알지 못하시죠.
마히토는 불길에 휩싸여 돌아가신 어머니를 계속 떠올리며 어머니를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과 새엄마에 대한 미움이 커져 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자책과 미움이 자해로 이어졌던 것 같고요. 저 또한 부모님의 이혼으로 양육권 판결에 따라 아버지를 따라 가 새엄마를 처음 마주했을 때 최대한 무덤덤하게 새엄마를 받아 들이고자 했으나,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새엄마에 대한 미움이 커지더군요. 엄마라는 존재를 누군가가 대신한다는 게 참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마히토가 불길에 휩싸오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자꾸만 손을 뻗는 모습은 내가 그때 어머니를 살렸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 미련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지나간 과거, 엄마와 아빠가 행복하게 함께 살았던 추억의 한 자락을 자꾸 미련스럽게 붙잡고 있었습니다.
임신한 새엄마 나츠코가 사라집니다. 새엄마 나츠코를 찾기 위해 숲 속에 있는 큰 탑으로 향합니다. 누굴 찾느냐는 질문에 마히토는 나츠코를 찾고 있다고 대답합니다. 왜 찾느냐는 질문에 대답합니다. '아버지가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계속적으로 '아버지가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나츠코를 찾고 있다고 이야기 하던 마히토는 영화의 후반부쯤 되어 산실에 있는 새엄마(이모)를 마주하게 되고 현실세계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나츠코를 향해 처음으로 '엄마'라고 외칩니다.
과거를 붙잡고 살던 마히토가 처음으로 현실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큰 탑의 주인인 큰할아버지는 악의에 물들지 않은 13개의 돌로 악의 없는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하지만 마히토는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며 이 상처는 자신이 만든 악의의 상징이며 자신은 그 돌을 만질 수 없다며 원래 세계로 돌아가겠다고 합니다. 마히토가 자해하여 생긴 상처인데 길을 걷다 넘어져서 다친 상처라며 거짓말을 하며 생긴 상처이니 말이죠. 큰할아버지는 현실세계는 전쟁과 폭력의 불바다인데도 돌아가려고 하냐고 하지만, 마히토는 그럼에도 살아가며 왜가리남자, 히미, 키리코와 같은 친구를 만들 것이라고 이야기하죠. 큰할아버지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듯, 마히토 역시, 그건 할아버지의 세계이고 자신은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가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보겠다라는 의미로 읽히기도 합니다.
마히토가 한층 성숙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에 얽매여 있던 마히토가 당당하게 원래세계로 돌아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말이죠.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
나츠코를 되찾아 현실세계로 돌아가는 문 앞에 선 마히토와 히미. 히미는 자기는 마히토를 낳은 다른 현실 세계로 간다고 합니다. 마히토가 그러면 죽을 거라고 안타까워하자, 히미는 마히토를 낳는다는 대단한 일을 하니 아무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나츠코(새엄마)와 마히토가 돌아가는 현실세계 시점과 히미(친엄마)가 돌아가는 현실세계 시점은 다르죠.
히미는 마히토의 엄마입니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엄마 말이죠. 하지만, 마히토는 히미(엄마)를 놓아주고, 나츠코(새엄마)와 함께 현실세계로 돌아갑니다. 사무치게 그리운 과거는 과거대로 놓아주고, 현실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마히토는 과거에 대한 미련을 남기는 것 같지 않습니다. 큰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며 마히토 자신의 생각이 정리가 되고 의지가 확고해 진 것 같거든요. 과거에 얽매여 살다 보면 현재의 소중한 무언가를 놓치게 됩니다. 저 또한 새엄마의 미움이 강하던 때, 다른 소중한 것들이 있었는데 그 미움에 사로잡혀 다른 추억이 생각나질 않습니다. 그리고 새엄마가 돌아가신 후에야 얼마나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것이 덧없는 것인지를 깨달은 후,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기 위해 노력합니다.
누군가는 아직까지도 돌아가고픈 과거를 붙들고 사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너무나도 충실하게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며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결국,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의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는 각자가 살아온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나열한 장면 외에도 구석 구석 해석 가능한 부분이 참 많은 영화입니다.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천천히 묘사되다 보니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영화이긴 합니다만, 후반부에 접어 들어서는 질문을 자꾸 던져 여러 생각을 하게 된 영화였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쿠키 여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쿠키 영상 없습니다. 마지막까지 쿠키 영상이 있을 것 같아,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는데 없더군요. 전 마지막 OST를 듣고 나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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