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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가 건네준 급여명세서를 보고 엉엉 운 사연

· 댓글개 · 버섯공주

남자친구와 전 한 살 터울입니다. 4년 째 연애를 이어가고 있는 사이이기도 하죠. '우린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아는 것 같아' '말하지 않아도 통해' 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미소 짓기도 하는 여전히 처음의 두근거림을 간직하며 애틋한 마음으로 서로를 만나고 있습니다.

오늘 남자친구를 만나 저녁을 함께 먹다가 울음이 터져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다름 아닌,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죠. 전 남자친구보다 먼저 졸업을 하고 사회생활 5년 차로 자리매김을 한 상태이고, 남자친구는 지난 해 졸업하여 올해 취직하여 이제 막 자리매김하다 보니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속앓이를 많이 했었나 봅니다.

저야 "괜찮아. 더 좋은 직장을 얻으려고 조금 시간이 걸리는 걸 거야." 라며 심심한 위로를 건네 보았지만 한 남자로서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상하고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힘이 들었겠죠.

저 또한 구직 활동을 해 보았기에 본인에게 꼭 맞는 직업을 구하는 것도, 직장을 구하는 것도 힘들고 특히나 요즘 같이 취업난이 심한 때에는 그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만으로도 버거움을 느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힘든 시기를 이겨 내며 취직한 남자친구는 그간의 힘들었던 마음을 오늘 털어놓더군요.

"솔직히 나 오늘 너한테 상담하려고."
"뭘?"
"나 오늘 급여명세서 가져 왔다."

UAE Emarati emarat امارات اماراتي
UAE Emarati emarat امارات اماراتي by Bu_Sa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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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직장생활을 한 남자친구가 힘들게 입을 열더군요.
아직 수습기간이 끝나지 않아 80% 가량 밖에 수령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래도 함께 할 동반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함께 이야기 나누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말이죠.

앞으로 한 달 월급 중 본인은 어느 정도를 사용할 예정이고, 그 나머지 중 일부 액수를 적금을 넣으려고 하는데 그 금액의 비중에 대해 저의 의견이 궁금했나 봅니다. 꼬깃꼬깃 접어 온 급여 명세서를 펼치며 2년 후 목표금액과 함께 자기계발에 좀 더 힘쓰겠다는 이야기를 해 주더군요.

"많이 부족해서 미안해. 지금은 부족하지만 더 노력해서 부족함 없는 남자친구가 되도록 할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울컥했습니다. 학생의 신분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여자친구를 두고 주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들어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 텐데 그 때도 매번 내색 한번 없이, 말없이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주던 남자친구. 그리곤 이제 취직하여 자리를 잡고선 앞으로의 계획을 함께 세워 나가고 싶다고 이야기 하는 남자친구가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남자친구는 외동아들인데다 집안의 가장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지라 어깨가 무겁고, 저 또한 마찬가지인 상황이라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힘들게 달려온 남자친구의 모습이 마치 저의 모습을 보는 듯 하여 계속 울고 또 울었습니다.

회사 선배 언니들을 통해 "연애는 상관없지만 결혼은 돈 많은 남자와 해야 된다." 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결혼해서 살아 보니 왜 돈, 돈, 돈, 하는 지 알겠더라" 라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물론, 노골적으로 "정대리, 남자친구는 취직했나? 그럼 신입사원인가? 오늘 저녁은 김밥천국?" 이라며 비꼬듯 이야기를 하던 남자 상사분도 있었고 "너가 결혼을 해 봐야 정신을 차리지." 라고 따끔하게 이야기 하던 선배 언니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돈이 중요한가?' '결혼은 역시 연애와 다른가보다' 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는데 이런 저런 구체적인 계획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해 주면서도 미안해 하는 남자친구를 마주하고 있노라니 잠시나마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던 저의 모습이 너무나도 미워 지더군요.

그깟 돈이 뭐길래…
+ 그렇게 돈, 돈, 돈, 하는데 얼마만큼의 돈이 있어야 만족 할 수 있는걸까요?

급여명세서를 보여 주며 이런 저런 구체적인 계획을 끄적이는 남자친구를 보니 기쁜 마음과 함께 왠지 모를 속상함과 미안함이 솟구쳐 엉엉 울어버렸네요. 

IMG_5781
IMG_5781 by toughkidcst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너무 주위의 시선에 신경을 쓴 나머지 정작 제가 중요시 여겨야 할 것 마저도 흔들 거리게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위의 시선이나 어떠한 말보다 저를 믿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믿는게 우선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아직 모르겠습니다. 결혼을 위한 조건이라는게... 정말 있는건지... 
하지만, 지금 남자친구를 사랑하고 오래도록 이 사랑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 하나 만큼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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