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태어나(응?)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살았는데요. (응? 그래서?) 그 동안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기존의 편견과 잣대를 변화시킨 분들이 있습니다. 같은 여자로서 말이죠. 덕분에 연애관도 많이 바뀌었고, 사람을 보는 기준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한번쯤은 저를 자극시켰던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지라 끄적이게 되었네요.
강렬한 붉은 색상의 매니큐어, 블랙 매니큐어, 파스텔톤의 다양한 형형색색의 매니큐어.
"어떤 색상의 매니큐어가 더 예뻐 보여?"
명동의 길 한복판에서 매니큐어 색상을 놓고 고민하는 여고생을 보면서 나도 저 나이 때는 그랬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뭔가 더 치장하고 꾸며야만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
어른들이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예쁘고 보기 좋다. 지금은 내가 하는 말이 와 닿지 않겠지만, 화장하지 않은 그 모습이, 염색하지 않은 그 머리가,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은 그 손톱이 예쁘다."라는 말씀을 해 주셨지만, 그땐 그 말이 크게 와 닿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른들의 말에는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다가 한 친구를 만나면서 '미'의 기준이 확 바뀌었습니다.
그녀는 항상 일반 티슈 하나와 물티슈를 항상 소지해 다녔습니다. 그렇다 보니 어느 상황에서건 급하게 화장지가 필요한 상황이면 그녀를 찾게 되더군요.
손을 씻으면 늘 핸드크림을 손등뿐만 아니라 손톱 끝부분까지 확실하게 바르고 늘 손톱 길이는 길지 않게, 단정하게 자르고 다녔습니다. 그녀가 곁을 지나갈 때면 향수 냄새가 아닌, 베이비로션과 향긋한 샴푸 향을 풍기는 그녀였습니다.
수업 중, 의자에 앉아 있어도 습관적으로 다리를 꼬는 행동은 의지적으로 자제하고 항상 바른 자세로 앉았습니다. 다리를 꼬지 않고 바른자세로 앉으면 다리도 더 예뻐지고 살이 덜 찐다는 말에 같은 반 친구들이 그녀를 따라 다리 꼬지 않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잠깐 책걸상에 앉았다가 일어나더라도 옷 매무새를 다시 정리하고, 단정하게 보이려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이 고등학생이었던 당시 제 눈엔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녀로 인해 꼭 화려한 색상으로 치장하지 않아도 '무색'으로도 '무취'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구나- 라는 생각도 갖게 되었고요.
"네. 없는데? 왜요?"
"어떻게 서른이 될 때까지 명품 가방 하나 없어?"
"..."
"이런 결혼식에 올 때는 명품 가방 하나 근사한 걸로 매고 와야 급이 맞지. 왠만하면 하나 사."
"아..." -_-;; (뭥믜)
일명 상위층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이런 자리에선 명품 가방 하나 들어줘야 한다는 말에 멍-해졌습니다. 명품 가방 없인 참석 못하는 결혼식인가.
한참 씩씩거리고 있던 찰라, 오늘 결혼식 주인공의 여동생이자 제가 닮고자 했던 그 친구가 참석했습니다. 서른이 되어 다시 만난 그녀는 여전히 단아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명품 가방을 들지 않아도, 명품 옷으로 치장하지 않아도, 짙은 화장을 하지 않아도 그녀 자체가 보석처럼 빛나 보였습니다.
"나 고등학생 때, 지은이 처음 봤을 때도 그런 생각했어. 수수하면서도 너무 예쁜 아이라고."
"진짜? 나도!"
"외모를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동을 가꾼다고 해야 하나?"
"그치!"
화려한 화장이나 옷차림이 아닌 수수한 모습에서도 단정하고 깔끔하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예시 같았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아도 그녀는 아름다울 것만 같습니다. 외적인 화려함이 아닌, 내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법을 잘 아는 그녀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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