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옆에 친구 있어. 그때 만났던 진이 알지? 이따가 진이랑 헤어지고 나서 전화할게. 나중에 봐."
"미안. 나 지금 회사 사람들이랑 점심 먹고 있어. 나중에 전화할게."
"오늘 갑자기 회식이래. 회식 끝나고 다시 전화할게."
남자친구와 종종 위와 같은 내용으로 통화할 때면 직장 상사분이 종종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그렇게 하나하나 다 말해줘야 하나?" 라고 말이죠.
'남자친구가 그 정도도 이해 못해줘? 하나하나 다 이야기해야 할 정도로?' 라는 것 같기도 하고 '연애 초기도 아닌데 굳이 그렇게 하나하나 다 이야기 해야 되는걸까?' 라는 의구심의 표현 같기도 합니다.
그쵸. 물론, 쉽게 "바쁘니까 나중에 전화할게." 라고 퉁 쳐도 됩니다. 그럼에도 왜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걸까요?
서로에 대한 믿음이 크다고 해서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크다고 해서 서로에 대한 모든 상황을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믿음'과 '이해'는 별개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믿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기에 충분히 오해 받을 수 있고,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수록 눈에 보이게끔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뭐라구요? 눈에 보이는 걸 어떻게 보이게 하죠?
네. 그래서 대화가 중요하죠.
그래서 최대한 별 것 아니라고 넘겨 짚지 않고 최대한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입니다.
저의 이러한 습관 때문인지, 남자친구도 통화하기 힘든 상황일 때면 "나 바빠" 가 아닌, "내가 지금 무엇 무엇 때문에 통화하기가 곤란해. 나중에 전화할게." 라고 대답을 해 주더군요.
오호라- 이걸 노린거냐?
네. 맞아요.
앞서 똑같이 통화하는 상황에서 반대로 같은 직장 상사가 아닌, 여자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은 오히려 "너무 서둘러 통화 끊는거 아니야? 괜찮아. 통화 더 해도 돼." 라고 이야기 해 줍니다.
'서둘러 전화를 그렇게 끊으면 남자친구가 오해하지 않을까?' 또는 '남자친구가 서운해 하지 않을까?' 라는 걱정과 배려심을 담아 이야기 해 주죠.
그쵸. 물론, 용건만 간단히- 가 아닌 좀 더 구체적으로 구구절절 대화를 이어나가도 상관없을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왜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하고 통화를 끝내는 걸까요?
난 내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내 삶을 존중받고자 한다
'지금'에 충실하는 것이 인생을 사는데 있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여러 번의 연애를 하고 이별도 경험했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늘 아쉬웠던 점은 '나의 시간'을 놓쳤다는 점이었는데요. 연애 경력이 쌓여감에 따라 자연스레 익힌 것 같아요.
"너무 서둘러 전화를 끊지 않아도 돼. 더 통화해." 라며 손짓해 주던 친구. 주말에 저와 약속을 잡으려 할 때면 "주말인데 남자친구 만나지 않아도 돼?" 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던 친구. 남자친구가 생김과 동시에 주위에선 조금씩 '남자친구' 와의 일정이 우선시 되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더군요. 실제로 대부분의 여자친구들이 남자친구가 생기면 다소 '남자친구' 중심으로 생활 패턴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늘 매사에 똑부러지고 열정적이었던 여자친구도 남자친구가 생기니 바뀌더군요. 그 친구와 얼굴 한 번 보기 힘들 정도로 말이죠.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느라 바쁘던 친구-.-)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친구가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이런 말을 했는데, 공감 백배였습니다.
"난 그와 만나는 동안 그 사람을 항상 최우선으로 두고 살아왔는데, 헤어지고 나니 지금까지 내가 뭘 했나 싶은거 있지."
사랑하는 나의 시간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을 잊지 마세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남자친구와 더 통화해도 되는데 왜 급하게 끊어?" 라는 질문의 대답은 "남자친구와 더 길게 통화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현재 이 사람들과 이 순간 함께 하는 자리도 소중하니까." 입니다.
마찬가지로 남자친구가 타인과 약속이 있어 술자리에 있거나 모임이 있다고 한 차례의 전화 통화로 상황이 인지가 되면 빨리 통화를 끝내고, 저는 제 시간을 보내며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편이었어요. 연인 사이일 때도 물론이거니와 결혼을 하고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애를 잘하는 방법의 첫 단추는 다른 것이 아닌,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 부터가 시작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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