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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욕하던 30대 워킹맘이 되고 나니

· 댓글개 · 버섯공주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운 좋게 취직한 첫 회사. 그리고 그렇게 20대에 첫 사회생활을 내딛었던 그 회사를 30대 중반이 훌쩍 넘어서기까지 다니고 있다. 이직하네 마네 말 많고 탈 많았던 여러 시간을 지나 아직까지 이 회사만을 다니고 있는 것을 보면 이 회사가 나를 내쳐야만 그만 둘 기세다.

20대 초반 한참 외모와 자기개발에 신경을 쓰고 결혼은 절대 하지 않을거라던 철 없는 아가씨는 어느덧 아들, 딸을 낳아 아줌마가 되었다. 누가 알았을까. 내가 이렇게 바뀔 줄은.

어느 덧 두 아이의 엄마

오늘도 지각이다. 8시 30분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이미 8시 30분이다. 오늘은 유독 더 심하게 막혔다. 이상하지.

경기도 남부쪽에 있는 집에서 어린이집까지 1시간. 어린이집에서 마포에 위치한 회사까지 1시간. 최소 다음해까지는 이 고생을 해야 한다.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을 갈 때까지는.

맞벌이 부부의 출근시간, 퇴근시간에 맞춰 어린이집 종일반이 가능한 곳을 찾아 헤매다 겨우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있는 어린이집을 찾아 어린이집에 맞춰 집을 이사했다. 그리고 이제는 다음해 유치원을 보내기 위해 친정 근처로 이사를 했다. 그렇다 보니 텀이 생겨 유치원 입학하는 3월까지, 약 3개월 남짓 정도 이 고생을 해야 한다.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두고 운전석에 다시 앉으니 손이 떨렸다. 지각이다. 또 지각이다. 긴장을 해서 손에 자꾸 쥐가 났다. 손을 주무르면서 운전을 했다. 지각이다. 어떡하지. 지각이다.

'여자면 지각해도 되는거야? 여자라서 그렇다는 말 정말 싫어.'

'우리 회사에 여자 차장님이 계시는데 항상 지각해.'

'애가 있는 게 대수야?'

내가 20대 때, 같이 회사를 다니던 기혼인 여자 사수를 두고 항상 가졌던 불만이다. 그런데 내가 그러고 있다. 충격적이게도... 팀장님께도 너무 죄송하지만 팀원들 보기에도 너무 부끄럽고 민망하다. 

가방은 차에 두고 차 키와 회사 출입증만 챙긴 채, 뒷문으로 살금살금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두 아이가 생기기 전엔 항상 일찍 출근해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건만, 인사를 잊은지 오래다. 

팀원들도 나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인사를 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자리에 앉는 나를 곁눈질로 쳐다볼 뿐. 팀장님께 카톡으로 '죄송해요. 어린이집 선생님이 늦으신대요. 선생님 오시면 바로 아이들 두고 출발할게요.'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오늘 유독 더 심하게 막히네요. 죄송합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너무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아이가 아파서 친정에 맡기고 갑니다. 죄송합니다.'

팀장님과 주고 받은 카톡 대화 내용을 보면 온통 '죄송합니다' 가득이다. 

맞벌이는 정말 힘든 것 같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내가 뭘 하고 있나 싶어서.

"버섯 차장! 잠깐 회의실로 오지?"

팀장님이 회의실로 호출하셨다. 

알 듯 모를 듯 걱정 반 두려움 반, 회의실로 가자 팀장님이 말씀하셨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두고 회사 출근하기 힘들지? 보통 시간이 몇 시쯤 될까? 여유있게. 9시? 9시 30분?"

"우리 여동생도 탄력근무를 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 안그랬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더라고."

"맞벌이다 보니 어느 한 사람이라도 탄력근무, 유연근무제가 시행되면 좋은데 그게 아니면 아무래도 힘들지."

"인사팀엔 내가 건의를 해볼테니까."

눈물이 핑 돌았다. (팀장님께 너무 감사하다)

우리 회사는 탄력근무제, 유연근무제가 시행되지 않는 회사다. 그럼에도 팀장님이 건의해 보신다고 하니 이미 그 말씀만으로 너무 큰 힘이 되었다. 1시간 늦게 출근한 만큼 1시간 늦게 퇴근하는 것. 

신랑과 나 둘 다 아침 8시 30분까지 출근이다 보니 아둥바둥 새벽 같이 두 아이를 깨워 나서기가 많이 힘들었다.

그래. 돈이라도 좀 여유 있으면 회사 근처 마포에 집이 있으면 좀 더 편할 수 있었겠지.

그래. 돈이라도 좀 여유 있으면 아이들 도우미라도 써서 어린이집 등하원을 맡기면 좀 더 수월했겠지.

돈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생기는 요즘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돈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또 다시 맞벌이로서의 삶을 지속해야 한다. 

이 탈출구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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