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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서비스 담당자와 통화 후, 신랑에게 열변을 토한 이유 - 부모가 된다는 것

· 댓글개 · 버섯공주

맞벌이로 지내면서 시간 대비 효용을 생각하며 결정을 내리는 사항이 많다. 요즘 나는 금전적인 부담보다 시간적 제한에 더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내가 시간당 벌어들이는 금액 대비 이 소비는 적정한가를 계속 고민한다. 그렇다 보니 내가 무언가를 직접 하는 것보다 전문가에게 맡길 때 더 효용이 크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지출한다. 

케어서비스 담당자와 통화 후, 신랑에게 열변을 토한 이유
케어서비스 담당자와 통화 후, 신랑에게 열변을 토한 이유

내가 자주 사용하는 가전에 대해서도 케어 서비스를 신청해 이용 중인 것들이 많다. 내가 꾸준히 관리할 자신이 없다면, 미리 전문 서비스를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임을 깨달은 것이다. 셔츠를 내가 직접 빨아 다리미로 다리는 시간보다 지하에 있는 세탁물보관함에 천 원을 투입하고 다음 날, 깔끔하게 다려진 셔츠를 받는 것도 시간 대비 효용을 따져 실천하는 것 중 하나다. 

얼마 전, 예약을 해 두었던 케어서비스 담당자 분에게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인가 했는데 본인의 어머니가 돌아가셔 차후 변경된 일정으로 예약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고객님. 제가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내일 예정된 일정대로 케어서비스를 해 드릴 수 없을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순간적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그저 조심스럽게 네...라는 대답만 내뱉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담당자가 예약된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일일이 돌려 예약 변경에 대해 양해를 구해야 한다니. 분명, 그 위 팀장급이 있을 텐데 그분이 대신해 줄 수는 없는 일이었을까.

부모가 된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

직장을 이직하면서 '팀장' 직책을 맡았다. 지금껏 '팀원'으로 일하다가 '팀장' 직책을 맡으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서점에 가서도 '팀장' 직책에 대한 책이 있거나 '리더'에 대한 책이 있으면 눈여겨 보게 된다. 직장생활을 그렇게 오래 했음에도 '팀장'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는지라 더 좋은 팀장이 되고픈 마음에 나 스스로가 애쓰는 중이다. 

요즘 회사 내 팀장으로서의 역할을 생각하던 와중, 케어서비스 담당자와 통화를 하고 나니 더욱 생각이 많아졌다. 팀원에게 좋은 팀장이 되는 것이 결국, 어쩌면 외부에서 봤을 때도 더 좋은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나만이 아니었을 거다. 장례를 최소 3일장을 치른다고 하더라도 3일간 예약된 모든 고객에게 모두 전화를 돌렸다는 것인데 그 사람들이 나와 같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까.

부담스럽다

어떤 말을 해야 하지

안타깝다 

다른 고객들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최소 직장생활을 해 봤거나, 해 본 사람이라면 '굳이 어머니까지 돌아가셨는데 그와중에 고객 연락을 이 사람을 시켰어야 하나?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경황이 없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엄마, 왜요?"

차 안에서 케어서비스 담당자와 통화를 하고 내가 열변을 토하며 신랑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뒷좌석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두 아이가 무슨 일인지 물었다.

그리고 아이의 질문에 순간적으로 든 생각, 나의 아이가 이런 근무 환경에서 일한다면 정말 마음이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돌아가셨는데, 여기 저기 직접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업무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전화를 직접 돌려야 하는, 그런 상황 말이다.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은 그저 '타인의 일'이었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니 어떤 이슈나 어떤 일이 생기면 단순히 '타인의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고 다방면으로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다. 

사람이 혼잡한 마트에서 다섯 살 남짓으로 보이는 어린 아이가 혼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냉큼 달려가 '부모님 어디 계시니?'하고 묻는 나를 보며 나 스스로가 놀랐다. 결혼하기 전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던 나의 모습이다. 이전 같으면 '어디 가까이에 부모님이 계시겠지'라고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지나쳤을 법한 일이다. 철저히 타인과 나를 구분 지었던 내가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두 아이의 부모가 되면서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직접적인 내 일처럼 관심을 가진다. 

예전같으면 관심이 전혀 없었을 전세계 어린이 후원금
예전같으면 관심이 전혀 없었을 전세계 어린이 후원금

결혼 전엔 그저 '타인의 일'이라 생각하고 선을 그었을 법한 일도 이제는 더 관심을 가지고 내 일처럼 생각하게 되는 건, 분명 우리 아이들 때문일 것이다.

나는 괜찮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상황이 없었으면 해서...

나는 괜찮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환경은 물려 주고 싶지 않아서...

나는 괜찮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사회를 넘겨 주고 싶어서...

부모가 되고 나니 이제서야 진심으로 사회를 생각하고 걱정하는 진정한 사회 구성원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신기하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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