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4년 넘게 연애를 해 오면서 한 때는 나름 남자친구의 속마음은 이제 웬만큼 간파할 수 있다며 자신했었습니다. 아주 잠깐 동안 말이죠. 여전히 남자친구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이 말을 하고 보니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싶었는데 남자친구가 제게 한 말이네요. '아직 너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라고 말입니다.)
연애 초기에는 제가 직장인이고, 남자친구가 취직 전이었던 터라 데이트 비용의 대부분을 제가 부담했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주위에서 남자친구와의 사랑도 좋지만 미래를 생각해서 현실적으로 당장 헤어지라는 말을 수십번은 넘게 들은 것 같습니다. ㅠ_ㅠ
그리고 남자친구가 직장인이 되고 나니 자연스레 연애 초기와 달리 남자친구가 부담하는 데이트 비용이 많아지더군요. 남보원(남성인권보장위원회)이 출동하여 저에게 '남성인권을 보장해 달라! 왜 남자친구가 부담하는 데이트 비용이 나날이 많아 지는 것이냐!' 라고 따져 물어도 딱히 마땅한 핑계거리는 없습니다. -_-;; 죄송해요.
전 그렇게 식당 밖으로 나가 유리문 앞에 서서 남자친구를 기다리는데 한참 동안 계산대 앞에서 멈칫해 있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갔습니다.
"카드 마그네틱이 손상된 것 같은데요? 다른 카드 없어요?"
"왜? 카드가 안돼? 잠깐만."
제가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결제를 하고 나오는데 남자친구의 표정이 왠지 쓸쓸(?)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남자친구를 한참 빤히 보고 있으니,
"아, 미안… 카드가 왜 안 되지…"
머쓱해 하며 내뱉는 남자친구의 그 한마디가 순간, 뭐랄까. 그렇게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미안해 하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오히려 제가 더 미안해 지더군요.
곧이어 계산대에 있던 아가씨가 사람 무안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며 괜히 잘못 없는 계산대 아가씨를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다 그 아가씨 때문이다!' 라며…
"아, 그러게. 미안. 카드가 말썽이네. 내가 아이스크림 사줄게. 가자."
음,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친구 앞이기 때문에? 오빠이기 때문에? 정확히는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지만 어설프게나마 남자친구의 마음을 알 것 같았습니다. 더군다나 여자친구가 있는 앞에서 그런 상황이 연출되었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머쓱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제가 동일한 상황에 처한다면 전 조금의 말성임 없이 "오빠, 카드가 이상해! 카드가 안돼!" 라며 남자친구의 도움을 서슴없이 청했을 텐데 말입니다. 물론, 그 상황이 조금은 미안하다 보니 나름 남자친구에게만 통하는 애교를 마구마구 부리며 미안함을 표시했겠죠. 아앙~ 아잉~ (응?) "아앙~ 아앙~자갸~"
그 짧은 순간, 늘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워 보였던 남자친구가 왠지 외로워 보여 꼭 안아 주고 싶었습니다. 여자친구에게 항상 좋은 모습,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남자친구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때로는... 제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기대도 괜찮은데 말이죠.
차라리 그런 상황에서 남자친구가 저를 향해, "헉! 아앙. 자갸, 이거 카드가 안돼. 어뜨케. 대신 계산 좀 해줘. 뿌잉~" 했으면 하는 마음도... (아... 이건 아닌가... -_-;;; 이러면서 상상하니 왜 자꾸 웃음이 실실 나오는건지;)
쩝. 역시, 갑작스레 남자친구가 돌변하면 그게 더 이상하겠...군요. (헙; 결론이 뭐냐;)
'남자니까...' 라는 알게 모르게 잠재 되어 있는 그 마음으로 인해 여자와는 달리 같은 상황에서도 참고 견뎌야 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왜 새삼스레 그런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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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다 그래요. 자기 어려운 사정을 얘기한다는것 자체를 어려워하죠. 어려서부터 남자니까, 남자는 이래야 돼. 뭐 이런 세뇌교육때문 일지도...
돈없는 남친과 외식 후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남자에게 여성이 지갑이나 카드를 살짝 전달해주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때 남자는 여성의 배려심에 엄청 감격하게 된답니다. 가끔 "나 돈있어!"라며 튕기는 남자가 있는데, 그때 "자기야 내가 내고싶어서 그래"라며 살짝 속삭여 준다면 남자는 그녀의 하인이 아닌 노비라도 될 거라 굳게 마음먹을 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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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아요.
도닥콩님의 댓글에 괜히 싱긋 미소가 지어집니다. ^^
버섯님이 댓글을 달았나 안달았나 감시(?)하러왔다가 따끈따끈한 글을 발견했네요~
자주 오는것은 왜인지 자꾸 발길이 여기로 잡아끄네요 ㅋㅋ
그 긴 주소를 직접 쳐서 올 정도인데요 뭐.. ㅋㅋ
다른 유명(?)작가들의 연애론을 몇 번 읽어보았는데 사상이 너무 편중되고 게다가 자기고집만을 부려서 도무지 상종못하겠어서 이제는 방문을 안하죠
버섯님은 글속에 본인의 의견을 담기보다는 상황설명에 비중이 더 있어보여서 친구 연애담 듣는 느낌이라 자꾸 오게돼요 ㅎㅎ
또 앞부분부터 길죠?
이제는 본론을..
속깊은 남친이네요
처음에는 여자가 더 부담하다가 지금은 남자가 더 부담하는 것은 크게 이상하지는 않아보여요. 형편이 더 되는 사람이 부담하고 버섯님처럼 고마움을 표시한다면 남자의 입장에서는 '남보원' 생각할 필요가 없겠죠? 남자들이 남보원 찾는 이유는 매번 얻어먹는것 때문이 아니고 그것을 당연시하는 여자의 태도때문이니까요.
버섯님처럼 매번 고마움을 표시한다면 계속 부담한다고 해도 크게 괘념치는 않을거에요^^
아까 괜한 현학적인 말을 쏟아놓았으니 이번에는 그냥 간단하게(?) 썼어요~ 남의 연애에 간섭 안하는 편이지만 두 사람 모두 상대방과 교감하려고 하는 노력이 엿보이네요~ 계속 그러한 마음으로 더욱 행복한 사랑하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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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 긴 주소를 직접 쳐서 오신다니... +_+ 너무 영광입니다.
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더 예쁜 사랑할게요. 감사합니다. ^^
남자니까...참 사회와 분위기가 그렇게 만든듯 하네요..
것보다..마지막 냥이 그림보고 깜딱 놀랬어요..ㅋㅋ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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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자연스러운 사회 분위기가... 그렇게 만든 것 같아요. ㅠ_ㅠ
냥이 귀엽죠? ^^
참, 부럽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서로를 너무 아껴주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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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라인님. 감사합니다. ^^
음,,,,이거 잘못하면 계책으로 변질될 수도 있겠는 걸요.
저도 마그네틱 손상된 카드 많습니다. ^^;;; 퍽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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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둔필승총님의 댓글에 순간 웃음이. 정말 계책으로 변질될 위험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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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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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그런거겠죠? ^^
당연히 미안해 하는게 맞는것 같은데요..아마도 나쁜남자 스탈이 아니라면 말이죠..
남자들의 보호본능은 사소한 곳에서 부터 남성의 자존심을 보디가드삼아 뇌에 전달되어 발동이 되지요 ㅋㅋ
반대로 여성이 계산을 하다 안되어 남친이 계산을 하게 된다면 얼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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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미안해 하니, 제가 오히려 미안해 지더라구요.
꽤 오랜 기간 연애를 하고 있음에도 늘 배려하는 남자친구가 너무 고맙기도 합니다.
으와... 저도 저런 경험이 있었습니다.물론 연인관계는 아니였지만요..
등에서 식은땀이 쫙 흐르는게..
아마 남친도 그 순간이 10년정도로 길게 느껴졌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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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정말 그 순간이 10년처럼 길게 느껴졌을거에요. 월억님도 그런 경험이 있으시군요. ^^
악 정말 버대리님 말씀대로 이성친구가 갑자기 저렇게 돌면하면
섬뜩할듯한걸요 하핫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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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콤하죠? .... (덜덜)
남성분들은 기본적으로 조금씩 그런면이 있어요.^^;
그런일 겪으면 왠지 미안하고, 자존심도 살짝 상하고....
(저만 빼고요~ ㅋㅋ)
그냥 태연하게 넘어가시면 되실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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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홋. 폼홀릭님만 빼고? ㅎㅎ ^^
남자친구에게서 아버지를 ㅋㅋㅋ
제 아내가 절 아버지로 느끼면 안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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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ㅎㅎㅎ
그런 의미 아닌거 아시면서~~~ ㅎㅎ
좋은 모습,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말씀대로 이것이 정답이겠지요.
남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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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거겠죠? ^^
얌전한고양이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버섯님 진짜..남자친구가 예뻐하실 수 밖에 없는!!그런 분이신듯해요!부러워~
후아..ㅠㅠ
항상 블로그 보면서 배우고 가요!!좋은 하루 되세요~
음..근데 남자분들이 단 댓글보니까 진짜루 여자가 사주면 막 자존심 상하고 그런가요?;
친한 오빠한테 매일 얻어먹는게 미안해서 제가 산 적이 있는데...;
....저 잘못한건가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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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얌전한 고양이님의 칭찬에 더 남자친구와 예쁜 사랑 키워 나가야 겠다는 왠지 모를 책임감이 생기는데요? ㅎㅎ 그리고 그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자존심이 상한다기 보다 오히려 고양이님처럼 미안해 하는 마음으로 남자분에게 사준 상황이라면 남자쪽에서 더 좋아하거나 고마워할 것 같아요.
아, 그리고 보통 남자분들이 왠만큼 마음이 있지 않은 이상, 그렇게 매일 같이 사주지 않는데 혹시 그 남자분, 고양이님에게 애틋한 마음을 품고 있는 것 아닐까요? +_+ ㅎㅎ
여자친구 앞에서 돈이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 급 초라해진다는..
굉장히 씁쓸하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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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아요. 반대로 남자친구가 돈이 없는 자신의 모습에 초라해 하면 여자친구 입장에서도 굉장히 마음이 아파요.
아~ 이거는 제가 보면 안 되는 글이었군요 ㅎㅎㅎㅎㅎ
남자친구의 얼굴도 웃기고 (진짜?)
글도 너무 웃기고....
뭐... 전 저런 상황이 없으니 다행인건가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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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_+ ㅎㅎ
바람처럼님. 여행 하시면서 어디 괜찮은 여자분을... (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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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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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 금전을 당당하게 요구하면 그건 나쁜 남자. 기억할게요. ^^
결혼 후, 결혼 전, 살짝 바뀔 수 있나 보네요. 늘 님의 댓글에 결혼 후의 상황도 생각해 본답니다. ^^ 고마워요.
저도 마침 현금이 없을때 딱한번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요
정말 머리가 쭈뼛 서더라구요 ^^;;
다른 가게에서 가서 해보니 잘되더라구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