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말하다/워킹맘 육아일기

맞벌이 부부, 조부모 육아 부탁 드리기 전 명심해야 할 것

사용자 버섯공주 2021. 3. 9.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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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학비와 생활비를 벌겠다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나는, 오랫동안 머물던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교를 오게 된 흔히 말하는 '시골소녀가 서울로 상경한 케이스'다. (나야 내 고향인 창원은 시골이 아니야! 를 외치지만...) 또한 대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꾸준하게 했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장학금을 줄곧 받아 학비 걱정 없이 졸업한 케이스다. 초등학교 때는 성적이 최상위였으나, 중학교를 들어서며 성적이 바닥을 찍었고, 고등학교 때도 고1, 고2 때까지는 성적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고3 때 열을 내어 수능을 잘 본 케이스랄까. 그래서 공부해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아이들에게 '아직 늦지 않았어. 충분히 가능해! 할 수 있어!' 라는 말이다. 포기 하기 전까진 끝난 게 아니니, 끝까지 하기만 하면 된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한다. 그리고 그 마인드는 공부 뿐만 아니라, 회사생활, 사업,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적용 가능해 내게 가장 큰 힘이 되는 말이기도 하다.

 

맞벌이 부부, 조부모 육아 부탁 드리기 전 명심해야 할 것

 

친척은 가족일까? 아닐까? 

 

중학생 때는 숙모가 몰래 내 방으로 들어와 내 책상위에 올려진 성적표를 마음대로 펼쳐 보고는 "이 성적으로는 대학교를 못가겠는데?"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갈 수 있느냐 아니냐가 아닌, 대학교 자체를 가지 못할 것이라는 비아냥댐이었다.

내겐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내가 대학교를 못갈 수도 있다는 숙모의 말에 대한 충격이 아니라, 숙모면 삼촌의 와이프로 가족인데 나의 가족이 격려가 아닌 비아냥댐으로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충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가족이라고 해서 늘 서로를 위하고 감싸주는 존재가 아니며,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관계라는 것을 말이다. 숙모끼리 다투는 모습을 보기도 했고, 숙모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크게 다투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지금이야 남과 남이 만나 부부가 된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있고 삼촌과 숙모 또한 혈연관계가 아니니 나와 숙모 역시, 엄연히 따지자면 피 하나 섞이지 않은 남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다.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지만, 그 당시엔 어린 마음에 무척 큰 충격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싫어하게 된 이유

 

일곱살 무렵, 어머니, 아버지가 회사일로 자리를 비우실 때면 할아버지, 할머니 또는 외할버지, 외할머니께 돌봄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이 계시지 않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머니에 대해 나쁜 말을 하시는 것을 듣게 되었다. 우연히 들은 것도 아니고, 고의로 듣고자 들은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내가 아직 어려서 이해 못할거라 생각하고 자식인 내가 있는 자리에서 어머니의 단점을 지적하며 욕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무척 싫어했다. 같은 '가족'임에도 나의 '가족'을 욕한다는 사실이 무척 싫었다. 외할머니댁에선 외할아버지도 외할머니도 아버지 욕을 하지 않는데, 왜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머니 욕을 하지? 어느 누구도 내 부모님을 욕할 순 없어! 그리고 그 때부터였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착한 사람, 할머니, 할아버지는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외할아버지댁에 가는 건 좋아하면서, 할아버지댁에 가는 건 무척 싫었다.

 

맞벌이 부부, 조부모 육아 부탁 드리기 전 명심해야 할 것

 

어른들이야 나의 이런 속사정을 알 수가 없으니, 사랑으로 키워주시고 상당 시간을 붙어 함께 지낸 할머니, 할아버지를 그리 좋아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나의 가족이긴 하지만, 나의 존재 이유이기도 한 나의 최우선 순위인 내 부모님을 욕한 사람이니 당연히 할아버지, 할머니가 미워지는 건 당연지사다.

신랑과 결혼을 결심하면서 신랑에게 한 말이 있다. 우리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면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절대 아이 앞에서 어른들이 부모욕을 하는 상황은 만들지 말자고. 신랑이야 대수롭지 않게 그럴 일이 있겠냐고 했지만, 내가 우려한 것은 그 일은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되며 결국 그 화살은 욕을 한 사람에게 갈 것임을 알기에 주의를 당부했다.

며느리로서 못마땅한 점을 읊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대화가 당시 내가 고작 일곱살이었음에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그 시점을 기점으로 설이며 추석, 명절을 비롯해 각종 경조사로 모이는 날이면 난 친척들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를 뵙기가 무척 싫었다. 가족임에도 가족보다 못한, 겉으로는 웃음으로 포장하지만 속내는 서로를 경계하고 시기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생각 그 이상으로 아이들은 영리하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영리하다. 어른들은 숨긴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직감적으로 누가 잘못하고 있는지 누가 더 나쁜지 금새 꿰뚫어본다.

"내가 6살 때부터 기억이 또렷해. 6살 때 느낀 감정과 그 당시의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 이상하게도 최근 일은 잘 기억 못하는데 말이야. 우리 아이들도 지금부터 경험한 인상적인 일들은 하나하나 다 기억할 거라고 생각해."

신랑에게 최근 일은 기억을 잘 못하는데 어렸을 때 인상적인 일은 기억이 나며, 당시의 감정과 냄새까지도 기억한다고 하니 신랑이 적잖이 당황했다. 그리고 다시금 신신당부했다. 아이들이 어리다고 아이들 앞에서 함부로 말하지 말 것을. 그리고 어른들 사이 오가는 대화도 사실, 아이들은 모르는 척할 뿐. 다 이해하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말이다. 

어제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집 안에만 갇혀 있다 오랜만에 에버랜드를 갔다.

 

맞벌이 부부, 조부모 육아 부탁 드리기 전 명심해야 할 것

 

모두가 마스크를 끼고 무장하여 오랜만에 찾은 놀이동산. 아직 아이들이 어려 놀이기구는 타지 못하고 야외 동물만 구경하는 것으로 그쳤지만, 가족과 함께 한 바깥 나들이었던지라 아이들 모두 무척 신나보였다.

여섯 살인 첫째와 이제 네 살인 둘째. 작년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기저귀를 하고 있던 둘째 때문에 기저귀와 이유식 등 짐이 많았는데 이제 둘 다 대소변을 가리고 '화장실 가고 싶어요' 라며 본인 의사표현을 할 줄 아니 한결 편하다.

에버랜드 입구에 들어서니, 첫째가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엄마, 아빠! 우리 이번이 네번째네. 나 아기였을 때 세 번 왔었잖아."
"어?!"

신랑과 나는 눈을 마주치며 흠칫 놀랬다. 맞다. 이번이 첫째 축복이가 태어나고 나서 네 번째 입장이다. 

"축복아, 어렸을 때 일인데 기억이 나? 여기 왔던 거?"
"응. 세 번 왔었잖아. 이번이 네번째고."

손가락으로 펴 보이며 몇 번 왔었는지 세어보는 축복이의 모습에 당황했다. 말만 못할 뿐, 아기띠를 하고 여러 동물을 둘러보았던 말 그대로 '아가아가'했던 때의 일도 기억하고 있었다니.

이제 네 살인 둘째도 신나서 우리 전에 봤던 기린 보러 가자! 라며 뛰어가는데 역시,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뛰어나다는 생각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아이들 앞에서 부모로서 다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부모라면 모두들 잘 알고 있고 주의를 기울인다. 반면,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있고 조부모님께 양육을 부탁드리는 상황은 많아 지고 잦아 지는데 비해 조부모가 손주에게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는지에 대해 언급되는 바가 없다. 주로 조부모님께 양육을 부탁드리는 상황이니 조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조부모님께 양육을 부탁드리는 부모의 자세'만 언급될 뿐이다.

도움이 필요하여 조부모님께 손주 육아를 부탁드리는 상황이 된다면 반드시 "부모에 대한 험담은 농담으로라도 아이 앞에서 하지 말아 주세요" 라고 꼭 말씀드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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