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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만 보는 아이, 스마트폰 관리 훈육방법

· 댓글개 · 버섯공주

신랑이 회사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폰 게임을 한다. 그러면서 회사일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신랑과 이런 저런 소소한 부분이 잘 맞지만 신랑이 게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아니, 엄밀히는 집중도 아니다. 자동모드로 돌려 놓고 게임 화면을 보지를 않으니) 물어보곤 한다.

"게임을 직접 하는 것도 아니고, 자동으로 돌릴거면 그 게임을 왜 하는거야?"
"캐릭터 수집이지 뭐. 내가 수집하는 걸 좋아하잖아."

신랑을 100% 이해할 순 없지만, 아마도 스마트폰이 나왔을 초기, 'Great Alchemy'라는 게임을 집중해서 한 적이 있는데 4대 원소만 화면에 띄우고 드래그하여(합성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게임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그저 내가 연금술사가 되어 새로운 물질을 찾는 재미를 느끼며 수집했다. 아마, 신랑이 그런 기분으로 하는 게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게임을 그토록 좋아하는 신랑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에는 폰을 절대 보지 않았다. 나 역시. 그리고 두 아이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준 적이 없다. 폰은 항상 잠금이 기본이라 아이들이 사용하려 해도 사진촬영 정도 밖에 되질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아이들과 스마트폰으로 씨름할 일은 없었다. 그래선 안될 시기이기도 했고. (24개월 미만)

행여 외식을 하더라도 두 아이에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을 쥐어주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서 신랑과 나의 자녀교육관이 잘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외식 할 때 아이 손에 있는 것은 스마트폰?! NO! 푸드코트 진동벨!

부부의 교육관은 일치할 지 모르나, 문제는 시댁 어른들과 우리의 자녀교육관이 달라 힘들었다. 맞벌이 부부이다 보니 회식이나 야근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시댁에 종종 아이를 맡기는데 그럴 때면 시댁어른의 스마트폰은 언제나 두 아이의 것이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보고 싶은 영상을 마음껏 보았다.

언제까지?

잠들때까지...

맙.소.사...

어머님은 신이 나서 말씀하셨다.

"축복이가 똑똑해. 나보다 스마트폰을 더 잘 다뤄! 심지어 유튜브 광고 넘기는 것도 알아."

어머님은 무척 자랑스럽게 24개월 손주가 당신보다 스마트폰을 잘 다룬다며 자랑하셨다. 자랑하시는 어머님께 뭐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워 잠자코 있으니 옆에 있던 신랑이 나서서 어머님과 아버님께 주의를 부탁드렸다. 

"애들이 아직 어려서 그런거 보여주면 안돼요. 더군다나 애들 전용 폰도 아니고 어른 폰을 쥐어주면 연령대에 맞지 않는 영상도 추천영상으로 뜨고 그런담 말이에요."
"뭐, 내가 보여주고 싶어서 애들 보여주냐, 애들이 먼저 폰을 달라고 하니까 그러지. 애들 고집을 내가 어떻게 꺾어."

아직 어리기만 한 두 아이를 돌보시기 오죽 힘드시면 스마트폰을 내어주셨을까. 아직 젊은 우리 부부가 두 아이를 보는 것도 힘이 드는데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할아버지댁에서 집으로 돌아와서도 TV만화를 보고 싶다며 징징거렸고 그럴 때면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신랑이 큰 소리를 치곤 했다.

"축복아, 할아버지한테 스마트폰 보여달라고 하지 말고 TV 보여 달라고 그래. 스마트폰은 화면이 작아서 축복이 눈이 나빠지거든."

스마트폰 보다 차라리 TV를 보는게 눈이 덜 나빠지니, 할아버지께 TV를 보여 달라고 이야기 하라는 아빠. 아빠의 설득이 축복이게 통할까? 반은 통한 듯 하고 반은 통하지 않은 듯 했다. 스마트폰 대신 TV를 봐도 된다고 했으니, TV를 많이 봐도 된다고 이해를 한 듯 하다.

주말 이른 아침, 일어나자 마자 비장의 무기랍시고 클레이(지점토) 세트를 챙겨와 거실에서 주물럭거리며 놀고 있었다. 아직 자고 있는 두 아이. 나는 이미 안다. 잠에서 깨자 마자 TV를 켜 달라고 할 것을. 그걸 알기에 먼저 선수치는 거다.

"엄마, 뭐해?"

잠에서 깬 축복이가 내가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한참 빤히 보더니 내 곁에서 지점토를 만지고 놀았고 뒤이어 잠에서 깬 행복이가 와서 놀았다. 공룡도 만들고 로보트도 만들고. 20분 남짓 놀았을까. 아직 한참 집중해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먼저 제안했다. 

"자, 우리 이제 TV 볼까? 축복이가 좋아하는 옥토넛 하나 보자."

잔뜩 신이 난 축복이에게 TV 리모컨을 쥐어주었다. 

"축복아, 옥토넛 끝나고 나면 빨간 버튼 눌러줘. 이 빨간 버튼을 누르면 TV가 꺼져."

그 다음 날 아침에도 아이들보다 내가 먼저 일어나 책을 읽고 있었다. 아이들이 한 때 무척 좋아했던 책도 자연스레 내 옆에 놓아두고. 축복이가 잠에서 깨 슬그머니 곁에 오더니 책을 읽어 달라고 했다.

24개월 행복이가 먼저 책을 꺼내 읽는다 (읽을 줄도 모르면서-그런데 방안은 참 어지럽구나-)

그 옆엔 어느새 행복이도 앉아 있었다. 그리고 여우주연상 뺨치는 연기력으로 정성스레 책을 읽어주고 또 먼저 제안을 했다.

"자, 우리 이제 TV 볼까? 뭐 보고 싶어? 오늘은 동생이 좋아하는 뽀로로 볼까?"

그리고 다시 TV 리모컨을 쥐어주었다. 끝나고 나면 빨간 버튼을 눌러 달라고. 그 시간 동안 난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한다.

그 다음날, 주말이 지나 주중. 출근 준비로 한창 바쁘다. 그리고 두 아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가야 한다. 바쁜 아침. 두 아이의 아침밥을 먹이고 옷을 입히며 TV를 켜주었다. 두 아이가 먼저 TV를 보여 달라고 이야기 하기 전에. 그리고 아이들 방에서 정리되어 있던 장난감 로봇과 공룡 등 장난감 몇 개를 찾아 가지고 나왔다. TV를 보는 듯 하더니 이내 옆에 놓여져 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고 더 이상 이전처럼 TV에 넋을 잃은 사람처럼 집중해서 보지 않았다.

그래, 내가 바라던 바다.

"엄마, 끝났어요! 이제 이거 누르면 되는거죠? 빨간 버튼?"
"엄마, 내가 누를 거에요."

축복이가 빨간 버튼을 누르니, 이제 옆에서 행복이가 본인도 빨간 버튼을 누르겠다고 난리다. 

'안돼!'라고 호통을 치는 것이 아닌, 아이들 보다 내가 먼저 TV를 켰고 먼저 TV보다 재미있는 장난감이나 책을 내밀었다. 단, TV를 끄는 것은 내가 아닌 아이들이 스스로 끄게끔 만들었다. 내가 의도한 바는 '제어'였다. '중독'이 아닌 '제어' 가능한 수준이길 바랬다.

TV를 보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 왜 TV를 오래 보면 안되는지 설명해 주고 설득하고 싶었다.

할아버지댁에 가도 이제 더 이상 스마트폰을 달라고 먼저 이야기 하지 않는다. 행여 스마트폰을 보더라도 이전처럼 30분 이상 오랜시간을 보지 않고 다른 장난감을 찾아 동생과 함께 논다.

한글 공부 후, 우리 이제 TV 볼까? 하면 되려 반문한다. 왜요?(TV를 왜 봐요?) 라고...

TV를 켤 줄 모르는 5살 축복이와 3살 행복이. (빨간 버튼을 다시 누르면 켜진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만 먼저 켜질 않는다.) TV를 끌 줄 아는 축복이와 행복이. (빨간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꺼지고, 실수로 잘못 눌러 TV가 다시 켜지면 꼭 다시 눌러 TV를 끈다.)

약속을 하고 약속을 지킨다. 엄마도, 아빠도, 우리 아이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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