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매력은 완벽할 때가 아닌 어설플 때 돋보인다 - 완벽녀보다 허당녀!
얼마 전, 동생이 졸업했습니다. 신기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순간의 동생 모습이 아직 선명한데 벌써 대학교 졸업이라니 말이죠. 그리고 졸업과 동시에 이제 동생은 백수가 되는군요. (응?)
이 날, 동생의 졸업을 축하하고 일일 사진 촬영기사가 되어 가족 사진에서부터 친구들과 함께 학사모를 던지는 사진까지 사진만 어마어마하게 찍은 듯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다들 키가 크고 날씬하고 참 예쁘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셔터를 눌렀습니다. (어이, 같은 여자잖아) 예전 같으면 '나보다 한참 어리네' 라고 생각하며 어린 동생들이라 생각했겠지만 이 날 보니 그저 숫자로만 차이가 나는 똑같은 성인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잠깐 동생이 학위증을 받으러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운 사이, 자연스레 바로 옆 야외의자에 우르르 몰려 있던 예쁜 여학생들에게 절로 눈이 갔습니다.
"와! 너무 고마워!"
"어? 꽃…"
"어! 꽃..."
저 멀리서 급하게 달려와 졸업을 축하하며 꽃을 내밀던 그녀가 금새 '헉'한 얼굴로 돌변했습니다. 깜짝 놀란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니 그녀의 손에 있어야 할 꽃은 없고, 좀 전까지 있었으리라- 추측되는 꽃 한송이를 위한 화려한 포장지만 손에 들려 있더군요.
축하해- 하며 환하게 웃음 짓던 그녀가 장미꽃이 없어진 것을 눈치 채곤, '어떡해!'를 외치며 다시 왔던 길을 향해 뛰어갔습니다. 급하게 뛰어오다 보니 포장지에서 꽃이 쏙 빠져 나와 길가 어딘가에 떨어진 모양입니다.
저와 전혀 상관 없는 그녀이고,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녀이건만 괜히 한번 더 보게 되고 엄마미소를 짓게 되더군요. 저도 모르게 그녀의 모습에 "너무 귀엽다!"라는 혼잣말을 읊조렸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 할수록 생각의 폭이 좁아지고 상당히 보수적으로 판단하게 되는 듯 합니다. 나름 그러지 않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많은 사람을 만나며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ㅠ_ㅠ
"뭔데?"
"책에서 본 건데 프로가 아닌 사람은 맡은 분야의 일에 '문제가 없어지는 것'을 완벽이라고 생각한대. 그런데 진짜 프로에게 '완벽'은 '더 좋아질 데가 없는 것'을 의미한대."
"아..."
아, 그 놈의 프로, 완벽... -_-;;;
사회생활을 하며 프로가 되길 요구 받고, 매사에 완벽을 요구받습니다. 99%를 잘해도 1%의 실수로 평가를 달리 하는 사회이다 보니 늘 긴장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 괜찮은 사람이요? 음..."
"누구 없어요?"
누구 소개시켜줄 사람 없냐는 가벼운 부탁에도 외모면 외모, 능력이면 능력, 성격이면 성격. 모든 것에 있어 '완벽한 그녀'를 찾기 위해 고심을 하는 제 모습에 흠칫 놀랐습니다.
헙. 내가 대체 뭘 하고 있는건가... -_-;
'괜찮은 사람 소개시켜 주세요' 라는 말을 '완벽한 사람을 소개시켜 주세요'라고 제 멋대로 곡해해서는 "소개를 해 줄 만한 마땅한 사람이..." 라고 얼버무리곤 했습니다. 그만큼 소개팅을 한 번 해 주려고 하면 주선자로서도 부담이 상당하더군요.
그와 비슷하게 첫사랑의 '완벽녀'를 잊지 못해 늘 완벽에 가까운 이상형을 고집하던 후배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언니. 말도 마요. 얘 소개팅 시켜주려고 한 자리가 아니었는데, 같이 밥 먹고 커피 한 번 쏟고는 사이가 급 진전된 거 있죠?"
"엥? 커피를 쏟아?"
"아니. 꼭 커피를 쏟아서 그렇다기 보다는. 옆에서 보니 챙겨줘야 될 것 같더라구."
"오. 뭐야."
"조금 있으면 올 거에요. 완벽녀가 아니라 허당녀."
왠만큼 예쁘고, 괜찮은 사람을 소개해 줘도 좀처럼 인연을 이어가지 못하던 후배가 소개팅 자리가 아닌 자리에서 짝을 찾았다는 말에 사람 인연은 따로 있나 보다 싶었습니다.
"길 헤매지 않았어? 잘 찾아온거야?"
"추워. 옷 잘 여미어 입어야지."
"너 왜 이렇게 흘리면서 먹어. 이거 닦고."
늘 챙김을 받길 원하던 후배가 먼저 여자친구를 적극적으로 챙겨주는 모습을 보니 새로웠습니다. 후배에게 저런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후배들 사이에선 장난 삼아 '완벽녀' 노래 부르더니 '허당녀' 만났네- 라는 말을 합니다만, 후배는 자기가 옆에 있어야 여자친구가 완벽해 질 수 있다며, 필연이라 이야기 합니다. 신기하죠?
동생의 졸업식에서 (생전 처음 본) 그녀를 보고 같은 여자임에도 '귀엽다'고 생각하고 '매력적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어쩌면... 사람은 완벽할 때 보다는 오히려 완벽하지 않을 때 진짜 매력이 돋보이는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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