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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회사 직장 상사에게 카톡 보낸 이유, 좋은 직장 상사의 조건

· 댓글개 · 버섯공주

오늘로서 이직을 한 지 한 달이 된다. 다소 분위기 적응, 눈치 살피기 등으로 어떤 분위기인지 어떤 상사인지 가늠이 잘 되지 않아 살금살금 회사를 다닌 느낌이라면 지금은 어느 정도 회사 분위기가 파악이 되었다고나 할까. 아쉬운 부분이 있고 좋은 부분도 있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업무를 같이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가 중요한 것 같다.

팀원들과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 팀원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저는 상사 복이 정말 없었거든요."

한참 본인이 이전 회사에서 겪은 이런저런 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성추행이나 성희롱 발언을 하는 상사부터 시작해 업무와 무관한 이야기를 꺼내 기분을 상하게 하는 상사 등. 그 한 팀원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다른 팀원이 이직하기 전 회사에서 경험한 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으로 이어졌다. 연달아 이전에 다닌 회사에서 만난 상사나 사장에 대한 불평, 불만을 털어놓는데... 가만히 듣고 있자니,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직장 상사 복이 정말 많은 사람, 좋은 상사란
좋은 직장 상사란

분명 나 또한 팀원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 동료나 상사가 있었을 거다. 그런데 좋지 않았던 상사보다는 좋았던 상사나 좋았던 직장 동료가 더 먼저 떠올랐다.

특히, 내가 이직하기 직전까지 CFO로 계셨던 이사님이 떠올랐다.

공채로 첫 회사에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그분을 뵈었을 땐 그분이 무척이나 무서웠다. 나 또한 사원이었다 보니 모든 게 서툴고 실수 투성이었는데 그분이 업무에 대해 지적을 하시는 것임에도 한 동안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내리꽂았다. 그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노력했다. 1을 시키면 2를 물어볼 것을 대비해 따로 2를 준비해 놓을 정도로. 그러면서 자연스레 실력이 향상된 듯하다. 내가 사원일 때 과장이셨던 그분은 차장이 되셨고, 후에는 부장, 팀장이 되셨으며, 이후 이사, CFO 등기임원이 되셨다. 난 사원으로 입사해 차장으로 승진을 했고. 16년이라는 세월에...

나는 직장 상사 복이 정말 많은 사람, 좋은 상사란
존경하는 상사 좋아하는 상사

상사 복이 없다는 직장 동료의 말에 난 정말 상사 복이 많은 사람이었구나- 라는 생각에 이사님께 카톡을 보냈다. 차마 이런 이야기는 얼굴 보고 할 수도 없고, 굳이 퇴사한 마당에 전화를 걸어 전하기에도 멋쩍기에 카톡을 보낸 건데.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먼저 존경한다는 말을 건네자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힘드냐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셨다. 지금 회사가 힘들다기 보다 그저 상사로서 존경한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던 건데.

직장 내 좋은 직장상사란 어떤 상사를 말하는걸까?

철저하게 업무적으로만 지적하는 상사

이 분은 철저하게 업무적으로 코멘트를 하셨다. 업무 외적인 것으로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으셨다. (복장이 어떻다는 둥, 성격이 어떻다는 둥, 말투가 어떻다는 둥 그런 것 일체 없음) 예상 일정보다 업무가 지연이 되거나 혹은 예상했던 결과치가 나오지 않으면 그에 대해 코멘트를 하셨다. 듣는 사람에 따라 그 냉철함이 상처가 될 수 있으나 오히려 내겐 철저히 업무적으로만 지적하시고 후엔 뒤끝이 없는 분이셔서 업무 하기 너무 편했다. 덕분에 많이 배우기도 했고. 업무적으로 냉철하신 분이지만 본인 앞으로 나오는 팀장 수당을 남몰래 팀원들에게 도서상품권으로 나눠 주시던 분이셨다. 고생이 많다- 고 하시면서. 그런 분임을 알기에 팀원 모두가 앞에서 팀장님께 깨지더라도 뒤에서 더 업무적으로 성과를 내려고 노력했지, 상사를 두고 험담을 하진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직장 상사 복이 정말 많은 사람, 좋은 상사란
믿고 따라갈 수 있는 상사란

권한을 쥐고 있기 보다 위임할 수 있는 상사

보통 업무 최초 지시자와 실무자 사이에 팀장이 애매하게 중간에 껴 있으면 했던 일을 또 하게 되거나 정확하게 상사가 뭘 요구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지는 때가 있다. 그렇다 보니 실무자 입장에선 '그래서 뭘 원하는건데요?' '그냥 저한테 그 메일 좀 전달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냥 그 컨택 포인트 좀 저한테 전달해 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하게 되는 것. 이 분은 철저하게 위임할 건 위임하고 믿고 맡기셨다. 목표하는 바가 A+B=C인데 애매하게 A는 넘겨주지 않고 권한을 쥐고 있으면서 B만 넘겨준 채, 어서 A+B=C를 만들어 봐!라고 요구하지 않으셨다. 권한이나 그간의 자료가 그 사람의 힘이라 생각하고 넘겨주지 않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듯하다. 이 분은 철저하게 본인이 그간 익혔던 자료나 백데이터를 바로바로 넘겨주셨다. 절대 그러한 자료를 자신의 힘이라 생각지 않으셨다. 그렇다 보니 더 믿고 따를 수 있는 상사였다.

새로운 정책·제도나 뉴스에 깨어 있는 상사

나이가 많다고 꼰대이거나 나이가 적다고 꼰대가 아니거나 하는 건 아닌 듯 하다. 이 분은 나보다 띠 동갑이라 할 정도 한참 위인 분이신데 업무 시간이 끝나면 바로 퇴근하길 바라셨다. 회식자리에서 자주 하시던 말씀이 있다. 일이 많아서 남아 있는 거냐? 일이 많아서 그런 거라면 채용을 더 하는 게 맞고. 업무 능력이 없어서 그러는 거냐? 그렇다면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시스템을 도입, 개선하거나 네가 외부 교육을 더 받아야 하고. 

늘 쓸데 없이 일찍 출근하거나 쓸데없이 늦게 퇴근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셨다. 보통 그러한 태도를 기준 삼아 인사고과를 하는 상사가 있는데 이 분은 철저하게 평소 업무 능력 위주로 평가하셨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팀 분위기가 좋았다. 인사고과 시즌에 맞춰 무의미한 이른 출근이나 시간 때우기 식의 늦은 퇴근 또한 없었다. 

퇴근하지 못하고 앉아 있으면 뭐가 잘 안되냐? 뭐 일이 많아?라고 물어보고 확인하셨고 우리는 늘 각자의 업무가 끝나면 고민 없이 퇴근했다. '눈치 보느라 퇴근 못한다'라는 말은 딴 세상 이야기였다. 연차 사용에 있어서도 '사유'를 기재하는 란이 있었는데 전자결재를 도입하며 연차 사유란은 없애는 것이 낫다는 말씀 하셨다. 굳이 본인에게 부여된 연차를 소진하는 건데 연차 사유를 써야 할 이유가 있냐며. 나이가 들면 들수록 경험했던 바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이 분은 매일 뉴스를 보시고 수시로 변화하는 세상에 관심이 많으셨다. 

나는 직장 상사 복이 정말 많은 사람, 좋은 상사란

난 내가 따랐던 그런 상사가 되고 싶다. 능력이 뛰어나면서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상사. 비록 나는 더 이상 그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지만, 그 분을 무척 존경한다. 나도 이사님처럼 그런 멋진 상사가 되어야지.

 

존경합니다. 이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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