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내 이상형이다 싶더라구. 넌 알지? 내가 어떤 '멋있음'을 말하는지? 물론, 외모도 내가 좋아하는 외모이긴 한데 그보다 왜... 하는 행동이나 말이 매력적이면 그 사람을 더 멋있어 보이게 하는 그런 효과, 왜 그런거 있잖아. 알지? 정말 내 눈에는 어떤 남자 연예인 보다 더 멋있는 것 같아. 정말 지혜로워. 정말 존경할만한 사람 같아. 이런 사람과 결혼하면 어떨까?"
콩깍지가 이런 콩깍지가 씌일 수가 있나 싶게 남자친구에게 푹 빠져 있었습니다. 늘 반복되던 집-회사, 집-회사의 일상적인 패턴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심장은 늘 쉴새 없이 두근거렸습니다.
"오늘도 만나?"
"응. 여기 앞이래. 나 어때 보여?"
"예뻐! 예뻐! 좋겠다. 완전 행복해 보여!"
좀처럼 빠지지 않던 살이 절로 빠지고, 늘 얼굴은 발그레 했습니다.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더니, 이런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려나? 실감이 나더군요.
남자친구가 빌려준 책을 돌려주려고 합니다. 남자친구가 읽어보라며 추천해준 책이었죠. 그냥 책만 건네주기엔 뭔가 심심한 것 같아 문구점에 들려 예쁜 편지지를 샀습니다.
그리고 정성스레 손편지를 써 내려 갔죠. 몇 번이나 오탈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사랑글귀와 하트이모티콘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책 사이 사이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별도의 메모지에 기록해 두었습니다.
몇 페이지가 어떤 내용이었는데 좋았다, 몇 페이지는 이런 내용인 것 같은데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모르겠다 등. 남자친구가 먼저 읽고 추천해 준 책이라 함께 의견을 나누고 싶어 책에 대한 리뷰를 짤막하게 적어 함께 넣었습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그에 대한 평을 함께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서로 코드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저 평범한 누나와 동생의 사이였는데, 이렇게 100일이 넘도록 연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았습니다.
동생이 남자로 보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죠. 그리고 그 후로도 생일이면 생일편지를, 발렌타인데이에는 커다란 하트 박스에 초콜릿을 담아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 커다란 하트 박스에 작은 초콜릿이 다섯 개 밖에 없었다는 게 함정)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오늘.
책장을 정리하다가 그 커다란 하트 박스를 발견했어요.
당시엔 남자친구, 지금은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에게 준 발렌타인데이 초콜릿이 담겨 있던 하트 박스를 보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남자친구에게 주고 저도 받은 남자친구의 편지와 선물들이 있는데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 (끙) 아마도 아직 친정집 제 방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아요. (조만간 찾으러 가야겠어요;;;)
하트 박스를 열어 보니 지금껏 제가 전했던 편지와 각종 선물이 고스란히 담겨 있더군요.
'아, 버리지 않고 이렇게 잘 모아두었구나.'
몇 년 전, 연애 당시에 제가 썼던 편지와 짤막한 책 리뷰 등을 읽어보았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지금의 신랑, 당시의 남자친구를 대했는지, 얼마나 좋아했는지 꽤나 절절하게 묻어나더군요.
요즘은 통 표현하지 않는 사랑한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이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힘내라는 응원메세지도 참 많구요.
두 아이를 키우며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니, 두 아이에겐 사랑한다는 표현이나 힘내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 반면, 정작 제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리고 지금도 사랑하는 남편에게 사랑의 표현이나 응원의 메시지가 부족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되더군요.
앞으로 더 사랑한다고, 힘내라는 표현 많이 해줘야겠어요. 한참 간절한 마음으로 연애할 때 처럼 말이죠.
이 사람과 결혼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 라고 생각했던, 그 당시 행복해 하던 제 모습이 떠오르면서 여전히 지금 제 곁에 있는 남자친구, 신랑에게 감사하게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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