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 덕분에 대접받은 사연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며 먹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건 참 맛있습니다. (네… 물론, 제가 먹성이 좋긴 합니다)

연말, 연초가 업무상 가장 바쁜 때이다 보니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함께 저녁 데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늘 데이트를 할 때면 '뭘 먹을까?' 로 시작되는 고민.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도 전화 통화를 하며 뭘 먹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랜만에 치킨을 먹고 싶다는 남자친구의 제안에 치킨으로 메뉴를 결정했습니다.

"오랜만에 치킨!"
"알겠어. 정말 오랜만에 치킨 먹어보겠네."
"근데 내가 좀 늦을 것 같아. 열차가 조금 늦네."
"그래? 그럼, 내가 먼저 가서 주문해 놓을까?"
"응. 날씨가 추우니까 가게 안에 들어가 있어. 미안. 빨리 갈게."

치킨 좋아라-

남자친구가 예상 시간 보다 조금 늦을 것 같다고 하여 제가 먼저 들어가서 주문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치킨 가게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지난 달에 남자친구와 두 번 정도 왔었던 치킨 가게였습니다.

익숙하게 들어서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습니다.

"어머. 오랜만이네요. 남자친구는 같이 안 왔어요?"

들어서자 마자 반갑게 인사를 해 주는 낯선 여자분.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것으로 봐선 치킨 가게 아주머니로 보였습니다. 지난 번 왔을 때 가게 아저씨는 뵌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아주머니는 처음 뵙는 것 같았습니다.

"아, 네. 어? 그런데 어떻게… 기억하시나 보네요?"

인사를 먼저 건네시니 덩달아 뭔가 이야기를 꺼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불쑥 꺼낸 말이 다소 어색한 질문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난 번 들어올 때 나갈 때 인사를 너무 싹싹하게 잘해서 주방에서 눈 여겨 봤었지요. 남자친구가 참 괜찮더라. 든든하겠어요."

처음 보는 치킨 가게 아주머니의 남자친구 칭찬에 왜 제가 칭찬을 받는 것 마냥 얼굴이 붉어지면서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는지.

평소 가게에서 식사를 하고 나갈 때면 계산대 앞에 서서 "정말 잘 먹었습니다." 라고 인사를 하기도 하고 "다음에 또 오세요." 라는 인사를 받으면 "다음에 또 올게요." 라고 항상 주거니 받거니 인사를 건네는 남자친구입니다.

전 그저 카드 내밀고 결제가 끝나면 싸인하고 "안녕히 계세요" 라는 늘 익숙한 인사를 하는게 전부인데 말이죠.

평소 남자친구가 인사를 잘 하고 예의가 바르다는 것은 가까이에서 봐 왔던 터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남자친구와 함께 자주 가는 카페나 식당에서 조차 남자친구의 밝은 인사성 때문에 먼저 알아봐 주고 '오늘은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라고 인사를 건네주시기도 하니 말이죠. 남자친구 덕분에 알게 된 가까운 가게 아주머니나 아저씨만 해도 참 많은 듯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인사를 들을 때도 늘 남자친구가 옆에 있을 때였던 터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 날은 정작 남자친구가 없는 자리임에도 낯선 분에게 남자친구에 대한 칭찬을 들으니 더욱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부족하지 않아요? 이거 더 줄까요?"

남자친구가 오고 나서도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접 받고 싶다면...

우리 커플 외에 다른 사람들이 가득 메운 가게임에도 VIP 대접을 받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오빤 저 아주머니 기억해?"
"아니. 누구신데?"
"치킨 사장님 사모님인가 봐. 주방에서 일하시는데 오빠가 가게 들어올 때, 나갈 때 인사를 예쁘게 잘 해서 기억하신대."
"아, 그래?"
"두 번 밖에 안 왔었는데 알아봐 주시는 것도 대단해! 그나저나 우리 오빠 인기 짱 많네!"

"내가 뭘…" 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입이 귓가에 걸린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니 저도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남자친구가 무척 자랑스럽기도 했고요.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면 먼저 대접하라' 라는 익숙한 이 말이 이 날처럼 와 닿았던 때가 없었습니다. 남자친구 덕분에 제가 덩달아 대접받은 기분이었습니다. 남자친구와 함께 치킨을 먹던 그 순간은 웬만한 고급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 것 보다 훨씬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덕분에 올해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남자친구에게만 예쁘고 잘하는 여자친구이기 보다 주위 사람이건 함께 만나는 낯선 사람이건 상냥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 이 날, 제가 느꼈던 대접 받는 것 같은 기분을 남자친구도 느끼게 해 주는 것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