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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론이라니! 30대 기혼 여성이 바라본 현실적인 설거지론

즐겨 가는 재테크 카페에 뜬금없이 '설거지론'이 등장하여 최근 정권 내 대출 규제를 급격하게 하는 것을 빗댄 말(Loan)인 줄 알았다가 설거지를 여자가 하냐, 남자가 하냐의 문제인 줄 알았다가... 검색하고 알아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더군요.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퐁퐁남', 이상한 이미지와 함께 떠도는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궁금하면 못참으니 말이죠.

신랑에게 '설거지론'을 아냐고 물으니 최근 디시인사이드, 엠엘비파크, 에펨코리아 등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설거지론'이 유행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하더군요.

설거지론은 쉽게 표현하면 연애 경험이 적거나 없지만 경제력이 갖춰진 남성이 젊은 시절 여러 남성을 만난 여성과 결혼해 경제권을 맡기고 사는 것을 설거지에 비유한 표현 이라고 합니다. 주로 미혼 남성이 기혼 남성을 힐난하면서 쓰는 표현이라, 남녀 갈등이 남남 갈등으로 번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요.

한국경제 뉴스 발췌 - "설거지론이 뭐길래"…'기러기아빠' 진중권도 '말잇못'

일단 설거지론에 부합되려면 아내가 전업주부여야 하기에 맞벌이 부부는 해당 사항이 없고, 아내가 전업주부라 하더라도 장기간 연애 후 결혼에 골인 하여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다면 또한 해당되지 않습니다.

설거지론 퐁퐁단 퐁퐁남

사실 이 두 가지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설거지론은 그냥 코 웃음치고 넘어갈 문제이고, 저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고 넘길 수 있는데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될 정도로 문제화 되는 걸 보니 의외로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이 많거나 이렇게 이슈화 시켜서 또 다른 갈등을 조장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여기저기서 이슈이길래, 주위를 둘러 보았습니다. 

회식을 좋아하는 상사로 본 퐁퐁남

퇴근 후, 맛있는 걸 먹지 않아도 되니 그저 집에 빨리 들어가고 싶은데 '지금 가면 차가 막히니 저녁을 먹고 가야 겠다.' 라며 남은 직원들을 붙잡고 급 회식을 진행하시던 부장님. 

회식 1차로 마무리 지어도 좋을텐데 2차, 3차까지 가야겠다고 하던 상무님.

그런 50대 60대 상사를 보며 저를 비롯한 20대, 30대 직원들은 생각했습니다.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으신가보다.' 라고 말이죠. 그들은 왜 집에 가기 싫을까요? 

결혼을 했음에도 외로운 이유

메타버스 이프랜드 공간에서 '애인이 있음에도 외로운 이유' 라는 주제로 방을 만들어 여러 세대와 의견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어쩌다보니 해당 주제가 설거지론과 부합하는 것 같네요. 여러 의견이 나왔는데요.

일단 남자의 입장에서는 '인정해 주지 않아서' 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가장 자신을 이해해주고 사랑해주기 때문에 연인관계가 되었고, 결혼을 했는데 그런 나의 사람이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라고 하더군요.

어쩌면 위에서 언급한 상사분도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지 않은 이유는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로 부합이 되죠. 

그런데 정작 제 주위, 결혼한 또래 친구들(남녀불문)을 보면 대부분 회식 자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서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어하죠.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어서요. 저 또한 회식 자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을 더 좋아하죠.

앞서 설명드린 부장님은 집에 다 큰 성인 자녀가 있었어요. 대학생이 된 딸과 아들 말이죠. 전업주부인 와이프도 있구요. 하지만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어하지 않은데는 아마 집에 가서도 외로움을 느끼셔서 그런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그럼, 설거지론에 부합되는 퐁퐁남이니 이 분은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이혼해야 하는걸까요? 

부장님은 회사일로 베트남으로 발령 받아 3년 남짓 기간 동안 자녀와 와이프와 떨어져 지냈습니다. 그렇다 보니 국내로 돌아왔을 땐 이미 장성한 두 자녀와 와이프가 있었죠. 국내로 돌아왔을 때 부장님은 계열사 임원으로 승진하셨고 모든 직원에게 인정 받는 멋진 분이셨지만, 정작 가족과 보낸 시간은 적다 보니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임에도 낯설고 어색했죠. 이 분을 두고 와. 퐁퐁남이네- 라고 할 수 있을까요? 와이프와 두 아이도 국내에 남아 아빠 없이, 남편 없이 외로움을 느끼며 자랐을텐데요.

회식자리에서 임원으로 승진하셔서 모든 직원의 축하를 받을 때 말씀하시더군요. 정작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적어 너무 아쉽고 훌쩍 커 버린 아이들을 보니 세월이 야속하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두번째로 설명드린 상무님의 경우는 기러기아빠 입니다. 자녀와 와이프 모두 해외에 있죠. 자녀 교육 때문에 떨어져 지낸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가 봤자, 혼자 계시니 외로움을 느끼시겠죠. 그러니, 직원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늦게 집에 들어가고 싶어하신 것 같아요.

오늘 오전 라디오를 듣다 보니 그러더군요.

"엄마, 오늘 유치원에서 지은이랑 이야기를 나눴는데 지은이 아빠는 매일 집에 온대. 신기하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미어졌다는 사연이었는데요. 어쩔 수 없이 지방 발령이 난 남편과 주말 부부로 지내고 있는데 아이의 그 말이 너무 짠했다는 이야기였어요. 아이에겐 주말마다 아빠가 오는 것이 당연한데, 다른 친구는 아빠가 매일 집에 온다고 하니 그게 되려 신기한거죠. 이렇듯, 개개인의 사정이 있는 건데 단편만 보고 퐁퐁남, 설거지론 부합한다... 이야기 하는 건 아닌 듯 합니다.

본인 입으로 내가 바로 퐁퐁남이다! 라고 한다면 모를까요. 뭐, 어쨌거나 두 분의 외로움으로 인해 피해는 오롯이 그 아래 직원들이 받는군요.

제가 30대 후반이니 30대 초반, 중반인 결혼한 후배를 보면 하나 같이 이야기 합니다. "이제 출근했을 뿐인데, 어서 퇴근하고 집에 가고 싶어요." 라고 말이죠. 이전 세대와 지금의 세대의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전엔 맞벌이가 흔하지 않았던 반면 지금은 맞벌이가 되려 더 많고 이전엔 육아나 자녀 교육 책임이 아내에게 많이 의존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자녀 교육 문제에 있어서도 아빠가 많이 참여합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직장 동료들에게 듣는 이야기는 "평소에 하지 못했던 요리를 만들어 아이들과 와이프에게 해 주었더니 무척 좋아하더라구요. 재택 계속 하면 좋겠는데, 이제 이렇게 끝나겠죠?" 와 같은 가족적인 이야기가 많아요.

결혼은 계약 관계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서 하는 게 결혼이죠. 모든 기혼남을 '퐁퐁단'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아닌, 일부 사랑없이 결혼한 관계를 두고 표현한 것으로 판단됩니다만. 이러한 신조어가 생겨날 때마다 드는 생각은 왜 이렇게 무의미한 '갈라치기'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남녀 대립구조로 몰고 갈 때도 그랬구요.

그저 각 개인의 문제이지, 성별의 문제도 아니고, 세대간의 문제도 아닌데 너무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각각 개인적인 사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기러기 아빠가 되고 주말 부부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이슈로 인해 퐁퐁시티니 퐁퐁남이니... 이슈가 되는게 썩 좋게 보이진 않아요.

어쨌거나 결론은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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