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말하다/워킹맘 육아일기

동화책에 상처 연고와 밴드를 붙이고 있던 아이, 그 이유를 듣고 나니 - 정인이 사건이 너무 속상한 이유

사용자 버섯공주 2021. 1. 1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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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를 키우면서 예상치 못한 큰 사고를 겪었던 지라 둘째를 낳고 키우면서 각종 밴드와 연고를 구비해 놓고 있다. 구급상자는 항상 정해진 위치에 있다. 손이 닿기 쉽고, 급할 때 바로 꺼낼 수 있게... (당황하면 기억을 못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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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아이들이 꺼내기에도 무척 쉬운 위치에 놓아두었나 보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병행하면서 첫째 아이는 시댁 찬스를 통해 시댁에 맡기고, 둘째 아이는 집에서 돌보며 회사일을 하고 있었다. (두 아이를 동시에 보며 재택근무를 하기엔 나의 능력이 한계였다) 알파룸에서 회사 업무를 집중해서 하던 중, 집 안이 마치 나 혼자 있는 것처럼 무척이나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너무 조용하니 쌔한 기분이 들어 거실로 나와 보았다. 거실에서 책에 뭔가를 열심히 붙이고 있던! 악!

책을 찢는 것보단 다행인데 읽는 책에 뭐하는 짓...?! 무슨 스티커야?!

 

 

성급한 마음에 행복이의 팔을 잡고 말리다 보니, 책에 붙이고 있던 것이 스티커가 아님을 뒤늦게 알았다. 상처밴드네?

"행복아, 이건 상처 밴드잖아. 축복이나 행복이 아플 때 붙이는 건데, 이걸 왜 꺼냈어."

 

 

행복이는 책 속에 있는 알로사우르가 다쳐서 피가 나서 밴드를 붙여줬다고 설명해 줬다. 

 

 

혼내야겠다고 생각했던 찰라, 왜 이랬냐는 질문에 대한 3살 행복이의 대답에 할 말을 잃었다. 아니, 3살이 무슨 말을 이렇게나 잘 해... 조곤조곤 이유를 설명하곤 여전히 다시 밴드를 뜯는 행복이에게, 혼내는 것 대신.

"알로사우르스 상처 부위를 행복이가 잘 붙여줘서 이제 피도 안보이고 안아플 것 같아.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아. 봐. 피 안보이지?"

라고 달래주었다.

 

그 옆엔 기저귀 발진 연고가 있었는데, 아마도 상처 연고라고 생각하고 공룡 상처 부위에 연고를 발라주었나 보다. 

 

 

정작 난 저 책을 행복이와 함께 읽어준 적이 없다. 세이펜(책 읽어주는 펜)에 의존해 아이들이 직접 책을 읽게 내버려 뒀을 뿐. 그렇다 보니 저 책의 내용도 모르고, 상처 밴드가 붙여지기 전의 그림이 어떤 그림이었는지 모른다. (미안. 바쁘다는 이유로 책을 함께 못읽어줘서.)

 

 

행복이의 설명에 따르면, 아마도 상처 부위가 크게 돋보이는 그림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 빨간 부위를 밴드로 가린 거겠지. 

행복이가 자리를 비웠을 때, 다시 밴드를 다 떼어 내어 원상복귀를 시킬까 하다가 상처 밴드가 붙어 있는 그대로 두었다. 분명, 밴드를 떼어내면 다시 또 밴드를 찾아 붙이지 않을까 싶어서. 너무 이 상황이 재미있고 웃겨 친정 식구와 시댁 식구들에게 이 사건을 공유해주었다. 혼내기 뭣한 상황, 그리고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정인이 사건> 이 더욱 속상한 이유

 

친정엄마가 그러셨다.

"너무나도 사랑스럽네!"

그러면서 친정엄마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정인이 사건을 언급하시며 그 어린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직접 보셨다고 한다. 나는 뉴스로만 접하고 방송을 직접 보진 못했다.

방송을 직접 보지 못하고 뉴스로만 접했을 뿐인데도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책 속의 공룡이 아프다며 상처 밴드를 붙여 줄 정도로 아이들은 순수하고 순진하다. 

거실에서 어지럽혀져 있는 상처밴드를 치우고 있는 동안 둘째 행복이는 그 새 또 알파룸으로 와서 박스 포장을 도와주었더라... 울어야 할 지 웃어야 할 지. ㅠㅠ

 

 

행복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보면 모두 이유가 있다. 말썽을 피우고자 말썽을 부리는 것이 아님을 이제 나는 안다. 그렇기에 혼내기 전, 다시 한 번 더 생각한다.

"우리 행복이가 엄마를 도와주고 싶었구나. 응. 고마워. 엄마가 빨리 서둘러서 일 끝낼게."

행복이는 행복이가 좋아하는 원피스를 입고서야 겨우, 소파 한 쪽에 자리를 잡았다. 

"자, 이제 엄마 일 빨리 끝내고 같이 놀아줄게. TV 보면서 조금만 기다려 줘."

 

 

개인적으로 동물을 학대 할 수 있는 사람은 사람도 학대 할 수 있다고 본다. 어린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되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막 대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동물학대나 어린 아이의 학대, 약자에 대한 학대를 눈감으면 안되는 이유다.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이렇게나 순수한 아이인데... 라는 생각에 마음이 참 먹먹하다.

(인간적으로 말 못하는 동물들과 순수한 아이들은 건드리지 말자... 이 못된 악당들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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