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출근길. 늘 그러하듯, 뒷좌석에는 두 아이를, 보조석에는 신랑을 태우고 회사로 향했다. 오늘만 버티면 된다- 라는 생각으로 집을 나서는 금요일 아침 출근길이다.
"엄마, 기린이야. 봤어?"
뒷좌석에서 자는 줄 알았던 첫째 아이가 잔뜩 들 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축복아, 뭐라고? 기린?"
분주한 출근길, 삭막하다 못해 살벌한 도로. 도로 위엔 버스며 자가용이며 여러 종의 차가 빼곡하게 장악하고 있고 좌우로는 높은 빌딩과 그 와중에 먼지가 날리는 공사판이다. -.-
여기에 왠 기린? 동물원도 아니고?
당황한 건 나만이 아니었나보다. 신랑도 의아한 표정으로 첫째 아이가 말한 기린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 본다.
"기린이 엄청 크다. 그치?"
"기린이다!"
첫째 축복이에 이어 둘째 행복이까지 '기린'을 외치며 목이 길다, 크다는 말을 내뱉는다. 두 아이의 눈에는 도심 속 한가운데 기린이 보이는데, 신랑과 나는 아무리 둘러 보아도 기린이 보이질 않는다.
나보다 먼저 발견한 신랑은
"우와! 그러네. 기린이 목이 엄청 길어. 그치?" 라며 아이들의 말에 호응해준다.
신호대기중이던 차가 출발하려던 찰라, 뒤늦게서야 아이들이 말한 기린을 나도 알아챘다.
살벌하고 삭막하다 못해 어서 지나가고픈 공사판 바로 옆인데 저 모습을 보고 기린이라 표현하는 아이들이라니.
역시, 아이들의 눈은 정말 신비롭다.
자, 도심 속 기린, 한 번 보시겠어요?
기린.
기.린.
나도 아이들처럼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봐야겠다.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온다.
기린이라니...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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