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말하다/워킹맘 육아일기

맞벌이 부부 일과 육아 병행, 워킹맘 고충 - 워킹맘이 퇴사를 고민하는 순간

사용자 버섯공주 2021. 3. 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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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 일과 육아 병행 워킹맘은 힘들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으로서 일이건, 육아건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늘 열을 내지만 아쉬움이 남곤 한다. 회계팀에 속한 내게 1년 중 3월이 가장 바쁜 시기이다. 월 마감을 하는 시기에도 바쁜 편이긴 하지만, 연 마감을 하는 3월은 무척 바쁘다. 직급이 낮을 때는 직장상사 눈치를 보며 '왜 퇴근을 안하는거야?' 라며 툴툴거리기만 했었다. 이제는 직급이 높아지고 아는 것이 많아진 만큼 법적으로 정해진 기한 내에 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업무를 한다. 

 

육아를 앞세운 무책임한 여직원은 되고 싶지 않아

 

"차장님, 이건 이렇게 하면 될까요?"

어느 새 퇴근 시간은 지났지만, 다른 팀원들이 남아 함께 힘내고 있는데 차마 먼저 퇴근할 수가 없었다. 내가 눈치 없는 막내사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 바쁜 시기에 육아를 앞세워 무책임하게 퇴근하는 여직원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미안한데, 오늘도 하원을 양가에 부탁드려야 될 것 같아. 친정엔 내가 연락해 놓을게. 자기가 시댁에 연락 좀 드려줘."

직장과 집의 거리가 편도 2시간 이상 소요될 정도로 거리가 멀다. 하지만, 다행이게도 집과 15분 내에 위치한 양가 어른들이 계셔 자주 양가 어른 찬스를 쓰곤 한다. 시댁엔 첫째를, 친정엔 둘째를... 

회사일이 너무 바쁘다 보니, 주중엔 양가 어른께 유치원, 어린이집 등하원을 각각 부탁드렸고, 주말엔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와 주중에 함께 하지 못함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함께 야외 나들이를 가기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보상이라도 해 주듯, 주말이면 두 아이를 데리고 쇼핑을 가서 작은 선물을 해 주는 방식으로 주중에 함께 하지 못한 죄책감을 씻어내고자 했다. 

맞벌이 엄마 육아를 앞세운 무책임한 여직원은 되고 싶지 않아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을 때, 최소한 '돈 때문에' 안된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악착 같이 시간을 알뜰하게 쪼개어 가며 하루 하루의 계획을 세웠다. 육아와 회사일의 병행이 어렵다곤 하지만, 다행히 내겐 양가 어른 찬스가 있기 때문에 더 나은 환경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주말에 아이랑 보내는 시간 보다 중요한 것 

 

지난 금요일, 회사 업무를 마치고 밤 9시가 훌쩍 넘어서야 집에 들어갔다. 주중에 떨어져 있던 둘째를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친정으로 향했다. 

"어? 전화했었네. 무슨 일이야?"
"첫째 축복이는 오늘도 할머니집에서 잘거래. 내일 데리러 가야겠어."
"아, 그래? 알겠어. 행복이 데리러 친정에 왔어. 행복이 데리고 집으로 갈게."

친정 현관문 앞에서 둘째 행복이의 울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열고 들어가니 현관 문 바로 앞에서 외할머니 품에 안겨 둘째가 무척이나 서럽게 울고 있었다. 

"엄마 싫어."

"'엄마집'에 안갈래. 난 여기 있을래."

나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친정 어머니 품에 안겨 엄마는 '엄마집'으로 가라며 우는 모습을 보니 '아차' 싶었다. 어느 새, 아이들에게 집이라는 공간은 '우리집'이 아닌 '엄마집'이 되어 있었다. 

"엄마가 행복이 맛있는 것도 사주고, 예쁜 선물도 사주려고 열심히 일하다가 온 건데 엄마가 싫어?"

주말에 아이랑 보내는 시간만 생각했지, 주중 아이랑 보내는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간과했다. 살을 부대끼고 투닥 거리는 하루 단 1시간이라도 아이들과 함께 했어야 한다. 엉엉 우는 둘째 모습을 보니 어렸을 적 나의 기억이 되살아나며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들의 시간 VS 어른의 시간, 아이 심리

 

어렸을 적, 부모님이 함께 공장을 운영하셨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머니가 다치셔서 한 달 가까이 병원에서 입원해 계셨다. 아버지도 어머니를 간병하며 공장일을 겸 하셔야 했기에 어린 우리 두 아이를 돌보는 문제에 대해 고민이 많으셨다.

12살의 나와 6살의 어린 여동생을 보살펴 줄 사람이 필요하던 찰라, 숙모가 집으로 와서 돌봐주셨다. 3주 가까이 처음으로 어머니와 떨어져 숙모와 함께 지내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하루, 하루 엄마가 보고 싶다는 생각에 울고 또 울었다. 12살인 내가 느낀 감정이 그러했으니 나보다 더 어렸던 6살 여동생은 더했으리라.

성인이 된 지금은 3주라는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다. 하지만, 어렸을 적 3주는 세 달과 맞먹을 정도로 느려도 너무 느렸다. 드디어 3주가 지나 어머니가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오시던 날, 그토록 보고 싶었던 어머니였건만 어째서인지 무척 낯설었다.

"이리와! 우리 딸, 많이 보고 싶었어!"

어머니가 원해서 우리들을 떼어 놓은 것도 아니었고, 사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입원해 계셔서 그런 것임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 어색하고 낯선 감정을 느끼며 어머니의 손을 겨우 잡았는데, 옆에 있던 6살 동생은 어머니의 손을 잡기는 커녕 숙모 품을 더 파고 들었다. 엉엉 울면서. 

그 땐 동생이 무척 미웠다. 엄마가 얼마나 속상해 하실까, 왜 이 철부지 동생은 엄마의 속내도 모르고 이렇게 우는거야...

바쁜 2주간만 잠깐 떨어져 있는거야- 라는 건, 엄연히 나의 생각이었다. 아이들의 입장에선 '잠깐'이 아니었을 터. 집으로 돌아 오는 내내 생각이 많았다. 어렸을 적, 나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핑 돌았다. 주말의 짧은 시간으로 대체하기엔 엄마, 아빠를 볼 수 없는 주중의 5일이 아이들에겐 무척이나 긴 시간이었던 것이다.

 

워킹맘 고충 - 일과 육아의 조율

 

분명 둘째 행복이를 친정에서 데리고 온다던 내가 혼자 집으로 들어오니 신랑이 당황했다.

"행복이는? 왜 혼자 왔어?"
"행복이 안오겠대. 내일 다시 데리러 가기로 했어. 내일은 안울고 집에 잘 오기로 했어."

직장 내에선 어떻게 그렇게 일과 육아를 잘 병행하냐며, 슈퍼맘이라며, 역시 양가 어른이 가까이에 계시니 좋다며 직장동료와 이야기 나누곤 했다. 나도 일과 육아의 조율을 잘 하고 있다고 착각했다.

어렸을 적, 나의 일기장에 이런 글이 쓰여 있다.

 

맞벌이부부 워킹맘, 일과 육아의 조율

 

[함께 있어 줬으면 하는 순간엔 나의 부모가 없었다.]

"이건 아닌 것 같아. 주중에 힘들더라도 우리가 하원시키고 아이들을 우리가 돌보자. 혹여 또 야근이 있어도 양가 어른께 부탁드리되, 꼭 우리가 집으로 데려오자. 단 1시간만 살 부대끼고 아이들을 재우더라도. 꼭 아이들을 데리고 오자."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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