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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인대파열수술 그 후, 내가 꾸준히 운동하는 이유

· 댓글개 · 버섯공주

두 아이를 육아하며 이런 저런 일을 많이 겪었지만 가장 많이 좌절했던 순간이 바로 발목인대파열 수술 이후 못걸었을 때이다. 9개월 된 둘째 딸을 안고 보도블록 공사가 덜 마무리된 곳을 지나가다 발목인대가 90% 파열되었다. 이로 인해 의사선생님의 권유로 발목인대수술을 했다. 문제는 발목인대수술 자체가 아니었다. 발목인대파열로 수술을 하고 난 이후, 오랜 시간 침대에 누워 지내다 보니 허리 근육이 많이 약해졌고 목발에 의존해서 움직이는 생활을 하다 보니 몸의 균형도 깨져 있었다. 하필 둘째를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에 발생한 사고라 더 몸에 무리가 갔던 것 같다.

발목인대파열수술
발목인대수술 직후

발목인대파열 수술, 수술비 입원비 걱정과 밀린 회사일 걱정만 가득

아픈건 둘째치고 당장 내가 이렇게 아파서 누워 있으면 육아는 누가 어떻게 할 것이며, 회사 업무는 어떻게 할 것이며, 수술비와 입원비, 치료비는 어떻게 감당하나. 이런 저런 생각에 입원실에 앉아 수입과 지출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입되어 있는 보험과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금 등을 계산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난 나의 건강보다 돈과 회사업무 등 신경써야 할 거리가 많았다.

발목인대파열수술후기

다행히 병원에선 발목 수술은 잘 되었고 겁을 먹지 않고 재활치료만 꾸준히 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곧장 퇴원 후, 일상생활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는데 퇴원 후 집으로 향하던 택시 안에서 몸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앉아 있지도 않았는데 허리가 너무 아파 엉엉 울었다. 앉아 있는게 이렇게 고통스럽다니. 

오롯이 나의 건강에만 집중했던 3개월

좁은 택시 안, 누워도 허리가 아팠고, 앉아도 허리가 아팠다. 곧장 신랑에게 몸이 좀 이상한 것 같다며 부랴부랴 인근 한방병원에 재입원했다. 돈 걱정만 하며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다가는 이대로 큰 장애를 안고 살 것만 같아 무서웠다. 받을 수 있는 모든 치료는 다 받고자 했다. 그렇게 3개월 정도 한방병원 신세를 졌다. 처음이었다. 돈 걱정, 회사일 걱정, 육아 걱정을 내려 놓고 오롯이 나의 몸 상태에만 집중한 건.

한 달 정도 입원을 했음에도 여전히 난 허리가 너무 아파 누워 있지도 앉아 있지도 못하고 애먹고 있었다. 걷고 싶어도 오른쪽 발목 인대 수술로 인해 자유롭게 걸을 수가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눈물이 절로 핑 돌았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일어나 아픔을 무릅쓰고 혼자 병실에서 유튜브를 찾아 보며 재활치료를 했다. 치료 스케쥴표대로 정해진 도수, 물리치료, 감압, 견인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못지 않게 나 스스로 이 상황을 이겨내고자 애를 썼다.

발목인대파열수술

특히 도수치료는 한 번 받을 때마다 비용이 훅훅 나가다 보니 선생님께 이런 저런 질문을 많이 하고 알려주시는 운동법을 최대한 많이 반복해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썼다. 두 발로 걷는 게 너무나도 당연했던 나였는데 어떤 자세로 어떻게 걷는게 옳은 건지 다시 차근 차근 배우기 시작했다.

도수치료 물리치료

점심시간을 할애해 운동 하는 이유

3개월의 입원 치료. 완치라고 하기엔 여전히 엉거주춤 걷고 있었지만 이대로 계속 병상 위에 있는다고 나아질 것 같지는 않아 과감히 퇴원 수속을 밟았다. 그리고 회사에 복귀함과 동시에 인근 헬스장을 끊었다. 개인 PT와 함께. 사실 회사와 집의 출퇴근 거리가 2시간 남짓이라 운동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점심시간에 운동하는 것이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야, 다이어트 때문에 점심까지 굶어가며 운동을 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건강의 소중함을 깨우친 내 입장에선 남들이 뭐라고 하건 내 살 길을 모색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는 운동할 시간이 도저히 나질 않으니, 내가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라곤 점심 시간 밖에 없었다.

보험 서류 문제로 오랜만에 한방병원을 방문했던 그 날, 멀쩡하게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내 모습을 보고 간호사가 깜짝 놀라던 그 표정이 아직 생생하다.

"어머, 어떻게 된 거에요? 괜찮아요? 이제 잘 걷네요?"

입원할 때만 해도 목발에 의존해 겨우 걷다시피했고, 코어에는 힘이 없고 좌우 밸런스는 깨져 있었고. 퇴원하던 그 날도 절뚝이며 퇴원했으니 놀랄 만도 하다. 나 또한 이렇게나 빨리 멀쩡하게 걸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 

"에이, 저 이제 60Kg 무게도 치는 걸요?"

웃으며 이야기 하니 간호사가 무척 당황해했다. 이후로도 줄곧 '다이어트'가 목적이 아닌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하고 있다. 이왕 살도 좀 팍팍 빠지면 좋긴 하겠다만은. 내게 있어 그저 두 발로 땅을 딛고 걸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나도 감격스럽다. 내가 입원할 때만 해도 두 아이는 무척 작았는데 3개월의 긴 입원 치료를 마치고 마주하니 두 아이는 나보다 훨씬 더 잘 걷고 잘 뛰었다.

워킹맘육아일기 걷는 다는 것
걷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 되었다

한 때 잘 뛰고 잘 걷는 두 아이를 보며 신랑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나도 잘 걷고 싶다고.

이제는 누가 봐도 인대파열로 발목 수술을 했었는지 디스크 환자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잘 걷고 잘 뛴다. 최근 필라테스 선생님께 발목 파열로 인해 발목인대수술을 했고 디스크 환자라고 이야기를 하니 깜짝 놀라셨다. 목발이나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내겐 꿈 같다. 허리 통증이 심해 눕지도 앉지도 못했었는데 말이다. 

다시는 그러한 사고를 당하지 않으려면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하고 꾸준히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현재는 자가격리 중이라 밖으로 나가 운동을 할 순 없지만, 다시금 '건강'에 대해 자각하고 신경쓰기 위해 이전의 기억을 소환해 끄적여 보았다.

관련 글 보기 >> 아이를 떨어뜨리지 않으려다 인대파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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