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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VS 전업맘, 두 아이 워킹맘 1주일간 전업맘으로 지내보니

· 댓글개 · 버섯공주

1주일간의 여유가 생겨 워킹맘이 아닌, 전업맘으로서의 삶을 체험하고 있는 요즘. 새삼 느낀다. 워킹맘이건 전업맘이건 모든 엄마들은 위대하다고. 어머니가 나를 키우며 해 주셨던 것의 절반의 절반이라도 해 보자며 마음먹고 하려고 하는데 정말 쉽지 않다. 일단 새벽 5시면 눈을 떠야 하는데 눈이 떠지지 않는다. 신랑이 출근 준비를 하고 나설 6시 30분 조금 지나야 겨우 눈을 뜰뿐이다. 같이 맞벌이하는 입장이다 보니 피곤하다는 이유로 덜 챙겼던 부분을, 이제는 1주일 남짓이긴 하지만 집에 있는 와이프로서 신랑을 챙겨주고픈데 생각대로 되질 않는다. 그나마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켜 현관까지 배웅해 주는 정도? 신랑은 그저 더 자라며 토닥이지만 마지막 존심이 있다며 꾸역꾸역 일어나 현관까지 나선다.

"잘 다녀와요! 오늘 하루도 힘내요! 쪽!"

열심히 손 하트를 날리며 최대한 신랑을 격려해준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화가 나서 속으로 외쳐 본다.

'아, 내일은 신랑보다 내가 꼭 먼저 일어나야지!' 

하지만 알 수 없다.

과연 또 내일이 되면 어떤 마음일지.

출근하는 신랑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차려 주어야 하는데 말이다. 출근하는 신랑을 향해 얼굴 도장을 찍고 나면 본격적인 아침 일과가 시작된다. 아이들의 컨디션이 좋을 땐 굳이 내가 깨우지 않아도 먼저 일어나 품 안에 안기곤 하나, 그렇지 않다면 또 일어나세요! 를 여러 번 외쳐야 한다. 아침밥으로 제일 만만한 반찬이 계란 프라이와 김, 김치가 아닐까 싶다. 아이들의 아침밥과 반찬을 차려 준 후 아이들의 등원 가방 속 물품도 다시 확인하고 채워준다. 매일 물병에 물을 채워서 보내주는데 마스크를 끼고 있어 물을 자주 마시지 않는 건지 담아 놓은 물이 거의 고스란히 돌아오는 듯하다. 같은 유치원이면 같은 동선이니 어려움이 덜할 듯한데, 남매끼리 유치원이 달라 각기 다른 유치원 두 곳을 가야 한다.

두 살 터울의 남매 돌보기
두 살 터울의 남매 돌보기

어찌 됐건 두 살 아래인 여동생보다 오빠가 더 체력이 좋기 때문에 둘째를 먼저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첫째를 데려다준다. 첫날은 병설유치원 문 앞까지 데려다주고 둘째 날은 교문 앞까지, 셋째 날은 그보다 더 멀지만 차도는 아닌 길목에 데려다주었다. 물론, 아이들이 유치원에 잘 들어가는지 멀지 감치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첫째는 일곱 살이고 내년에 학교를 가니 미리 준비가 되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혹시나 딴 길로 세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곧장 유치원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아직 사춘기는 아니구나 했다. (아니, 당연히 사춘기 되려면 멀었지) 아이들을 등원시킨 후, 집으로 돌아와 세탁기를 돌렸다. 맞벌이를 할 땐 철저하게 분업화되어 빨래는 신랑이 했었는데 말이다. 1주일 남짓은 전업주부가 된 만큼 모든 가정일을 내가 책임지고 해보고자 했다. 빨래를 돌리고 건조기까지 돌린 후 빨래를 개어 서랍에 넣기까지. (비록 신랑만큼의 칼각은 아니지만 말이다) 단지 여기까지만 하는데도 시간이 꽤나 걸린다. 물론,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건조도 건조기가 하는 게 맞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시간이 꽤 걸린다. 세탁기에 빨래를 넣더라도 색깔별로 구분하여 넣어야 하고, 애벌빨래가 필요한 건 애벌빨래를 해야 하고 건조기에 돌려도 되는 건지 다시 확인하고 넣어야 하니 말이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거실 바닥이며 아이들 방 안에 놓여 있는 장난감과 책을 제자리에 넣는다. 아이들에게 늘 놀고 난 뒤 제자리에 두라고 가르치는데도 깔끔하게 정리되기란 쉽지 않다.

워킹맘 전업맘 육아일기
내 폰엔 아이들이 찍은 사진이 가득

정리하고 다시 다른 장난감을 꺼내어 놀기도 하고 이 책을 보다가 이내 다른 책을 꺼내 드니 말이다. 청소는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청소를 했는데도 청소한 티가 나지 않는 것은 덤이다. 왜 이렇게 수납이 잘 안 되는 것인가. 아이들의 책이 너무 많나. 아이들의 장난감이 너무 많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어서 빨리 내년이 되어 큰 평형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후 2시쯤이 되면 아이들의 하원을 위해 다시 유치원으로 향한다. 맞벌이 부부인지라 방과 후 과정까지 신청되어 있으나 대부분 아이들이 4시 이전에 모두 하원한다. 엊그제는 5시까지 방과 후 과정이라 생각하고 4시쯤 갔다가 첫째 아들 혼자 남겨져 있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랬다. 하원 시간이 늦어 죄송하다며 인사하는 내게 유치원 선생님은 ‘축복이는 학원 안 다녀요?’라는 질문을 남기시고. 허허.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이라도 학원이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다. 첫째 아들과 둘째 딸의 손을 잡고 유치원에서 멀지 않은 영어학원으로 향했다.

첫째 아들은 일곱 살이라 그나마 좀 더 체계적이고 규모가 있는 영어학원으로 보내고, 둘째 딸은 아직 다섯 살이라 해당 나이에 갈 수 있는 학원나 교습소가 몇 군데 없어 가능한 그저 다섯 살에도 다닐 수 있는 작은 보습 영어학원으로 보냈다. 방과 후 과정이라고 해도 엄마, 아빠가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봐줄 유치원은 없기에 학원은 어쩔 수 없이 필수 코스가 되어 버렸다.

아이들의 학업에 열정적이라기보다, 부모의 퇴근 시간에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보내는 학원이 되어 버린 것. 그래서 난 아이들에게 자주 이야기한다. "어학원 오늘 어땠어? 태권도는 어땠어? 혹시 다니기 싫거나 하기 싫으면 언제든지 말해. 그만두면 돼.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돼." 엄마는 진짜 한다면 하고, 안 하면 안 한다는 게 아이들에게 인지된 건지 함부로 가기 싫다거나 하기 싫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 난 아이들이 원치 않으면 굳이 돈 써가며 보낼 의향이 없다. (물론, 그렇게 되면 학원 대신 또 우리 부부가 퇴근할 때까지 어디로 뺑뺑이 돌려야 할 지 고민해 봐야 한다) 다행히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고 좋아하니 학원을 보내는 것.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문제는 아이들이 오히려 하기 싫다는 말 보다 하고 싶은 게 많다는 말을 많이 한다. 유치원에서 하원하고 학원으로 가기 전, 인근 상가 내에 위치한 토스트 가게를 들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일주스와 토스트를 사 주었다. 왜 두 아이를 하원 시키는데 1시간이나 소요되는 건지 의아함에 신랑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성인의 걸음걸이로 가도 10분이 소요되는데 한 아이를 하원 시킨 후, 그 아이의 손을 잡고 다시 다른 아이의 유치원으로 향하니 걸음걸이가 늦어 시간이 배로 소요되고 다시 또다시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들의 걸음걸이 속도로 학원으로 향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이해가 안 될 것도 아니라는 신랑의 말에 수긍이 되었다.

토스트 가게에서 아이들의 간식 타임이 끝나면 첫째와 둘째 아이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각기 다른 층에 있는 영어학원으로 보낸다. 같은 영어를 배우는 것임에도 나이 제한으로 인해 각기 다른 영어학원을 보내야 하다 보니 이 또한 꽤나 번거롭다. 한 시간 동안 영어 수업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둘째 아이 손을 잡고 집으로 하원을, 첫째는 영어학원이 끝나면 같은 층에 있는 태권도 학원으로 향한다. 태권도로도 체력이 남아도는지 축구도 배우고 싶다고 하는 첫째 아들. 반대로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둘째 딸. 여기서 확실히 남자아이와 여자 아이의 성향 차이가 드러난다. 다시 그로부터 한 시간 뒤 첫째 아이의 태권도 수업이 끝나면 둘째와 함께 첫째를 데리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아직 나이가 어려 혼자 집에 둘 순 없으니 하원 시간이 다르면 무조건 함께 이동한다. 그러니 당연히 시간이 더 소요된다. 두 아이가 같은 유치원에 다니거나 같은 연령대로 같은 학원으로 배치가 가능하면 좀 더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성보다는 동성이 좋아하는 것도 비슷해 좀 더 수월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허나 어쩌겠는가. 형제나 자매가 아닌 남매이고, 같은 유치원에 배정받지 못한 것을.

워킹맘이건 전업맘이건 엄마는 참 대단해
워킹맘이건 전업맘이건 엄마는 참 대단해

"마는 참 대단한 것 같아. 안 하다가 해서 그런 건지, 쉽지 않네. 카페에서 잠깐 두 아이를 기다리면서도 집안일 안 한 게 생각나서 초조하고. 집으로 먼저 가서 집안일을 하다가도 하원 시켜야 하는 아이들이 생각나서 시간을 계속 체크하게 되고. 다섯 살과 일곱 살, 두 아이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면서도 이리저리 통통 튀는 아이들 때문에 계속 긴장하게 되고." 

생각보다 촘촘하게 시간 계획을 짜고 이동해야 하다 보니 단순히 집안일을 하고 두 아이를 돌보는 것임에도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미 워킹맘으로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느꼈지만, 전업맘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엄마는 위대하다. 일 하는 엄마건,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건. 몸소 1주일 간 체험해 보니 더 많이 느낀다. 그리고 아마 난 또 이 경험을 토대로 회사에 가서 일하면서 좀 더 감사한 마음으로 회사생활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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