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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워킹맘 번아웃 이직 준비, 6개월만에 퇴사 후 이직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 댓글 1 · 버섯공주

쉼 없이 달려온 나의 직장생활. 16년 6개월의 대기업 상장사에서 벤처기업 비상장사로 이직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첫 직장으로만 16년 6개월을 다니다가 출퇴근 편도 2시간을 견디지 못해 이직을 했다. 대기업 상장사에서 벤처기업 비상장사로 이직을 하며 몸값을 많이 높였다. 사실, 대기업에서 누렸던 복지가 사라지니 그 복지만큼을 내 연봉으로 재산정하여 합산한 셈.

최종 합격 소식을 듣고 많이 설레어했다. 비록 회사 규모는 종전보다 작아지지만, 거리가 가까워져 출퇴근 시간이 1시간이나 줄어드니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서 더 나은 선택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호기롭게 비상장사 벤처기업에 발을 디뎠는데, 자꾸만 이전 회사 생각이 났다. 이직하고 나서야, 16년 이상 다닌 나의 첫 회사가 너무나도 좋은 곳이었음을 깨달았다. 같이 일하는 동료부터 임원, 사내 분위기, 복지 등 여러모로 말이다. 전 직장 동료에게 연락이 올 때마다, 그리고 전 직장 상사에게 연락이 올 때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워킹맘 번아웃 6개월만에 퇴사 이직 성공 이유
워킹맘 번아웃 6개월만에 퇴사 이직 성공 이유

물론 이직한 후 1주일간은 좋았다. 따로 터치하는 게 없고 이전 다녔던 회사처럼 나에게 자주성이 부여된 것 같았으니 말이다. 최종 입사 확정 전, 회사 평가 앱을 통해 평점 확인, 실 근무자 리뷰까지 확인하고 입사한 터라 좋은 곳일 거라 확신했다. 그러나 1주일이 지나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았다. 일이 있건 없건 야근을 장려하는 분위기였다. 근무시간 자리비움 금지. 유치원에서 전화가 와 잠깐 통화라도 하려고 하면 너무 눈치가 보였다. 결정적으로 시어머니가 몸이 좋지 않으셔서 아이들 등 하원 문제로 연차를 내려고 하니 연차 사유를 확인하고는 앞으로 연차를 한 달 전에 올리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ㅈ소기업이라는건가!' 

대다수의 회사는 워킹맘이 일하기 어려운 환경

뻔히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는 것을 잘 알고 최종 합격시킨 데다, 사실 연차를 소진하는 건 대부분 육아 문제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한 달 전에 연차를 올리라니! 그저 연차를 미리 올리라는 의도로 '한 달 전'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하더라도 그 의중은 이미 연차 소진에 제약을 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정이 뚝 떨어졌다. 정확히는 나의 윗 상사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컸다. 그렇다. 회사 평가 리뷰 앱은 회사를 평가하는 것이지, 나의 상사에 대한 평점이 아니다. 내가 아주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

내가 워킹맘이 아니라, 싱글이었다면 또는 기혼이지만 아이가 없었다면 연차를 한 달 전에 올리라는 상사의 말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말이 한 달 전이지, 가급적 휴가를 쓰지 말라는 뜻인데... 내 상황이 이렇기에 순간적으로 나의 감정이 상한 건지, 내가 생각하는 직장생활의 기준선에서 벗어난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워킹맘 번아웃 컬러링북 색칠하면 좀 나을까

워킹맘 번아웃, 내가 번아웃인가 이직한 회사가 이상한 건가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사놓고 정작 하지 않았던 컬러링북을 다시 꺼냈다. 색연필을 집어 들고 마음에 드는 그림 몇 장이라도 칠하며 마음을 달래 보려고... 통하지 않아 심리 책을 펼쳤다. 업무가 없음에도 야근을 강요하고 휴가를 쓰지 못하게 하는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어서... 그러나 해소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연봉이 이전보다 올랐고, 거리도 가까워졌으니 얼마나 좋냐며 최대한 나 자신을 설득하고 싶었다. 그래서 주말이면 아이들과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고 가격대와 무관하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사주며 이직하길 잘한 거라며 합리화했다. 그럼에도 속은 타들어 갔다.

첫 회사에서 16년 6개월을 근무했다. 그동안 대표가 여러 번 바뀌었고 여러 임원을 상대했으며 여러 직장동료를 마주했다. 난 내가 인내력이 좋고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 편이라 한 회사에서 오랜 기간 회사생활을 할 수 있었던 거라 생각했다. 이직하고 보니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내가 만난 회사와 그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었기에 장기간 회사생활을 할 수 있었음을 깨달았다. 순식간에 번아웃이 왔다. 그때부터 신랑에게 처음으로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한 불평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이 회사 나랑 정말 안 맞는 것 같아. 출근시간 2시간 걸려도 그냥 이전 회사 계속 다닐걸 그랬나 봐. 대기업이 괜히 대기업이 아니었어. 어떡하지?"
"그만둬. 난 괜찮으니까 그냥 그만둬."

신랑은 괜찮다고 그만두라고 하는데도 내가 괜찮지 않았다. 지금 시점에서 내가 회사를 그만두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적지 않은 내 나이와 커져 버린 몸집(연차 및 연봉), 그러나 이제 한참 관심을 쏟아야 하는 곧 초등학교를 들어가는 어린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점에서 이직이 쉽지 않을 거라 지레짐작했다. 게다가 6개월 남짓 최단기간 이직인데 나를 받아주는 곳이 있기나 할까.

괜히 대기업이 좋은 게 아니구나- 이전 회사가 좋았구나- 육아와 회사생활을 병행하기란 쉽지 않구나-

여러 생각에 나의 얼굴은 표정을 잃어갔다. 웃을 일이 없었다. 그러던 중 회사 동료의 말 하나가 나를 자극시켰다.

워킹맘 번아웃, 내가 번아웃인가 이직한 회사가 이상한 건가
워킹맘 번아웃, 내가 번아웃인가 이직한 회사가 이상한 건가

"차장님, 요즘 들어 웃음이 많이 사라지신 것 같아요. 힘드시죠? 차장님. 저는 길어야 3년, 2년 단기간 여기저기 이직을 많이 해서 다시 이직하기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차장님은 16년 이상 한 회사에 오래 근무하신 경력이 있으시기 때문에 지금 다시 다른 곳으로 이직하셔도 이 회사를 이상하게 보지, 차장님을 이상하게 보진 않을 거예요."
"... 과연 그럴까요?"

워킹맘이라 안될 텐데- 나이가 40대라 힘들 텐데- 연차가 높아서 힘들 텐데- 최단기간 이직이라 안 뽑아줄 텐데-

최단 기간 6개월 근무 후 퇴사 이직 성공 이유
최단 기간 6개월 근무 후 퇴사 이직 성공 이유

최단 기간 6개월 근무 후 퇴사 이직이 성공했던 이유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가 이직 경험이 많은 회사 동료의 이야기에 곧장 다시 이직 준비를 했다. 헤드헌터를 통해 연락을 받은 곳부터 직접 내가 검색해서 지원하는 곳까지... 하얗게 불태웠다 싶을 정도로 성의를 다 했다. 그래서일까. 나이가 많아 안되고, 두 아이 엄마라 안되고, 최단기간 이직이라 안될 것 같았는데 생각 외로 서류는 넣는 곳마다 통과했다. 16년 6개월의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한 덕에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직장생활을 하고 이직하면서도 오히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 않고 6개월 만에 퇴사하려는 이 회사를 오히려 이상한 회사로 볼 거라던 직장동료의 말이 맞았다.

면접을 볼 때도 솔직하게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커리어를 포기하고 싶지 않으며 여성 임원자리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어제저녁, 입사하고 싶었던 회사로부터 최종 합격 소식을 들었다. 아직 전형 진행 중인 곳이 남아 있는데 말이다. 난 다시 대기업 상장사로 이직한다. 이렇게 내 커리어에 최장기간의 이력과 최단기간의 이력이 혼재하게 되었다. 16년 6개월, 그리고 6개월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최장과 최단의 조합, 극과 극이다. 

그리고 그 전엔 몰랐던 좀 더 현실적인 문제를 마주할 수 있었다. 대다수의 회사는 워킹맘이 근무하기 열악하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졌고 워킹맘이 일하기 좋아진 환경이라고 하지만 아직 한참 멀었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올 한 해 참 화려하다. 16년 6개월간 다닌 첫 회사의 퇴사, 6개월 다닌 두 번째 회사, 그리고 곧 입사하게 되는 세 번째 회사. 출퇴근 시간 역시, 2시간에서 1시간, 그리고 이제는 30분으로 줄어든다. 느끼는 바가 참 많다. 결코 한 회사만 다녔다면 알 수 없었을, 여러 다이내믹한 경험을 한 번에 몰아 경험한 듯하다. 이대로 경력단절이 되고 나의 커리어가 끝나는 줄만 알았던 순간, 이렇게 다시 기회가 주어짐에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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