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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던 사람과 결혼해 보니, 결혼하니 좋은 점 - 결혼은 존경하는 사람과 하세요

· 댓글개 · 버섯공주

퇴근해야 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자리를 쉽게 일어서지 못하는 이유는 제게 이렇게 시간이 주어지는 날이 드물기 때문이겠죠. (두 아이를 키우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공연 가 본지 어언 @나도 공연보고파

회사 복지 차원에서 매월 특정 요일에 한 해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 하도록 장려합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드물게나마 활성화 되었다는 점과 더불어 회사에서 주는 가장 큰 복지인 것 같아요. 모두가 퇴근한 시간, 오랜만에 회사에 홀로 앉아 끄적여 봅니다. 

신랑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새코미는 내가 가질래야 가질 수 없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너무 좋아." 라고 말이죠. 신랑의 애칭이 새코미 입니다. (전 달코미에요) 하하하.

이제는 결혼식도 따라나서는 아들 #첫째 아들

어렸을 때 부터 예의에 대한 교육을 철저하게 받아 온 영향인건지, 타고난 제 성향인지 알 수 없습니다. 타인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것을 상당히 껄끄러워 합니다. 마찬가지로 타인에게 어떠한 목적이 있어서(업무상이건, 다른 이유에서건) 다가가 요구하는 것에 대해선 어려움이 없으나, 목적 없이 먼저 다가가는 것을 어려워 합니다. (가령 '날씨 좋죠?' 와 같은 질문은 닭살 돋아서 절대 못해요)

난 절대 못하는 '부탁', 부탁 VS 민폐 - 난 왜 부탁이 어려울까?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 그러하듯, 아이들의 등하원은 전쟁과 같습니다. 출근 전 등원시키랴, 퇴근 후 하원시키랴. 어린이집의 선생님도, 유치원의 선생님도 누군가의 부모일수도 있고 나와 같은 근로자라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빼앗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늘 바쁩니다.

모두에게 똑같은 공간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

어린이집 야간선생님의 근무시간은 저녁 7시 30분까지 입니다. 첫째를 먼저 픽업하고 둘째를 픽업하기 위해 어린이집으로 향할 때면 늘 조바심이 납니다. 이 날은 겨우 20분에 맞춰 어린이집 문 앞에 도착해 둘째 축복이 하원에 성공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을 돌봐주시기에 그나마 이렇게 맞벌이로 직장생활이 가능한거겠죠. 정말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선생님의 퇴근 시간 10분 전에 겨우 하원 시켰다고 안심하고 뒤돌아 나와 차에 타는 순간,

띠로리-

"엄마 나 쉬마려워."
"...아냐. 조금만 참아봐. 지금 다시 어린이집 들어가기엔 좀 그래. 선생님 퇴근시간인데."

쉬가 마렵다고 하는 딸과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둘째가 쉬를 할 장소를 찾는 제 모습을 보던 가만히 보던 신랑은 고민도 없이 딸의 손을 잡고 다시 공동현관에 서서 어린이집 선생님을 호출했습니다.

"너무 죄송한데, 딸 아이가 쉬가 마렵다고 하네요."

정말 별 것 아닌 일인데, 제겐 너무나도 어려웠습니다.

'부탁'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도 같은데 제겐 '부탁'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 같아요. 또 어느 날은 신랑 없이 혼자 약국에 가서 약을 처방 받아 가지고 왔습니다. 봉투를 열어보니 역시나 약병은 하나더군요.

"이것봐. 또 약병을 하나만 넣어주셨어."
"약사님께 이야기 하지 그랬어. 하나만 더 달라고."
"그러고야 싶지. 그러고 싶은데... 난 그게 참 어려워."

집 주변에 있는 분식점이며 편의점이며 정육점이며 어떻게 그렇게들 신랑의 얼굴을 알아보고 서비스를 두둑하게 챙겨주시는건지 신기합니다. (전 그런 경험이 한 번도 없는데 말이죠)

"짜잔. 이것 봐. 사장님이 단골이라고 서비스로 한 팩 더 넣어주셨어."

늘 사교성 있게 먼저 나서서 밝게 인사하는 신랑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인사야 저도 할 수 있지만, 신랑은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입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업무적으로 상대방을 대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 정정을 요구하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 있는데, 사교를 목적으로 한 관계나 친분을 쌓기 위한 인사를 건네는 건 제겐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사람마다 각자 자신 있는 분야가 있고 그렇지 못한 분야가 있는 것 같아요.

 

 

신랑은 부동산에 가서도 날씨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요즘 부동산의 분위기나 흐름에 대해 부동산에 계시는 실장님과 거침없이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분명, 부동산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본인은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니 옆에서 가만히 듣기만 하겠다고 했었는데 말이죠.

실제로 부동산에 대해서는 신랑보다는 제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랑과 부동산 실장님과의 대화를 들으며, 부동산에 대해 잘 알고 모르고 보다 중요한 것은 '대화를 이끄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희가 아무리 부동산에 대해 잘 안다고는 하나, 이 지역에 대해서는 그 부동산 실장님이 더 잘 아실테니 말이죠. 

신랑은 본인만의 대화를 이끄는 능력으로 부동산 실장님을 통해 중요한 정보를 끄집어 내는 느낌이었습니다. 부동산 명의는 제 명의로 매수했으나 부동산 실장님은 이후, 신랑을 통해 부동산 정보를 문자로 종종 보내주셨습니다. 

 

부동산은 전문가에게 #수서역세권개발부지

 

아무래도 부동산 실장님껜 신랑의 마지막 멘트가 뇌리에 박히신 듯 합니다.

"일 처리 너무 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세 만기 때도 실장님께 부탁드릴게요.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부동산 계약부터 은행 업무, 잔금처리 등 실무는 제가 다 하고 명의 또한 제 명의로 매수했으나 정작 부동산 거래의 주인공은 신랑이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매도자분은 부동산 실장님께 '부동산 수수료 좀 많이 깎아 달라' 라고 요구를 하셨고 신랑은 실장님께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가 부동산 실장님이라면, 앞으로 알짜 정보가 있으면 누구에게 과연 공유할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업무 능력이 좋은 사람 VS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은 사람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업무 능력'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왜 더 중요한 지 신랑을 보며 많이 느낍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다면 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살려 업무 능력이 좋은 사람을 가까이에 두면 되니 말이죠. 신랑의 주변엔 각 분야에 유능한 능력자 친구들이 많습니다. 본인은 늘 그런 친구들보다 뒤쳐진다며 아쉬워하지만, 제가 봤을 땐 그런 유능한 친구들을 곁에 두는 것 또한 하나의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결혼 전까지만 해도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절대 난 피해를 보곤 못살아!' 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실제로 조금만 계산이 잘못되거나 저에게 피해가 오는 것 같다 싶으면 그 잘못된 부분에 대해 따지고 들고 정정하고자 노력하며 살아왔습니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지도 않았고, 그렇게 해야만 잘 살 수 있다고 착각했던 것 같아요.

그에 반해 신랑은 잘못된 부분에 대해 '그럼, 다음에 더 잘 해 주세요.' 라고 좀 더 상대방을 신뢰하고 여유 있게 대하는 것 같아요. 제겐 없는 부분이죠. 곁에서 보니 상대방을 그렇게 여유 있게 대할 수 있는 이유 또한 자신도 상대방에게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부탁'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방을 신뢰할 수 없다 - 언제든지 따져 묻는다 - 나 또한 실수해선 안된다 - 상대방에게 민폐를 끼칠 수 없다

상대방을 신뢰한다 - 언제든지 부탁할 수 있다 - 나 또한 실수 할 수 있다 - 상대방 또한 실수 할 수 있다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 신랑을 통해 많이 보고 배웁니다.

 

신랑과 꼭 닮은 딸 #뒷짐은 아빠따라

'열심히 산다' 내지는 '악착같이 산다' 라는 제 나름의 겉포장을 던지고 신랑을 보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라고 인생 모토를 바꿔 봤어요. 뭐, 그래도 제 성향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와 반대 성향인 신랑이 제 배우자라는 사실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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