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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제로에서 애교만땅이 되기까지

· 댓글 4 · 버섯공주

일곱 아들, 두 딸. 그 중 장남이신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첫째 장녀로서 컸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쁨을 받는 사랑스러운 딸이기 보다는 비록 아들은 아닐지언정 든든한 아들 같은 딸로 보이길 희망했습니다. 굳이 부언하자면, 사촌오빠를 무척 예뻐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자연스레 '내가 아들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장녀로서의 책임감
보통 집안의 장녀들이 애교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아요

괜히 딸로 태어난 것에 대해 어머니, 아버지께 죄책감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그토록 무척이나 보수적인 친가였어요. 그렇게 자연스레 저는 또 애교와는 담을 쌓고 살았죠.

전형적인 경상남도 무뚝뚝한 아버지와 통화를 할 때면

"아들, 잘 지내냐?"
"네. 잘 지내고 계시죠?"
"그래. 밥 잘 챙겨 먹어라."
"네."

그리곤 뚝.

애교 많은 고양이
끝?! 끝!

딸이라고 불리는 때보다는 아들이라고 불리는 때가 많았습니다. 서울에 홀로 올라와 지내면서 더욱 책임감 강하고 든든한 듬직한 딸로 보여지길 바랬습니다.

수능을 마치고 대학생활을 위해 서울에 올라와 홀로 지내는 딸을 보며 얼마나 불안해 하셨을까요. 그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 '아들'이라는 호칭으로 부르셨는지도 모릅니다. 

저 또한 걱정을 끼쳐 드리기 싫어 더욱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길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할 때도 난감해 하거나 당황해 하기 보다는 침착하게 행동하는 모습에 친구들이 모두 기겁했습니다. 독한 아이라고 말이죠. 

지하철에서 승하차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왠 젊은 아가씨가 저를 보더니 소스라치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꺅!" 하는 짧은 비명 소리와 그 분이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가니 제 허벅지. 제 다리에서 피가 나고 있더군요.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바지를 흔건히 적시게 피가 나니 당황스러웠습니다. 

누군가가 내리면서 면도칼로 제 다리를 그었는데 그것을 목격하고 여자분이 놀라서 소리친 것이었습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여대 인근엥서 한동안 이슈화 되었던 사건이더군요.

위험한 면도날
의외로 세상에 별 별 사람이 많아요

이런 저런 일을 겪어도 웬만해선 울지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처음으로 연애를 시작했을 때에도 100% 마음을 열기 보다는 견제하고 알게 모르게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먼저 연락하지 말아야지. 내가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아야지. 이렇게 하면 날 쉽게 보겠지. 이렇게 하면 나에게 싫증 내겠지. 질투하고 있다는 걸 들키면 안돼.

좋게 표현하자면 밀고 당기기. 나쁘게 표현하자면 그 사람에게 푹 빠진 사랑이 아닌, 지극히 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상처 받지 않기 위해) 계산하는 겉치레 사랑을 하고 있었죠.

자기보호본능
오로지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감사하게도 몇 번의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면서 깨달았습니다.

헤어짐을 거듭하며 들은 말은 "너, 나 정말 사랑하는 것 맞아?" "넌 여성스럽지가 않아." "넌 너무 애교가 없어." 라는 말이었어요. 그 말이 너무나 큰 상처가 되어 제 자신을 가둬 두곤 했습니다. 

애교를 어떻게 부려? 애교는 나와 전혀 무관한 말이거든? 애교도 할 줄 아는 사람이 하는거야.

그랬던 제 자신이 첫 연애를 실패하고, 그 이후 몇 번의 새로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1년, 2년, 그렇게 새로운 남자친구와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차츰 변화하더군요. 자존심만 엄청 센 고집쟁이의 제 모습이, 먼저 자존심을 굽히고 고개를 숙이는 남자친구 앞에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떠한 사물을 보거나 어떠한 이야기를 들어도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시각으로 보던 저와 달리, 부정적인 영향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먼저 이야기 하는 남자친구를 보며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설사 크게 놀랄 만한 일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 삭히던 '독한 아이'에서, "이런 일이 있어쪄요." 라며 남자친구에게 먼저 그 날의 있었던 일을 털어놓더군요. 남자친구가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하면 그게 설사 별 것 아닐지라도 "최고! 최고!"를 외치며 말이죠. 

애교가 없다가 애교가 늘어나
애교제로에서 애교만땅

애교와는 거리가 멀다며 선을 긋던 제가 이렇게 바뀔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제 자신을 지키고자 했던 겉치레 사랑에서 진심을 담아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 하니 진짜 속 깊은 사랑을 하게 되더군요.

감사하게도 그렇게 몇 번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많이 성숙해졌음을 느낍니다. 

사랑 앞에서 안되는 건 없구나- 를 많이 느낍니다. 절대 결혼은 못할 것 같다더니 결혼을 하고, 절대 엄마는 못할 것 같다더니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받기는 쉽지만 사랑을 주는 건 쉽지 않다더니 사랑을 베풀 곳을 찾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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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무척이나 무뚝뚝한 편입니다. 태어나길 무뚝뚝하게 태어난 것 같아요. (응?) 손자가 태어나길 바랬는데 손녀가 태어나 속이 꽤나 쓰렸던 할아버지, 할머니. 그런 조부모님 못지 않게 속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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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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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는 것이 사랑이기도 한 듯 합니다.
배려하고 존중하며 서로를 감싸주면 좋겠어요,.
예쁜 사랑이 아릅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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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진강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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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 voyage

와우
저 원래 이런거 잘 안남기는데(그래서?)
우연히 들어왔는데 공감가는거 넘 많아요 *.*

또 경상도 분이라는거 듣고 어딘지도 내심궁금 ??
전 대구요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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