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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정리한 가계부를 돌아보며,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자

· 댓글개 · 버섯공주

내 나이가 어느새 마흔이다. (만 나이로 서른아홉) 나이에 대해 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가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며 주위에서 하나둘씩 결혼하기 시작하니 갑자기 빨리 결혼해야 할 것 같은 조급증이 생긴 적 있다. 30대에 접어들면서는 더 이상 20대가 아니라는 사실보다 주위의 변화가 두렵기도 했다. 친했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을 한다고 다들 떠나가니 말이다. 그 시기 즈음, 나도 연애를 하고 있던 시기인지라 정말 결혼을 해야 하는 건가? (결혼을 당시엔 하고 싶지 않았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렇게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바뀔 때 난 참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이번엔 3에서 4로 바뀌었다. 

20대에 정리한 가계부를 돌아보며
아이들은 어서 크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얼마 전, 은행을 찾았다가 대출상담부에 있는 직원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본 사이였고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는 사이였는데 어째서인지 직원분이 이런저런 사적인 이야기를 먼저 꺼내셨다. 처음엔 의아했으나,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알았다. 업무상 건넨 나의 신분증을 보고 같은 40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좀 더 친근하게 대한 것이라는 것을.

은행 직원분이 긴 생머리에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나는 그 분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요즘은 어떤 금융상품이 있는지, 어떻게 노후 준비하는지 그냥 자연스레 물 흘러가듯 대화를 나누었다. 매해 IRP는 여유자금이 생기면 가급적 700만 원은 채우려고 한다. 연말정산 때 세제 혜택을 누리기 위함이기도 하고 어쨌건 간접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니. 내 성격상 자산을 불리기 위한 용도로 직접적으로 주식 투자를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 은행 직원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도 40대에요. 이제 몇 년 뒤면 제 나이가 50이 되니,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오는 거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자금을 운용할지 고민 중이에요."

그분의 말 한마디에 뭔가를 세게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만으로 하면 아직 앞자리가 3이라며 빡빡 우기고 있다가 같은 40대의 은행 직원분에게서 '이제는 50이 다가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말이다. 애써 현실 부정, 아직은 30대야 생각하던 내게 현실 자각 몽둥이를 세게 때려 주시네.

매일 가계부를 기록하고 있다. 처음으로 월급을 받기 시작했던 2006년부터 매해 엑셀로 파일을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엑셀 파일을 열어보면 매월 내가 받았던 월급부터 부수입까지 정리가 되어 있고, 카드 지출과 공과금 등에 대한 지출이 정리가 되어 있으며 최종 월 잔액이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다.

20대에 정리한 가계부를 돌아보며
2011년 가계부 월급 항목

2016년 결혼을 하고 난 이후, 신랑 수입이 없을 때엔 더 타이트하게 지출 관리가 필요해서 지출 할 때마다 영수증을 빈 노트북 하나를 구입해 하나도 빠짐없이 모아 노트에 붙여 가며 정리하기도 했다. 별도의 가계부 따윈 필요치 않다. 그저 빈 노트 아무거나 집어 들고 정리했다.

20대에 정리한 가계부를 돌아보며
2016년 가계부 정리

예전 가계부를 열어보고 지금의 가계부를 열어 비교해 보면 확연하게 나의 수입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면, 늘어난 수입만큼이나 지출이 배로 늘어난 게 문제. 단순히 두 아이가 있어서 지출이 많다고 하기엔 그것만으론 설명되지 않는다. 정해진 소득 안에 좀 더 철저하게 아끼고 아끼며 돈 관리하던 내 모습은 어딜 가고, 어느새 이 정도면 적당한 욜로랍시고 대충 돈 관리하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20대에 정리한 가계부를 돌아보며
수입과 지출,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눠서 정리

내 나이 마흔. 내가 직장에 소속되어 직장인으로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은행에서 처음 만난 창구 직원분의 냉철한 이야기는 내게 꽤나 큰 충격을 준 듯 하다. 농담 삼아 '에이, 만으로는 30대야.'라고 우기지만 말고, 냉정하게 현실을 마주하고 앞으로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지. 우리 아이들은 아직 초등학교 입학도 하기 전인데. 

어쩌지. 우리 아이들은 대단한 먹보들인데.

다시 잠시 느슨해졌던 허리띠를 졸라 매고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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