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 점수로 대학을 가겠니?"
"너가 서울로 간다구? 아무나 서울 가는 줄 아니?"
제가 저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가까운 친척분들을 비롯하여 나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비꼬며 하시던 말씀입니다. 정작 부모님은 저에게 성적에 대해 왈가왈부 아무 말씀을 하지 않으셨는데 말이죠.
2002학년도 수능 당시 수험표
두 달여 정도 앞둔 수능.
이제 대학생이 되기 위해 수능이라는 문턱을 넘어서야 하는 고3 후배들에게 힘내라고 말해 주고 싶어지네요. 막상 수능이라는 것이 끝나고 나면 모든게 끝인 것 같겠지만,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끝이 아니죠. 졸업을 하고 취직이라는 문턱도 넘어서야 하니까 말이죠. (취직이 아니라면 임용고시나 고등고시 등 다른 미래를 위한 어떠한 관문을 넘어서야 하죠)
전 제가 중3 때는 연합고사만 치루면 그 뒤로는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었고, 고3 때는 수능만 치면 어떠한 어려움도 없을 거라 생각했었죠.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어도, 대학생이 되어도, 사회인이 되어서도 여러 난관과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히는 건 매 한가지인 듯 합니다.
새벽 1시가 훌쩍 넘은 시간, 박효신의 음악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이전 생각이 많이 납니다. 한참 힘들 때면 엉엉 울면서도 박효신의 음악을 틀어놓고 그 음악에 취한 것인지, 감정에 취한 것인지 알 수 없을만큼 몽환적인 상태에서 눈물을 흘렸는데 말이죠. (아- 아주 먼 옛날 이야기인 것만 같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성적통지서를 받을 때면 올 수를 받아도 그렇지 않아도 부모님은 칭찬하고 격려하시며 용돈을 쥐어주셨습니다. 수고했다고 하시면서 말이죠. 성적이 우수하든, 그렇지 않든, 항상 수고했다고 말씀하시는 부모님을 보고 당시에는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몇몇 친구들은 집에 가기 두렵다- 무섭다- 라고 말하곤 했는데 당시의 저는 빨리 집에 가서 부모님께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 그 하나만으로 집으로 향했던 것 같습니다.
중학생 때는 글을 쓰는게 재미있었고, 대중 앞에 나서 발표하는 것도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항상 교문 입구에 붙어있는 백일장 대회를 눈여겨 보고 있다가 수첩에 메모해 놓고 대회일자에 맞춰 접수하고 선생님께 수업은 비록 빠지지만 빠진 만큼 열심히 하겠다며 확신을 주고선 대회에 나가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도 그림이며 글짓기이며 대회라는 대회는 매번 나갔습니다. 물론, 고 3이 되어서도 말이죠.
부모님께서는 저의 그런 행동에 대해 고3이니까 수능을 앞두고 있는데 그래서야 되겠느냐- 라는 말씀이 없으셨고 오히려 자유롭게 하고 싶은대로 놔두신 듯 합니다. '항상 그래. 그렇게 해라.' 하셨으니 말이죠. 하지만 이런 저의 행동에 대해 담임 선생님과 교과목 선생님을 비롯한 가까운 친구들이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더군요.
하지만 전국 규모의 글짓기 대회나 사생대회에 나가 상을 받고 신문 지면에 저의 이름이 뜨니 모두들 놀라워 하면서도 여전히 저의 성적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럴만도 한 것이, 당시 성적이 썩 우수한 성적이 아니었으니 말이죠.
친척분들도 가끔 제 성적을 확인하고선 "절대 이 점수로는 4년제 대학교는 힘들겠다" 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셨습니다. 전 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하는데 어른들은 안된다- 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군요.
넌 잘 할 수 있어- 넌 해 낼거야- 라는 말을 기대했는데 말이죠.
안된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대로 아, 난 안되나보다- 하고 주저 앉았다면 절대 지금 이 자리의 저는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수능을 3개월 정도 앞둔 시점에 그래도 꾸준히 학업에 임해 왔기 때문에 최종 오답 노트를 차곡차곡 정리해 왔던 것을 다시 되짚어 보며 수시로 치루는 모의고사를 실전이라 생각하며 집중하며 풀었습니다.
밤10시까지 학교 자율학습실에서 공부하고 집으로 돌아오길 여러 번. 수능을 얼마 앞둔 시점엔 급격히 상향 곡선을 그린 제 성적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밤 10시 이후로는 공부 하고 싶어도 못했습니다. 잠이 많은 편이었으니 말이죠.)
정말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안되기만 한걸까?
지방에 있는 4년제 대학교 들어가기도 힘들겠다던 제가 어떻게 서울에 오게 된 것일까요? 수능성적은 성적대로 확실히 올린데다 대학교 면접을 보러 갔을 때도 글짓기 대회를 비롯한 과학의 날행사 등 각종 행사와 대회에 나가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음을 어필하며 제 소신을 밝혔습니다. 대학교에 가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라는 포부도 정확히 밝히고 말이죠.
당시 저를 향해 "넌 안돼" "너가 어떻게 그 성적으로 서울에 간다는거니?" "넌 대학교도 못갈 것 같은데?" 와 같은 부정적인 말을 내뱉었던 분들은 가끔 연락이 옵니다. "요즘 잘 지내지? 우리 딸 아이한테 공부하는 법 좀 알려줘" "우리 딸아이가 서울에 위치한 학교탐방 하고 학업 열의 좀 높이고 싶어하는데 주말동안 너네 집에 머물게 하면 안될까?" 라며 말이죠.
그 뿐인가요?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 4학년 2학기 시점엔 "과연 취직할 수 있을까? 요즘 같은 힘든 시기에?" "요즘 토익점수 800점 안넘으면 대기업에 취직하기 힘들어" "SKY아니면 서류 통과도 힘들다던데?" 와 같은 부정적인 말과 안된다는 말을 또 수십번 들은 것 같습니다. 주위 친구들과 선배들에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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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점수 없이, 남들이 말하는 소위 명문대 SKY가 아닌데 그럼 전 어떻게 취직한 걸까요? 요즘, 안된다- 할 수 없다- 라는 말을 많이 하는 듯 합니다. 정작 본인은 할 수 있다고 하는데도 말도 안돼- 넌 안돼- 넌 할 수 없어- 라고 말하는 사람들...
전 아무리 힘들다고 말하는 후배들을 만나도, 아무리 사는게 힘들다고 말하는 후배들을 만나도 절대 안된다- 힘들다- 는 말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제가 결혼하여 자식을 낳는다 하더라도 안된다- 는 말과 할 수 없어- 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으려 합니다.
'할 수 없다' '안된다' 를 주입시킴으로 그 사람의 빛을 꺾이게 하는 것보다는 '할 수 있다' '된다' 를 주입시켜 큰 빛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도 본인에게도, 그렇게 서로에게 더 좋은 영향력이 있지 않을까요?
전 아무리 힘들다고 말하는 후배들을 만나도, 아무리 사는게 힘들다고 말하는 후배들을 만나도 절대 안된다- 힘들다- 는 말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제가 결혼하여 자식을 낳는다 하더라도 안된다- 는 말과 할 수 없어- 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으려 합니다.
'할 수 없다' '안된다' 를 주입시킴으로 그 사람의 빛을 꺾이게 하는 것보다는 '할 수 있다' '된다' 를 주입시켜 큰 빛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도 본인에게도, 그렇게 서로에게 더 좋은 영향력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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