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말하다/워킹맘 육아일기

어린이집 상담, 유치원 학부모 상담이 대수롭지 않은 이유

사용자 버섯공주 2021. 4. 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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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상담, 유치원 학부모 상담이 대수롭지 않은 이유

큰 아이는 일반 유치원에, 작은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두 아이 모두 태어난지 돌이 되기전부터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한 지라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이 늘 혼재하고 있다. 

어째서인지 둘째가 새벽녘부터 일어나 징징 거렸다. 바쁜 출근 시간인지라 정신이 없었다. 오전 6시 30분. 아직 한참 자고 있어야 할 시간인데. 근거리에 살고 계시는 시댁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있다. 6시 40분쯤, 이른 아침부터 우리집으로 발걸음하시는 어머님과 바톤 터치를 하고 우리 부부는 출근을 한다. 아직 어린 두 아이라 아이들만 두고 먼저 출근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아이를 키우는데 이토록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한다. 어머님이 차가 없으니, 시동생의 차로 두 아이는 이동한다.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가족이 힘쓴다

 

인근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또 자리가 없다 보니 15분 남짓 차량 이동이 필수다. 출산율이 저조하다고는 하나, 늘 인근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대기를 걸어야 하는 아이러니함. 낳으라고만 하지 말고 키울 환경을 만들어 줘야 되는 것 아닌가. 궁시렁. 궁시렁.

아직까지 깊게 잠든 첫째와 달리, 일찍 깨어 징징거리는 둘째를 뒤로 하고 출근길에 올랐다.

2시간 거리의 회사에 출근 도장을 찍고 한숨 좀 돌리던 차에 신랑에게 전화가 왔다.

"축복이 몸에 두드러기가 났대. 가렵다고 하는데, 어머니가 걱정된다고 어린이집 등원안시키신대."
"아, 모기 물린게 아니라 두드러기였어?"

전날 밤, 아이가 가렵다며 무릎 앞쪽을 긁었는데 모기 물린거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두드러기였나 보다. 전날 밤에 먹은 게 뭔지 생각해 보니 피자... 4살 아이에게 피자를 먹여서 두드러기가 난걸까. 죄책감이 밀려온다. 피곤하다고 인스턴트로 때웠더니, 이런 불상사가...

"어린이집엔 미리 등원 못한다고 내가 연락해 놓을게."

신랑은 곧장 어린이집으로 연락해 아이 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등원을 못한다고 전달했다. 이사를 여러번 옮겨 다니면서 여러 어린이집을 다녀보았지만, 지금 이 어린이집만큼 섬세한 곳은 없는 것 같다. 학부모 상담 시즌에만 과하게 친절을 베풀던 기존 어린이집과 비교된다. 무척 만족도가 높다.

 

어린이집에 등원 못한다고 전달하려 했을 뿐인데

 

신랑이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어 등원을 못한다고 하자 마자, 등원을 못하는 이유를 묻고 두드러기 때문이라고 하자, 전날 저녁 먹은 음식과 간식을 곧장 모두 줄줄줄 읊어 주었다고 한다. 

예전에 다녔던 어린이집은 등원을 못한다고 해도 인사치레의 걱정된다는 말만 하거나, 두드러기 때문에 등원 못한다고 하면 전날까지는 원에서 두드러기 반응은 없었다거나 아프다는 말은 없었어요-라는 식으로 해명식의 발언만 했었다. 아이를 목욕시키다가 상처가 발견되어 연락을 하면 '이상하다, 어린이집에선 그런 상처 없었는데요?' 라는 식.

그럴 때마다 '탓하려고 전화한게 아닌데 왜 자꾸 해명을 하지?' 라는 생각이 너무 컸다. 그런데 지금 어린이집은 그저 선생님이 기다리실 것 같으니 미리 등원을 못한다고 전달해 드리고자 연락 드렸을 뿐인데 곧장 전날 먹었던 메뉴를 줄줄줄 읊어주시고 혹시 모르니 병원에 들려 알레르기 검사라도 받아 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신랑이 너무 미안해서 '저녁에 먹은 피자가 문제가 있었나봐요.' 라고 되려 선생님께 해명을 해주었다고 한다. 그와 동시에 신랑은 감동의 도가니에 빠졌다. 여기 어린이집 너무 좋다며... 

이전에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첫째가 유치원에 입학하여 등원한 지 둘째날, 다른 아이가 먹어야 할 약을 우리 아이가 먹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투약의뢰서를 기재하고 투약의뢰서대로 아이에게 투약해야 하는데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이다 보니 선생님이 아이 이름에 대해 인지가 잘 되어 있지 않았고, 하필 우리 아이도 본인 이름과 비슷한 이름이 호명되니 자신을 부르는 줄 알고 선생님을 따라가 약을 먹었나 보다.

 

 

아프지도 않은 우리 아이에게 다른 아이가 먹어야 할 약을 먹었다는 사실에 처음엔 너무 놀라 당황했는데, 뒤이어 바로 실제 약을 먹어야 할 부모님을 통해 해당 약을 처방한 소아과에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내를 받아 전달해 주었다. 다행히 성분상 건강한 아이가 먹어도 해롭거나 안좋은 성분이 아니고 단순 비염 알러지 처방 약이었기에 괜찮다는 이야기였다. 상세한 각 약의 성분과 해당 소아과를 알려주시기도 했고, 유치원에 등원한 다음날, 그 다음날 까지도 계속적으로 우리 아이에게 변화되는 증상이 있는지 세심하게 살펴 주셨다. 집에서도 혹시 아이가 다른 모습이 관찰되면 연락을 달라는 말도 여러번 들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에 힘쓰겠다고 말씀하셨다.

 

어린이집 유치원 선생님으로서의 사명 그리고 자질

 

사람은 본능적으로 본인이 잘못한 일이 있으면 그것을 드러내기 보다 숨기려 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윗 상사에게 보고하는 것이 두려워지는 순간이 있기도 한다. 나만 잘 덮으면, 나만 아닌 척, 모르는 척 넘어가면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지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고뇌의 순간이 찾아 오기도 한다. 회사일도 그런 순간 순간이 있는데, 아이들을 대하는 어린이집 선생님이나 유치원 선생님들은 더더욱 그러한 순간이 많이 올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두드러기가 났어요. 라는 말을 듣자 마자, 어머, 왜 그러지? 어젠 안그랬는데? 가 아니라, 곧장 전날 저녁에 먹은 음식, 간식을 읊어주고 추이를 보고 알려달라고 해 주시는 선생님.

함께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는 선생님도 좋지만, (사실, 그 공감과 위로하는 '척' 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해법을 제시하고 해결책을 궁리해 주는 선생님이 더 좋다.

부모에게 전달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잘못된 투약. 그러나 곧장 약이 잘못 투여되었음을 알고 담임 선생님이 원장 선생님께 전달하고 원장선생님이 바로 아이 부모에게 사실 그대로를 알리고 약을 처방한 소아과 담당의에게도 자문을 구하는 것. 

감정적으로 접근하면 "왜 우리 아이에게 약을 잘못먹인거에요!" 가 되지만, 이성적으로 접근하면 절대 내부자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본인들의 잘못을 먼저 오픈하고 잘못을 바로 시정하는 정말 대단한 유치원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부모 상담이 무의미한 이유

 

신학기마다 어린이집, 유치원에선 학부모 상담을 한다. 학부모 상담을 위해 뭘 질문할 지 고민하는 학부모가 많다. 하지만, 정말 좋은 어린이집, 유치원은 질문을 기다리지 않는다. 먼저 아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려주고 제시해 준다. 그리고 더 좋은 어린이집, 유치원은 상담 시즌에만 공유하지 않는다. 수시로 공유하고 수시로 알려준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부모 상담이 무의미한 이유

 

동네 어린이집, 유치원 자리가 없어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건만, 너무나도 만족하며 두 아이를 보내는 이유다. 유치원 학부모상담, 어린이집 상담... 규정에 따라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그러한 상담내용보다 평소에 보여주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모습이 너무나도 큰 신뢰가 된다.

믿음. 신뢰.

사람간의 관계에 이어서 가장 첫번째 철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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