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해 다이어리를 쓰고 있다 보니 4년 전에 쓰여진 다이어리의 한 글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익숙한 뒷모습. 분명 그 사람이다. 와. 진짜 세상 좁다. 어쩌지? 아무래도 다음 정류소에서 내려야겠다. 그래. 왜 그런 생각을 했던걸까? 참 웃음만 나온다. 참 한심하다. 왜 내가 죄 지은 사람 마냥 도망 치듯 그 버스에서 내린 건지.
오래전의 일임에도 당시의 상황이 또렷하게 기억이 납니다. 후배들과 녹두거리에서 약속이 있어 버스를 타고 가다가 버스 안에서 이전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꼭 닮은 사람을 본거죠. 뒷모습이 너무나도 닮아, 당시에는 '혹시, 그 사람인가??' 가 아닌, '그 사람이다!' 라고 단정지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혹시나 나를 알아보진 않을까? 이미 나를 눈치 챈 건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에 마구 휩싸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이 버스 안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만 한 가득 이었습니다.
내려야 할 정류소가 아님에도 부랴부랴 다음 정류소에 내리려고 하는 순간, 제 옆으로 다가서는 한 남자의 실루엣. 그 남자입니다. 분명히!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 모르는 척 피해야 하는 걸까?
이런 저런 온갖 생각이 머리 속을 헤집고 다니던 찰라, "내리실 거에요?" 라고 묻는 그 남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보니 전혀 모르는 낯선 남자이더군요. 그저 키와 헤어 스타일만 조금 닮아 있었을 뿐.
헤어진 지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와 함께 거닐었던 길을 우연히 지나가게 되면 혹시라도 마주치진 않을지 걱정하는 제 모습을 보니 참 한심하더군요. 그만큼 사랑의 시작은 어느 순간 갑작스레 시작되는 반면, 사랑의 끝은 그 끝을 알 수 없게 희미한 듯 합니다.
예상과 달리 서로 너무나도 태연하고 떳떳한 표정으로 마주섰습니다. 4년 전까지만 해도 헤어진 그 남자를 혹시라도 우연히 라도 마주치게 되면 어떤 표정과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걱정했었는데 말이죠.
"어, 안녕? 어."
"응. 잘 들어."
헤어진 남자가 여자 주인공을 붙잡는 그런 시나리오를 그리면서 말이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렇게 계속 될 것 같던 드라마는 종결되었습니다.
그 남자와 헤어지고 나서 좀처럼 마음을 잡지 못하고 힘들어 할 때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는 주위의 말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고, 달콤한 초콜릿을 건네며 초콜릿이 최고지! 라고 격려해주던 선배 언니의 말도 그 순간뿐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비슷한 사람을 봐도 움찔 움찔 놀라고 죄 지은 사람 마냥 도망 다닌 것을 보면 그 모든 것이 그 남자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었죠. 전혀 도망칠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죠. 결국 시간이 답
그런데, 시간이 어찌 어찌 흐르고 흘러... 정말 신기할 정도로 시간이 해결해 주더군요. 그리고 또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나가기도 하면서 말이죠. (솔직히 시간이 해결해 준건지,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그 아픔이 아문건지 모르겠습니다.)
좋아했지만 헤어진 남자(여자)도, 한 때 좋아했던 남자(여자)도 결국 같은 의미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헤어진 것에 초점을 맞추느냐, 좋아했던 것에 초점을 맞추느냐의 차이죠.
제가 한 때 좋아했던 사람. 헤어짐을 예감하는 순간부터 하루하루가 얼마나 지옥이었는지 모릅니다. 노래가사처럼 또 어찌나 그 예감은 그리도 정확하게 적중하는지 -_-;;
어느 한 분이, 이별예감으로 고통스러운 날을 보내고 있다며 메시지를 남겨 주셨더군요. 한 시간이 하루 같고, 지옥이 따로 없다는 그 분의 말에 이전의 그 아찔했던 순간이 떠올라 주절거려 봤습니다. 이왕이면 그 이별예감이 제대로 빗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거기까지가 인연의 끝이라면 서로가 느끼는 감정도 똑같이 거기까지가 끝이면 참 좋을 텐데, 역시, 사람의 감정은 어려운가 봅니다.
힘내세요.
"오빤 헤어진 여자친구 우연히 만난 적 있어?"
"아니. 난 네가 첫사랑인데?!"
"아, 그치! 나도 오빠가 첫사랑이야! 알지? 으흐흐."
서로가 뻔히 알지만 모르는 척. 혹은 아닌 척 넘어가는. 이게 사랑인가... 봅니다.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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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참 저도 예전에 이랬던적이 여러번 있는데.................
꽤...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예전에 사귀었던 사람 우연히 만나면...어떻하지?...뭐 이런 상상하면서, 혼자 시나리오 다 쓰고...뭐 그러고 놉니다^^*ㅋ
닉네임을 Samsungcard에서 삼성카드블로그지기로 바꾸었답니다^^
왠지 씁쓸하네요ㅋㅋ
저도 3년을 만난 남자친구와 헤어지고나서 3개월반만에지금 만나는 남자친구를 만났습니다.
스스로의 감정도 추스리지 못하고 만난터라 버섯공주님같은 감정 정말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지금 남자친구도 많이 힘들어했고, 그런 감정은 일년쯤 넘게 가더라구요 ㅠㅠㅋ
이젠 정말 생각나도 미소지어질만큼 괜찮아졌지만,
이별은 정말 힘들고 익숙해지지가 않네요
하, 같은 학교라서 얼굴 안보고 살 수도 없구요 ㅠㅠㅠㅠ
정말 시간과 새로운 사랑이 답인것 같아요 ^^;;;;
시간이 약이라는 글을 보니까 인생을 살면 살수록

진리를 깨닫는다는게 신기한것 같아요 우왕+.+
역시 드라마나 영화같은 인생은 없는거구나........흑
시가폐인이던 전 시가를 볼때만은 길라임에게 빙의됬었는데(섬뜩;
시간이 약이라는 말..참 무서운거 같습니다...ㅎㅎㅎ
하지만 예전 만났던 남자친구를 그리워하고
그런 고민을 했던 것조차 사랑이 아닐까요...
사랑 참 어렵네요 정말!
즐거운 하루보내세요!!ㅎㅎ
시간이 답이죠 ㅎㅎ
저도 마주친다면? 하는 생각이 있긴 한데 뭐, 어쩌겠어요~
정말 어색할꺼 같아요ㅋ
전 인사도 안하고 그냥 확 가버릴듯^^;;
정말 만감이 교차할꺼 같네요ㅎㅎ
+덧에 이런 폭풍 염장이 있다니요!
전 실제로 그런 경험이 없지만, 있다면... 모르는 척 할 것 같아요..^^;;;
저두 비슷한 경험이...
이전에 사귀던 사람의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는...
참 기분이 묘하데요...
전 헤어진 경험이 없어서...
하지만... 제 친구는.. 기겁하고 도망갈 듯 싶어요...
헤어진지 몇년이 지났는데 툭하면 스토커짓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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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헉. 스토커;;; 정말 도망갈만 한데요?
ㅎㅎㅎ, 가끔은 저도 헤어진 연인을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일단 초등학교 친구부터^^ㅋㅋㅋ
저는 가끔 헤어진 연인을 만나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한번 보고 싶고... 궁금하지만... 연락할 용기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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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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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여자친구분이 마음이 많이 떠나신 상태인 것 같아요. 그래도 한 번 더 마주하기로 하셨다고 하니 정말 마지막 기회인 것 같다는 느낌도 드네요.
말이 어눌하다고 하시니 일단 편지를 준비해 보세요. 직접 자필로요. 그리고 얼굴을 마주하시고 가장 먼저 편지를 건네시고 솔직하게 이야기 하세요. 내가 말에 약하다. 그래서 편지로나마 내 진심이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썼으니 나중에 꼭 읽어 보면 좋겠다. 라고.
그리고 만날 때도 사람이 많이 오가고 번잡한 곳 보다는 조용한 카페나 인적이 드문 찻집에서 만나는게 좋을 듯 합니다.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요.
편지 꼭 따로 준비해서 가져가세요. 말이 약하면 약할수록. 자칫 그녀를 붙잡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말실수를 할 수도 있거든요. 짧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마주친적은 없지만 마주치게 되면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할지 모르겠지만
헤어지고 나서도 잘 살고 더 멋져졌다는걸 보여주고 싶네요
헤어진 후에 더 자신을 가꿀려고 노력해서 나중에 만나더라고
나와 헤어진걸 후회할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할껍니다
얼마전 헤어진남자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두달전 헤어졌지만..친구로 지나자던 여자..
하지만 난 남자친구생기면 연락안한다고했다.
그리고 며칠전 그여자 남자친구 생겼단다.
난 연락안하고 있지만...이제야 정리된거 같고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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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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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클쓰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무리그래도 직접마주치기는 싫을꺼같애요 왠지모르게 -0-..
처음에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는데.. 그것마저도 그냥 익숙하게 되더라구요. 인사도 하구요.. 참 신기하죠, 시간이라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