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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 많은 남자, 연애할 때도 좋더니 결혼하니 더 좋아

저는 무척이나 무뚝뚝한 편입니다. 태어나길 무뚝뚝하게 태어난 것 같아요. (응?) 손자가 태어나길 바랬는데 손녀가 태어나 속이 꽤나 쓰렸던 할아버지, 할머니. 그런 조부모님 못지 않게 속상하셨던 건 아버지였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저를 아들처럼 키우셨습니다. 7살 쯤 부터 함께 새벽 같이 일어나 아버지를 따라 등산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종종 '장남' 이라고 부르기도 하셨죠. 음. 난 첫째딸인데?

 

애교 많은 남자, 연애할 때도 좋더니 결혼하니 더 좋아

 

주말이면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따라 나서기도 했죠.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두는 바둑을 곁에서 보며 바둑을 배우기도 했고, 아버지와 삼촌들을 따라 나서 당구를 보고 배우기도 했습니다. 증조부, 고조부 등 제사를 지낼 때면 7남매 중 맏이셨던 아버지와 형제들이 모두 절을 하고 나면 꼭 항상 저를 앞세우셨습니다. 절을 하라고 말이죠. (할아버지는 여자는 절을 할 필요 없다고 하셨었는데 말이죠)

당시 그 집안의 며느리들은 모두 두 손을 공손히 하고 (죄지은 것도 아닌데) 멀찌감치 서서 바라보기만 하고, 식사를 할 때에도 며느리들은 따로 조그만 상을 따로 내어 어른들 또는 아버지를 비롯한 남자 형제들이 큰 상에 모여 식사가 끝나고 나면 그제서야 그 집안의 며느리들이 식사를 했습니다. 전 그 와중에 여자들 틈이 아닌, 아버지와 그 형제들 사이에서 밥을 먹었죠. 

 

 

아버지에겐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던 것 같습니다. 비록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 손자를 안겨드리진 못했지만, 내가 낳은 이 귀한 딸도 아들 못지 않게 소중한 존재다. 소중하게 여겨 달라. 또는, 내가 낳은 딸을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지 말아 달라, 라는 티나지 않는 소심한 반항이었을지도 모르고. 

'장남' 이라고 종종 부르시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꽤나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애교 많은 딸이기 보다는 듬직한 아들이 되고자 노력했나 봅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몸에 새겨진 무뚝뚝함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졌어요. 

 

연애를 함에 있어 애교는 필수?!

 

연애를 함에 있어 늘 무뚝뚝함은 기본이었죠. 다만, 제겐 이게 왜?! 어째서?! 이게 애교가 되는건데?! 싶은 특급 기술이 있었어요. 바로 '사투리' 입니다. 비록 애교 하나 없는 무뚝뚝한 여자였으나, 이상하게도 종종 불쑥 튀어나오는 사투리를 듣고 귀엽다고 하는 남자가 있더라구요. (서울남자에게만 -서울 남자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게- 통하나 봅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듯 서울말을 쓰다가도 흥분하거나 조금만 당황하면 불쑥 튀어나오는 사투리에 왜들 그리도 깔깔 웃어대는지, 사투리와 서울말의 미묘한 한 끗 차이를 몰랐던 저는 이해가 안되더군요.

가뜩이나 무뚝뚝한데 애교라곤 없고, 경상도가 고향이라 타고난 말투 자체도 좀 사납고. 낯부끄러운 말도 잘 못하니 살갑게 먼저 다가서지도 못하고. 어머. 이렇게 쓰고 나니 정말 최악인데요? 어떻게 연애했지.

 

애교는 타고나는 것인가?!

 

하물며 '사랑해' 내지 '좋아해' 라는 표현은 더더욱 못하죠. 정말 특급 빅 별표 다섯개 밑줄 쫙 해야 하는 큰 이벤트 데이 아니고서야...

반면, 신랑은 정말 살갑고 애교 넘치는 남자입니다. 연애할 때도 그랬지만, 결혼하고 나서도 애정 표현을 정말 많이 합니다. 사랑을 구걸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너무 좋아요. (응?) 

지금의 신랑을 만나기 전, 몇 번의 이전 남자친구와 연애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서로 좋아해서 연애를 하는 건데, 나만 좋아하는 건가? 왜 나만 이렇게 힘들지?' 라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는데 애교가 워낙 많은 남자친구이다 보니 연애할 때도 그랬고, 결혼을 하고 나서도 사랑에 의심할 여지가 없어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

제가 무뚝뚝한 편이 아니라 반대로 제가 살갑고 애교가 많은 여자였다면 또 느낌이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애교가 많은 편이었다면 아마 제 애교를 받아줄 좀 더 진중하고 무뚝뚝한 남자를 선호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막연하게 남자는 무뚝뚝해야 하고, 여자는 애교 많고 살가워야 해. 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지금의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살면서 느끼는 점은 애교 많은 남자, 너무 매력적이다- 라는 사실이에요. 아마 저와 같은 무뚝뚝한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면 회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적막이 흐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우, 

단 둘이 있을 땐 애정 표현 많이 하는 애교 많은 남자,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땐 우직하고 믿음직한 남자. 너무 매력적인 것 같아요. +_+

애교 많은 여자라면, 조금은 진중한 남자와. 애교가 없는 여자라면, 조금은 애교 많고 적극적으로 표현 많이 하는 남자와. 잘 맞는 것 같아요. 막연하게 애교 많은 남자는 별로야, 또는 무뚝뚝한 여자는 별로야, 라고 생각하기 보다 자신의 성향이 어떤 성향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자신과 맞는 성향의 연인을 찾아 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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