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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만의 통화, 남자친구의 잔소리가 고마운 이유

· 댓글개 · 버섯공주

 

지난 한 달 간, 회사일로 바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파악할 틈이 없었습니다. 새벽에 집에 들어와 새벽에 잠들기를 반복한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남자친구와도 1주일 가까이 데이트는커녕 연락도 제대로 하지 못한 듯 합니다.

 

서로가 아무리 바빠도 1주일에 꼭 한번은, 오가며 잠깐이라도 지하철에서 만나 왔던 터라, 이번 일은 우리 커플에게 무척 드문 일입니다. 이제야 좀 여유가 생겨 남자친구에게 1주일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네가 전화하네. 계속 내가 전화했었잖아. 이제 좀 한가해?"
"응. 정말 바빴어."
"그 동안 별 일 없었어?"
"음, 아! 별 일 있었어. 글쎄, 회사에서 말이야."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이지만, 남자친구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멋있고 반갑습니다.

 

연애,남녀심리

 

그간 말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할 수 없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위해 입을 놀리려는 순간, 남자친구가 제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아! 그거 봤어? 토막살인?"
"아니. 그게 뭐야? 못 봤어. 아, 근데 나 먼저!"
"아, 뉴스 못 봤어?"
"응. 뉴스 못 봤어. 근데, 나 먼저 말하고… -_-…"
"중요한 거야. 뉴스 못 봤지? 그게 뭐냐면..."

 

-_- ( 나 먼저 말하고 싶어…)

 

제 남자친구는 평소엔 무척 과묵한 편인데 저와 마주할 때면 늘 수다쟁이가 됩니다. 저도 평소엔 말이 없지만, 남자친구를 만나면 수다쟁이가 됩니다. 그만큼 서로에게 편안함을 느낀다는 뜻이기도 하죠.

 

오랜만에 통화를 하는 것인만큼, 저에게 발언권을 먼저 양보해도 될 법한데, 남자친구가 자꾸만 먼저 이야기하려 합니다.

 

그나저나. 대체 여자친구의 심경 변화보다 중요한 말이 뭐지. 뉴스 기사가 나보다 중요한 거야? 흥!

 

회사일로 속상한 일이 있어 남자친구에게 털어 놓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뉴스 기사 이야기를 하는 남자친구가 살짝 얄미워지려던 찰라였습니다. 그렇게 속으로 잠시 궁시렁 거리고 있던 찰라, 남자친구가 "위급한 상황엔 112가 아니라 차라리 119로 신고해야 돼. 112는 위치추적이 안돼." 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강도, 강간, 살인, 성폭행, 성추행 등등. 이런 저런 범죄 현장을 목격하거나 상황에 처하면 당연히 112지. 왠 119?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112는 위치추적이 되지 않는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전 처음 알았습니다)

 

* 119와는 달리 112는 본인의 동의를 얻어야 위치추적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시간에 쫓겨 TV나 신문, 웹으로 접하지 못했던, 수원 살인사건에 대한 정황도 이 날, 남자친구를 통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제가 하려고 했던 말이 너무 하찮은 이야기가 될 만큼, 수원 살인사건은 제게 너무 큰 충격이었습니다.

 

연애,남녀심리

 

"나 말 다 했어. 이제 너 말해. 회사 뭐?"
"아… 아, 그게 뭐냐면 회사에서…"
"아, 근데 요즘 길 험하니까 조심해서 다녀. 최대한 사람 많이 다니는 큰 길가로 다니고. 알았지?"
"알았어. -_- 아, 그러니까, 음. 회사에서…"

 

전 회사에서 바쁜 시간을 보내며 남자친구에게 고자질 할 거리만, 투정거리만 잔뜩 기억해 뒀는데, 남자친구는 이런 저런 뉴스거리를 보면서 제 걱정을 잔뜩 했나 봅니다. '헉! 세상에 저런 일이! 버섯에게 이건 꼭 알려줘야겠다' 라며 말이죠.

 

"내가 먼저 말할 거야!" 라는 저의 장난 섞인 말에 진지함을 보태 "내가 먼저! 이건 꼭 기억해둬! 중요한 거야!" 라며 걱정하던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아직까지 귓가에 맴도는 듯 합니다.

 

통화내용은 (수원 토막살인사건으로) 심각한데, 아껴주고 걱정해주는 남자친구 덕분에 마음은 너무나도 따뜻했습니다.

 

+ 덧)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명복을 빕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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