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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6살 한글떼기, 남매 한글 공부 방법 홈스쿨 한글 가르치기

· 댓글개 · 버섯공주

코로나 확진으로 둘째 딸과 함께 1주일간 집에서 격리를 했다. (첫째 아들은 할아버지 댁으로) 드디어 오늘이 격리 해제일이다. 1주일간의 코로나 격리기간 내내 집 안에서 한 건 주기적인 환기, 집안 청소, 책 읽기, 한글 공부, 영어공부, 수학 공부... 혼자 TV 채널을 끄고 켤 줄 아는 둘째 딸은 종종 나보다 먼저 일어나 EBS 채널을 켜서 '한글 용사 아이야'를 보았다. 

어린 나이에 할아버지 댁에서 오고 가며 유튜브에 노출된 첫째 아들은 유튜브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다. 우리야 집에서 유튜브를 보여주지 않지만 근거리에 할아버지 댁이 있다 보니 유치원을 마치고 할아버지 댁에 가면 유튜브에 자연스레 노출되는 것. 신랑은 이에 대한 불만이 많다. 반면, 나는 그렇다고 맞벌이 부부인 우리가 할아버지 댁 찬스를 쓰지 않기 쉽지 않으니 집에서만이라도 노출시키지 않는 게 최선이라 말한다. 둘째 딸은 TV를 켤 줄 알고 자신에게 미디어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도 그리 집착하지 않는다. 리모컨으로 TV를 켜서 13번을 누르면 EBS가 나옴을 안다. 그리곤 주말에 엄마, 아빠가 본인보다 늦잠을 자고 있으면 본인이 보고 싶은 딩동댕유치원이나 한글 용사 아이야 등 1시간 남짓 봐야 하는 것만 보고 TV를 끈다. 

4세 한글 책읽기 교육
4세 한글 책읽기

"이제 공부 많이 했으니까 좀 쉴까?"
"아니, 이거 아직 많이 남았어요. 더 할 거예요. 여기도. 여기도. 여기도."

좀처럼 멈추지 않는 둘째 딸의 학습 의욕은 무척 신기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왜 이리도 열심인 건지. 아니, 되려 시키지 않기 때문에 열심인 건가. 다음해면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오빠와 상반되게 학습의욕이 대단하다. 심지어 한글, 영어, 수학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관심이 많다.

코로나 격리 1주일이 지났건만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탓인지, 혼자 공부하고 있던 딸의 뒷모습을 보다가 소파에서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딸은 3일 만에 완전히 회복한 느낌인데 말이다) 깨고 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딸은 여전히 같은 자세로 스티커를 붙이며 공부 중. 

4세 딸 한글 읽기
4세 홈스쿨 한글 책 읽기

왼손으로 연필을 잡아도 혼내지 않는 이유

시어머니는 종종 둘째 딸이 왼손으로 연필을 잡는다며 다시 오른손으로 잡으라고 알려 주시곤 한다. 어머님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지만 둘째 딸과 있을 때에는 어느 손으로 글자를 쓰건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다가 오른손으로 젓가락질을 하다가 번갈아가며 사용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역시 나는 나무라지 않는다.

4세 딸 한글 받아쓰기
4세 딸 왼손으로 연필 잡기

어째서인지 나는 청소년기보다 유년기의 기억이 더 또렷하다. 하물며 최근 몇 개월간의 기억보다 유년기의 기억이 더 많고 또렷하다 싶을 정도. 그리고 그 유년기 속 기억 한 켠에는 여섯 살 무렵 영어로 캐럴을 부르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잘 부르고 싶은 마음에 캐럴 영어 가사를 한글 소리 나는 대로 공책에 적어 놓았다가 친척 어른이 나의 노트를 발견하곤 '영어 공부는 이렇게 하는 거 아니야! 영어도 아니고 누가 이렇게 한글로 영어를 소리 나는 대로 써! 영어로 써야지!'라는 어른의 호통에 여섯 살 어린 마음에 '영어 공부는 어렵다'라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되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이리 선명한 것을 보면 내겐 꽤나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영어가 마냥 즐겁고 재미있었는데 그날을 계기로 영어는 어렵고 무섭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 만약, 영어를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적어둔 것을 보고도 그냥 흥미를 가진 것에 의의를 두고 그냥 두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는 길을 다양하다. 최종 목적지를 향해 A라는 길을 택할 수도 있고, B라는 길을 택할 수도 있다. 또는 A라는 길을 택했다가 B라는 길을 택할 수도 있다. 다만, 그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사람. 본인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A를 시도해 봤다가 B를 시도해 보며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딸의 영어 공부를 보고 최근 EBS에서 방영되는 한글용사 아이야를 보며 요즘은 어떻게 한글을 가르치고 영어를 가르치는지 보게 된다. 내가 어렸을 적에야 A(에이), B(비), C(씨)... 알파벳 우선이었지만 우리 아이들은 A를 보고 에이라고 읽기보다 '아'라고 먼저 읽었다. 한글을 예를 들면 ㅂ(비읍) 자를 보고 '비읍'으로 읽는 게 우선이었지만 이제는 '비읍'이 아니라 ㅂ(브)라는 소리를 내어 읽는다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춘다.

이토록 공부 방식이 변화했음을 느낀다. 이제 막 다섯살인 둘째 딸은 왼손으로 글자를 쓰다가 힘들면 오른손으로 연필을 바꿔 들어 쓴다. 자연스레 본인이 편한 방식으로 공부할 것이다. 

4살 6살 한글떼기
책을 좋아하는 아이

4살에 한글을 뗀 둘째 딸과 6살에 갑자기 한글을 뗀 아들

아이들이 한글을 잘 읽지 못할 땐 항상 내가 먼저 책을 읽어줬다. 안타깝게도 내가 부지런한 워킹맘이 아니다 보니 피곤하다는 핑계로 자연스레 세이펜을 손에 쥐어주는 때가 많았다. 그리고 이제는 한글을 잘 읽다 보니 그냥 책을 붙들고 줄줄 읽어 주기보다는 한 면은 내가 읽고 다른 한 면은 아이들이 읽도록 한다. 대신, 아직 문해력이 떨어질 수 있음을 감안해 읽고 난 후 다시 어떤 내용인지 간단하게 짚어주었다.

아이들 때문이 아니라, 나는 서점을 자주 간다. 격리 기간에는 주말마다 가는 서점을 가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학창 시절 이 정도로 책을 많이 읽었다면 뭐라도 됐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주 간다. 한 번 서점에 갈 때마다 6권 정도를 사서 1주일에 최소 2~3권씩은 읽는다. 문제는 근거리에 도서관이 없어 서점에 가서 책을 매번 사서 읽다 보니 책 값이 많이 든다는 정도? 그러나 책을 사는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 재테크 서적부터 시작해서 경영, 경제, 자기 계발, 실용서적 위주로 읽는데 책을 읽고 삶에 적용하면서 얻은 게 어마어마하게 많다. 성인이 되어 직장 생활하며 월급 벌 줄만 알았지, 근로소득 외의 자본소득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던 내가 책을 읽고 실천하며 삶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서점에 가면 너무나도 많은 멘토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서점을 계속 가게 된다. 내가 책을 고르는 동안 신랑은 아이들을 데리고 아동서적 코너로 가 아이들의 책을 함께 골라준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읽고 싶고 보고 싶은 책을 고르는 것에 대해 어른의 시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스스로 보고 싶고 읽고 싶은 것을 고르게 한다. 둘째 딸이 네 살에 한글을 떼고 동화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둘째 딸은 어떻게 한글을 배웠지 싶을 정도로 자연스레 한글을 배운 반면, 첫째 아들은 유튜브를 비롯한 미디어에 일찍 노출이 되어 한글 배움에 전혀 뜻이 없었다. 여섯 살이 되어서야 본인이 좋아하는 포켓몬 카드를 읽기 위해, 그리고 서점에서 산 포켓몬 도감 책에 등장하는 포켓몬스터, 기술, 진화 능력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급진적으로 한글을 익혔다. 한글을 익히는 과정만 보더라도 첫째 아들과 둘째 딸의 성향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아들한테는 억지로 뭔가를 '해라'는 말은 하면 안될 것 같아. 딸은 하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것 같고. 아들이건 딸이건 하고 싶어 하는 걸 하게 하자. 최대한 우리는 관여하지 말자."

엄마는 스도쿠 딸은 한글공부

엄마는 옆에서 스도쿠 할게

나는 심심할 때면 스도쿠를 한다. 스도쿠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나의 쉬는 타임은 주로 이렇게 두 타임으로 나뉜다. TV를 보더라도 상당 시간 내 손엔 책이나 스도쿠가 들려 있다. 주로 보는 예능 방송만 챙겨 보고 우리 집 TV는 거의 항상 꺼져있다. (왜 TV를 샀을까 싶을 정도) 예전엔 주말이면 TV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참 많았다. 주중에 못 본 예능이나 드라마를 몰아봐야 했고 주중에 일하느라 지친 심신을 TV를 통해 보상받는 느낌이랄까.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연스레 TV와 멀어진 것 같다.

회사 생활하면서도 PC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고 주로 디지털 문서 처리를 하다 보니 손에 연필이나 펜을 쥐는 시간이 많지 않다. 뭔가 아날로그적 감성이 그립다랄까. 스도쿠를 하면 연필을 쥐고 사브작 사브작 써 내려가는 느낌이 너무 좋다. 스도쿠를 하고 있으니 옆에서 아이들이 와서 자기가 하겠다고 연필을 빼앗아 가곤 한다. 스도쿠가 어떤 원리인지 설명해주고 숫자를 채우라고 하니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한참을 골몰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4세 한글 공부 영어 공부 자녀 교육 방법
엎드려서 해도 책상에서 해도 괜찮아

아이들이 연필이나 색연필 등을 손에 쥐고 뭔가를 할 땐 나도 항상 연필을 쥔다. 한글 쓰기를 하겠다고 때론 책상에 앉아, 때론 바닥 테이블에 앉아, 때론 엎드려서 스스로가 연필을 쥐고 끄적인다. (이 또한 책상에서 하건 식탁에서 하건 엎드리건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럴 때면 난 옆에서 연필을 쥐고 스도쿠를 하거나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는다. 아이들이 궁금한 게 있어 질문하면 언제든 답할 준비를 하고.

격리 기간 동안 좋았던 점은 더 살갑게 붙어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점. 이제 월요일부터 다시 출근하고 아이들은 유치원에 가게 된다. 일상으로의 복귀라 설레기도 하는데 이제 다시 맞벌이 부부로서 워킹맘으로서 아이들을 저녁 늦게서야 볼 수 있다는 점이 아쉽다.

내가 자녀 교육이나 육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이유는 '할 아이는 한다' '될 아이는 된다'는 믿음 때문인 것 같다. 신랑도 스스로 본인이 학업에 뜻이 있어 기어코 S대를 간 것처럼, 나 또한 내가 직접 가고 싶은 학과를 선택해 진로 결정을 한 것처럼 할 아이는 스스로 한다는 논리다.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하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지, 왼손으로 잡는 것 아니다, 오른손으로 잡아라, 엎드려서 책 보지 마라, 바른 자세로 앉아라 등과 같은 부수적인 발언으로 아이의 집중력과 의욕을 꺾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 주말이 남았으니 남은 주말,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애써야지. 오늘의 육아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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