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의 정장 차림에 두근거린 이유

 

"달라 보여!"
"응. 진짜 달라 보인다."
"은근 멋있어 보이지 않아?"
"그러게."

 

늘 올 블랙의 정장을 입던 직장 동료가 캐주얼 복장으로 등장했습니다. 브라운 색상의 면바지에 흰 색 티셔츠, 그리고 니트 가디건을 입은 모습이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매일 같이 얼굴 도장을 찍는 직장 동료들이건만, 새삼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음… 낯설게…, 정확히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해야 할 듯 하네요.

 

"아, 역시, 난 정장 차림의 남자보다는 캐주얼 차림의 남자가 더 끌리는 것 같아."
"왜?"
"정장 차림에 너무 익숙해서 그런가? 정장은 그냥 회사 유니폼 입은 것 같아. 매력을 못 느끼겠어."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제게 슈트를 입은 남자가 주는 느낌은 '나이 많아 보임' '갑갑해 보임' '회사 유니폼 입은 것 같음' '무매력' '은갈치(은색정장) 혹은 흑제비(블랙정장)' 가 전부였습니다.

 

장미꽃다발을 들고 있는 슈트입은 남자???


어느 한 책에서 읽은 '슈트 입은 남자가 장미꽃다발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은 여자의 로망이지.'라는 글귀가 당시 제겐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말이죠.

 

블랙 슈트 입은 남자친구의 모습에 눈에 하트 뿅뿅!

 

저의 고향친구이자 가장 가까운 절친이 결혼을 하게 되어 남자친구와 함께 결혼식을 가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깔끔하게 정장을 입는 게 나을 것 같네."
"아. 그럴래? 그게 나으려나?" (정장 입은 모습이라; 난 정장 싫은데;)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면서 늘 남자친구의 캐주얼 차림의 모습만 봐왔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결혼식날, 처음으로 남자친구가 블랙 슈트를 입은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
"왜? 이상해?"
"아니. 그게 아니라…"

 

직장에서 늘 봐왔던 정장 차림이건만, 넓은 어깨와 긴 다리가 유독 돋보이는 슈트 차림의 남자친구를 보고 있으니 절로 가슴이 콩닥콩닥 뛰더군요.

 

'이상하다. 나 정장 입은 남자 안 좋아하는데.'

 

함께 결혼식장으로 향하면서도 힐끗힐끗 남자친구의 뒤 태를 훔쳐보기도 하고 괜히 남자친구의 어깨에 손을 올려 보기도 했습니다. 혼자 내심 므흣해 하기도 하면 말이죠.

 

"왜 자꾸 웃어? 나랑 정장이 안 어울려?"
"크크크.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너무 멋있어서."
"에이, 거짓말. 멋있다고 하면서 왜 자꾸 웃어?"
"아니. 진짜 너무 멋있어서 그래. 멋있어서 웃음이 나와."

 

회사에서 흔히 보는 정장 차림이건만, 남자친구가 입으니 느낌이 다르더군요. 정확히는 늘 캐주얼 차림의 남자친구만 보다가 블랙 슈트를 입은 다른 모습에 반한 건지도 모릅니다.

 

이동욱의 슈트 간지! +_+


친구들과 어울려 이상형을 이야기 할 때면 헤어 스타일은 어때야 하고, 옷은 어떤 스타일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었습니다.
 

<<6년 전, 내가 그리던 이상형>>

"내가 꿈꾸는 이상형은 캐주얼 차림의 스포츠 머리가 잘어울리는 남자야."
"아, 그래? 난 오히려 슈트가 잘어울리는 남자가 좋던데."
"슈트는 아저씨 같아 보여서 싫어."


헤어스타일, 옷을 입는 스타일을 한정 지어 놓고 그 스타일이 아니면 내가 바라는 이상형이 아니라고 늘 제쳐 놓곤 했었는데 정작 남자친구가 정장을 입은 모습을 보고 나니 이상형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원하는 스타일 또한 얼마든지 바뀔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내가 그리는 이상형>>

"넌 어떤 남자 스타일 좋아해?"
"난 내 남자친구가 같은 스타일 좋아해."
"엥?"
"예전엔 헤어스타일은 스포츠, 옷은 캐주얼을 원했는데 막상 겪어 보니, 어떤 스타일이건 남자친구가 하니까 멋있어 보이더라구."


그리고 직장 동료의 슈트를 입은 모습만 보다가 평상복이나 캐주얼 복장에 색다른 매력을 느낀 것처럼, 남자친구의 평상시 옷차림이 아닌 슈트 차림에서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조개라고 해서 모두 같은 모양의 조개가 있는 건 아니거든!


늘 익숙한 남자친구의 모습도 좋지만, 가끔은 평소와 다른 그의 스타일에서 두근거림과 떨림을 느끼게 되는 듯 합니다. 두근두근. ^^ 

+ 덧) 여자의 변신이 무죄이듯, 남자의 변신도 무죄입니다. 으흐흐.


 

연인 사이, 속마음 읽고 말하기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사랑은 너무 어려워!'를 외치곤 했는데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고 나서는 '사랑'은 있는 그대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합니다.

상대방을 '남자', '여자'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같은 사람으로만 봐도 그리 어렵지 않으니 말이죠. 그런데 연애 초기엔 이 단순한 사실을 인지하는 것도 참 어려웠습니다.

숨기기의 귀재! 여자는 자고로 속마음을 숨겨야?

솔직히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사랑에 있어 겉으로는 '쿨한 척'이었지만 속으로는 '구걸' 하는 타입이었던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처음엔 100만큼 해 줬는데 제가 느끼기에 그것이 90이라고 느껴지면 왜 100을 주지 않는 걸까? 라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고, 그러다 또 다시 100만큼 잘 해 주다가 딱 하루만 50으로 떨어졌다고 느껴도 안달복달했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끙끙 앓으면서도 겉으로는 '쿨한 척' 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제가 속으로만 생각했던 이 부분에 대해 상대방이 알 수 있었을까요? 겉과 속이 엄연히 다른데도 드러내지 않으니 상대방이 독심술을 부리지 않는 이상 절대 알 수 없습니다.

"어제 내가 연락했어야 되는데 경황이 없어서 연락을 못했어."
"아, 괜찮아. 나도 바빴어."
"아…"

평상시 하루에 한번씩은 꼭 연락을 주고 받곤 하는데 언제부턴가 연락이 뜸해 지더니 급기야 3일이 지나서야 연락이 오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 상황 속에서도 도도한 척, 여유로운 척. 절대 화를 내지 않고 쏘- 쿨- 하게 '괜찮아'로 넘기는 여유를 보였습니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으로 시작한 것이 연애이건만, 왜 막상 연애를 시작하고 나니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기에 급급해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시엔 '내가 남자보다 더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 드러내선 안돼!'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보고 싶어도 먼저 보고 싶다는 말을 못했고, 먼저 연락하고 싶어도 끝까지 먼저 연락 올 때까지 참았었죠. 어떤 이는 이를 두고 '밀고 당기기'라 말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저 '턱없이 어리석은 행동'이었을 뿐입니다. -_- 연애 하기 전 단계에서 서로의 감정을 몰라서 하는 밀고 당기기도 아니고, 뻔히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알고서 시작한 연애인데 '밀고 당기기'라뇨.

그리고 예상대로 이러한 끝없는 '밀고 당기기'와 '숨기기'에 급급했던 사랑은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헤어지고 난 후, 생각했습니다. 서운한 부분이 있으면 서운한 대로 드러내는 것이 어쩌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고 말이죠. 그렇게 당시 서로에 대한 감정이 언제어느 순간이 끝이었는지 알 수 없게 무뎌진 채 이별에 이르렀습니다.

여자친구는 질투쟁이? 정말 질투인걸까?

'숨기기'와 '밀고 당기기'의 결정판이었던 지난 연애의 실패를 바탕으로 적어도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그런 실수는 하지 않을래! 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좋은 걸 좋다고 말하지 못하고, 싫은 걸 싫다고 말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는 생각에 아쉬움만 남더군요.

그리고 지금의 남자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에는 종전과 전혀 다른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종전의 쏘-쿨-한 여자가 아닌, 투정대마왕, 삐침대마왕이 되어 있더군요. 연애 초기, 하루가 멀다 하고 자주 만나곤 했던 커플이라 당연히 이번 주말에도 만나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예상과 달리 갑작스레 친구와 약속이 있다고 말하는 남자친구.

"흥! 나보다 그 친구가 소중하구나?"
"아니. 그 친구랑 주말에 먼저 약속을 잡았으니까. 우리 이번 주말에 보기로 약속 한 건 아니었잖아. 우리 어차피 월요일에 볼 거고."
"뭐? 그래. 알겠어."
"뭐야. 또 삐쳤어?"

그런 별 것 아닌 일에도 속상해 하고 서운해 하고, 그리고 그런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속마음 숨기기의 귀재가 어느덧, 속마음 다 드러내기 귀재가 되어 있더군요. 툭하면 투정부리고 토라지는 저로 인해 연애 초기, 서로 다투기도 정말 많이 다퉜습니다. 다만, 이렇게 다투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는 제대로 한 것 같습니다.

'흥! 나보다 그 친구가 소중하구나?' 라는 저의 표현에서 남자친구는 단순히 '왜 남자인 내 친구를 질투하는 거야?' 라고 생각했었다고 합니다. 당시 저의 속마음은 '왜 주말에 약속 있다는 사실을 좀 더 일찍 말해주지 않았던 거야. 난 주말에 오빠와 데이트 할 생각 하고 있었는데. 서운해.' 였는데 말이죠.  

다행히 이야기를 하고 풀어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속마음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남자친구가 먼저 이러이러한 약속이 있다고 먼저 알려주기도 하고, 저 또한 이러이러한 일정이 있어서 그 날은 못 만날 것 같아- 라고 전하기도 합니다.

만약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화를 하지 않았더라면 줄곧 남자친구는 '버섯은 남자친구의 동성친구도 질투하는 질투대마왕!' 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_+

"아, 맞다. 나 이번 주 주말에 친구들이랑 약속 있어. 재훈이랑, 경훈이. 알지?"
"아, 응. 나 영화 티켓 있는데 그럼 영화는 월요일에 보면 되겠다."
"응. 그러자. 주말 잘 보내고. 친구들이랑 헤어지고 나서 전화할게."

'적절함' 그리고 상대방 탓은 절대 금물

애매하지만 '적절함' 이라는 단어 외에는 적당한 표현을 찾을 수가 없네요. 자신의 속마음을 100% 숨기는 것보다는 드러내는 것이 낫고, 감정을 드러내되 적절히 상황을 파악하고 상대방에 맞춰 가며 어필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 이 '적절함'이 참 쉽지 않은데 말이죠.

상대방이 어떠한 말 실수나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상대방 탓만' 하는 사람을 좋게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너 때문에 기분 나빠!" 가 아닌, "나 요즘 이러이러해서 속상해."라는 표현으로. "너 변했구나?"가 아닌, "내가 요즘 좀 심란한가 봐."라는 표현으로 (상대방) '때문에'가 아닌, (나) '~로 인해' 라는 표현으로 좀 더 부드럽게 표현 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누구도 다짜고짜 '너 때문에' 로 시작하는 말을 좋게 들을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말이죠. '아'다르고 '어'다르다는 말처럼,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다르게 받아 들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 실천은 어려울지 모르나, 조금씩 숨겨 놓았던 속마음을 조금씩 이야기 하며 이끌어 가다 보면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지고 좀 더 단단한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자칫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여자의 함축적 표현

남자친구가 저에게 종종 하던 말이 있습니다.


"네가 말하지 않으면 난 죽었다 깨어나도 몰라. 꼭 말해줘. 왜 화가 났는지. 뭐 때문에 서운한지."


지금은 뭔가 서운하거나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그 날 중 꼭 남자친구에게 이야기를 하는 편입니다. 직설적으로 이야기 하되 말투는 상당히 온화하게 말이죠. 그래서 종종 남자친구는 제게 우스갯소리로 '마녀'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오호호호' 웃으면서 할 말은 다 하니 말이죠.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어쨌든;)

하지만 연애 초기엔 꿀 먹은 벙어리처럼 화가 나면 씩씩거리기, 입 삐죽거리기, 안 그래도 작고 찢어진 눈인데 더 밉살스럽게 새우 눈 모양을 하고선 째려보기 등등으로 무언의 투쟁을 했었습니다.


속 마음을 알지 못해 답답해 하는 자(남자친구)와 속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자(여자친구). 두둥!

남자친구와 연애 초기 그렇게 다투게 될 때면 늘 제 마음 한 구석에선 "오빤 도대체 왜 내가 화 난 걸 모르는 걸까?" 라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왜! 왜! 왜 몰라! 왜에에에에!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커플인 남군(가명)여양(가명)의 사건으로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다들 직장인이 되고 난 이후로 평일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친구들과 저녁 약속을 잡았습니다. 친구들 모두 각자 직장이 다른 곳에 위치해 있어 약속 장소를 정하기 애매하던 차에 결국 중간지점인 사당역에서 만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사당역은 마침 남군의 여자친구인 여양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남군여양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오늘 친구들과 사당역에서 만나기로 했어. 7시쯤 마칠 것 같은데 중간에 애들도 태워야 하고 퇴근 시각이라 막힐 것 같으니까 사당역 도착할 때쯤 전화할게. 너도 그 때 나와."
"알겠어."


직장생활을 하면서 평일 퇴근 시간에 딱 맞춰 약속을 잡기란 쉽지 않습니다. 예상 외의 변수가 종종 일어나기도 하니 말이죠. 남군이 퇴근을 하기 2시간 전, 그의 여자친구인 여양에게 온 문자. '나 강남역이야.'

만나기로 약속한 곳은 여자친구 집 근처인 사당역인데 쌩뚱맞게 왜 강남역에 있는 걸까? 라고 생각하다 보니 평소 친구들과 강남역에서 어울려 종종 노는 여양의 모습이 기억이 났습니다. '아, 강남역에서 친구들과 선약이 있었나 보다. 그럼 좀 늦게 온다는 말인가 보네?'

대수롭지 않게 남군은 업무를 마무리 짓고 친구들을 하나 둘 차에 태워 목적지 모임 장소에 도착해서는 느긋하게 여자친구 여양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직 강남역이야? 친구들 만나고 있어?"
"내가 언제 친구들 만나고 있다고 말한 적 있어?"
"응? 강남역이라며?"
"내가 강남역에서 왜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고 생각해? 난 강남역 대형서점에서 책 읽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 강남역에서 만나기로 한 거 아니잖아. 사당역이라고 했잖아. 그리고 좀 늦을 지도 모르니까 너네 집 근처에 내가 도착하면 전화한다고 했잖아. 그때 나오라고."
"내가 무슨 대기조도 아니고. 그러길래 내가 강남역이라고 문자 보냈을 때 왜 연락을 안해?"
"헐!"

나 강남역이야 = (나 강남역 대형서점이야. 여기서 책 보면서 기다리고 있을게. 이쪽으로 와서 나 데리고 가.)


'

나 강남역이야' 라는 문자 하나로 '아, 강남역 교보문고에서 책을 읽으며 기다리고 있구나' 라고 추측 해야 하고, '아, 그쪽으로 데리러 오라는 이야기구나' 를 유추하고 상황이 그렇지 못할 것 같으면 안될 것 같다고 회신하는 것까지 완료가 되어야 그녀의 기대에 부응하는 상황이었습니다. -_-;;;


"헐! 아니. 내가 '강남역이야' 라는 문자 하나에 어떻게 그 모든 의미를 알아 듣냐고!"



여자친구와 통화를 한 후, 황당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남자. 웃으면 안 되는데 옆에서 빵 터진 저와 친구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혹 나도 남자친구에게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더군요.  

"맞아. 너도 그런 때 있어."
"정말?"
"응. 함축적 표현 쓰지 말고, 하나하나 쉽게 이야기 해 줘."


여자친구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고 있고, 남자친구는 여자친구가 왜 화가 난 건지 몰라 당황해 하는 그림.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얼마 전 TV프로그램에서 충청도 사투리 '거시기'를 두고 오가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거시기 거시기 했쑤? 거시기는 어쨌쑤?" 라는 말에도 단번에 알아듣는 상대방. 어떻게 거시기라는 말 하나로 대화가 통하는 걸까? 라고 생각했는데 그 상황에서의 전제조건은 반드시 상대방이 '거시기' 가 무엇인지 반드시 서로가 알고 있는 것을 지칭할 때 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서로 잘 통하는 연인 사이라고 하지만 '거기!' '저기!'를 외친다고 해서 서로가 같은 A라는 곳을 떠올릴 가능성은 낮을 수 밖에 없는데 말이죠. 사랑하는 사이, 할 말이 있으면 할 말을 똑부러지게 하는 것 못지 않게 함축적으로, 단답식으로 이야기 하고선 상대방이 알아주길 바라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 준다면, 오해의 소지가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



연인 사이, 얼마나 자주 만나야 할까?

남자친구와 연애를 하면서 주위 지인을 통해 자주 받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5년 연애라… 지겹지 않냐?"

그럼 오히려 제가 역으로 물어보곤 합니다. "5년 이상 연애 하면 지겨워요? 왜요?" 라고 말이죠. 그리고 또 자주 받는 질문이 "어제 봤는데 오늘 또 봐?" 라는 질문입니다.

거의 매일 같이 만나는 우리 커플.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땐, "하루하루 만나는 게 고욕이겠다. 데이트 비용은 또 남자친구가 다 부담하는 거 아니냐? 남자친구 허리 휘겠다. 그렇게 매일 만나면 권태기 더 빨리 온다더라." 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해 주죠. (그건 네 생각이고!) 

문제는 "어제 보고, 오늘 보고 그럼 거의 매일 같이 보는 거네? 지겹겠다." 로 결론 지을 것이 아니라, 오늘 만나고 내일 만나더라도 함께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어떻게 보냈느냐는 것입니다.

우린 거의 매일 같이 만나는 커플, BUT 30분!

"남자친구와 얼마나 자주 만나?" 라고 누군가가 물으면 "거의 이틀에 한번 정도 만나요." 라고 대답하죠. 반면에 "남자친구와 주로 언제 데이트 해?" 라고 물으면 "주말에 데이트를 해요." 라고 대답을 합니다.

남자친구와 전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자주 보는 편이지만 막상 남자친구와 주중에 함께 보내는 시간은 30분 내외 인 듯 합니다. 그것도 집으로 가는 지하철 환승구간에서 잠깐 내려서 말이죠. 늘 짧은 만남으로 인해 아쉬워하며 헤어지지만 '우리에겐 주말이 있어!' 라며 '이번 주말엔 뭐할까? 어딜 가 볼까? 이번에 영화 개봉한 게 뭐 있지?' 라는 대화를 주고 받곤 합니다.

나름 진짜 데이트는 토요일인데, 주중에 잠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 환승 구간에서 만나는 거죠. 진짜 데이트(토요일)를 위해 애피타이저 정도의 입맛을 돋우는 맛보기를 한다고나 할까요? (제가 써놓고 표현 참 적절하다며 박수치고 있습니다 -_-;; 쩝.)

짧다면 짧은 30분인데, 그 사이 저희 커플이 하는 것은 굉장히 많습니다. 주말에 뭘 할지 데이트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혹시 무슨 고민은 없는지, 심지어 배고프지 않냐며 지하철 내에 있는 자판기를 이용해 음료수나 간식을 사먹기도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하루 데이트 비용 천원에서 이천원 사이. +_+

회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 그 허기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 멀리서 빼빼로를 흔들고 서 있는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면 흡사 구세주와 같습니다. 그런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고 좀 전까지만 해도 없던 다리 힘이 솟아나 달려가곤 합니다.
종종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제가 토라지는 것 같으면 그새
"흐응- 빼빼로 먹기 싫구나?" 라고 이야기 하는 남자친구를 가장 무서워합니다. (전 먹을 것에 약합니다. 퍽;)

때로는 빼빼로, 때로는 바나나우유, 때로는 씨리얼, 때로는 바나나. 편의점에서 천원 내어 사 먹을 수 있는 것임에도 남자친구가 건네주면 그 느낌이 확연히 다릅니다. 저녁을 먹지 않고 바로 운동을 가는 저를 위한 남자친구의 특별식이기도 하죠.  
남들이 봤을 땐, "고작 천원짜리 간식 하나에 왜 그리 벌벌 거리느냐? 네가 네 돈 주고 사 먹으면 되잖아." 라고 이야기 할지도 모르지만 이게 제 나름의 남자친구를 향한 애교라고 하면 믿으실지 모르겠네요. 

얼마나 자주 만나는 게 좋은 걸까?

물론, 연애 초기에는 주말 데이트는 물론이며 주중에도 퇴근 후, 4시간 이상씩을 함께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그럼, 왜 매일 데이트를 하면서도 30분 데이트로 정한 걸까요? 정확히는 30분으로 딱 정해서 만나는게 아닙니다. 서로 적당히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전 운동을 하러 가는 시간에 맞춰 움직이고, 남자친구는 스터디 가는 시간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주중 데이트는 30분으로 맞춰 지더군요.

남자친구를 알기 전부터, 남자친구와 연애를 하기 전부터 전 매일 매일 꾸준히 수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거의 5년 이상을 꾸준히 수영을 해 왔고 출근 전, 새벽에 수영을 하러 가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회사를 마치고 나서라도 꼭 챙겨 나가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서로가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고 저 또한 그 의견에 공감하며 그렇게 좋아하던 수영을 포기하고 남자친구와 데이트 하는 시간에 좀 더 할애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남자친구를 만나 데이트를 하면서 초기에는 상당히 즐겁고 애틋하고 좋기만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좋아하는 상당 부분(취미)을 포기했다는 생각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고, 남자친구 또한 막상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퇴근 후,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업무처럼 데이트 또한 하나의 업무가 된 것 마냥 몰려 오는 피곤함을 느끼기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금전적인 문제와 아무리 색다른 데이트 코스를 구상한다 해도 자연스레 반복되는 데이트 코스의 한계, 퇴근 후, 몰려오는 피곤함으로 인해 서로의 관계를 되려 힘겹게 만들더군요. 

자주 만나면 금전적인 문제와 피곤함으로 인해 다투게 되었고, 또 자주 만나지 않으면 왠지 모를 거리감이 생겨 서로를 힘들게 했습니다. 그런 과도기를 거쳐 지금의 평일 지하철 데이트를 즐기고 좀 더 이해하는 관계를 쌓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전 퇴근 후,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남자친구와 얼굴 도장을 찍고 운동을 하러 갑니다. 헬스와 GX를 등록해 제가 좋아하는 최신 유행곡에 맞춰 댄스를 배우기도 하고 헬스를 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고 있답니다. 
남자친구 또한 저와 30분 가량의 짧은 지하철 데이트를 한 후, 업무 관련 전공 스터디 활동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설사 데이트를 하기로 한 토요일에 다른 일이 있어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싸울 소지가 전혀 없죠. 토요일만 날이 아니니 말이죠.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다고 싸울 이유도, 자주 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싸울 이유도, 데이트 비용으로 싸울 이유도 없어진거죠. 자주 만나지만 데이트 비용은 줄어 들었고, 오히려 30분 남짓의 애틋한 만남으로 오히려 서로 토요일만 기다리며 더 보고 싶어 안달이니 말입니다.

"저 커플은 매일 같이 만나고, 매일 같이 연락해. 그런데 또 저 커플은 주중에 한번 만날까 말까 한데다 연락도 뜸해. 그런데도 사이가 좋네? 도대체 하루에 몇 번 정도 연락하고 얼마나 자주 만나는게 정답일까?"

다른 커플을 통해 정답을 얻으려 하지 마세요. (저희 커플을 통해서도 정답을 얻으려 하지 마세요. 어디까지나 참고만!)
가장 좋은 정답이 바로 옆에 있잖아요.

"난 자주 만나는게 좋아. 자주 만나지 않으면 왠지 눈에서 멀어지면서 자연스레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것만 같거든. 근데, 남자친구는 주중에 한 번. 아님, 2주에 한 번 만나길 바래. 날 별로 좋아하지 않나 봐. 이해가 안돼."
"이야기는 해 봤어?"
"뭘? 이걸 말하라구? 아, 자존심 상하게... 자주 만나자고 여자인 내가 어떻게 말해?"
"자주 만나자고 이야기를 하라는게 아니라 이유를 들어 보라구. 난 나중에야 알았어. 왜 남자친구가 자주 만나는 걸 부담스러워 했는지. 데이트 비용이 문제일 수도 있고, 주중 퇴근 후 데이트가 힘겨워서 그런 걸 수도 있으니까."

남자친구(여자친구)와 함께 대화를 통해 조율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우리 커플 또한 다른 커플을 통해 정답을 찾으려 했지만, 역시 제일 좋은 정답은 서로의 관계를 힘들게 하는 부분을 터넣고 이야기 하고 조율하는 것이 최고이더군요. :)

+덧) 오늘도 전 퇴근 후 남자친구와 얼굴 도장 찍은 후, 마돈나 춤을 배우러 갑니다. 마돈나~돈나~ :)

남자친구의 'ㅇㅇ' 한 마디에 토라진 이유

출근, 업무, 퇴근...

평범한 직장인인 남자친구와 저는 이른 아침, 회사에 출근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업무를 시작하기 전, 메신저에 로그인 하곤 서로 인사를 주고 받는게 하루의 시작인 듯 합니다. 

"출근 잘 했어?"
"응~ 그럼. 오늘 하루도 힘내자!"

연애 초기에는 지금과 달리, 남자친구가 학생이었고, 제가 직장인이었던터라 주로 문자나 직접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하지만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친구가 직장인이 되면서 평소 문자나 통화로 주고 받을 말을 메신저를 이용해 주고 받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특히, 점심 시간 무렵, 식사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와 남자친구와 짧은 시간이지만 알콩달콩 주고 받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빠듯한 업무 속 달콤한 휴식과도 같습니다.

"점심 맛있게 먹었어?"
"응. 그럼~ 맛있게 먹었지. 넌 뭐 먹었어?"
"시원한 콩국수"
"맛있었겠네."

지금은 이렇게 메신저로 주고 받는 일상 대화에 어색함이 없고 자연스럽기만 한데, 연애초기에는 남자친구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다 종종 토라지곤 했습니다. 다름 아닌 'ㅇㅇ' 이 한 마디 때문에 말이죠.


"오빠, 밥 먹었어? ^^"
"ㅇㅇ"

- 2분 후 - 

"뭐해? 갑자기 말이 없네. 넌 밥 먹었어?"
"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헉! 뭐야?"
"오빠 따라하기"

친구들과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곤 하면서 간혹 그들을 통해 받게 되는 'ㅇㅇ' 이 표현이 왜 새삼 남자친구에게 이런 표현을 들으니 더욱 냉소적으로 와닿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응' '맞아' '그래' '알았어' 와 같은 긍정의 표현인 이 'ㅇㅇ'이 있는 그대로 긍정의 의미로 와닿지 않고 그저 질문에 대답 자체가 귀찮아 내뱉게 되는 말이 'ㅇㅇ' 라는 느낌이 컸습니다.  

"내가 관심 있어 하는 오빠에게 이번 주 토요일에 출근하냐고 물었더니 'ㅇㅇ. 지금 출근해.' 라고 문자가 왔어. 이제 나한테 별로 관심 없나봐."
"아, 나도 연애초기에 남자친구랑 메신저로 대화하다가 남자친구가 'ㅇㅇ'라는 표현을 써서 맞불작전으로 무슨 말만 하면 'ㅇㅇ'라고 대답하곤 했는데..."
"그래서 통했어?"
"아니. 처음엔 내가 계속 따라하는 것도 몰랐대.
그냥 딱히 '대답하기 싫어서' 라는 느낌 보다는 '그냥 편해서' 그렇게 썼대. 그래서 노골적으로 말해줬지. 너무너무 싫다고. 성의 없어 보인다고."

호감을 갖고 있는 오빠에게 받은 'ㅇㅇ' 문자를 제게 보여 주며 '정말 정 떨어지게 하는 대답이지 않냐'고 이야기 하는 친구를 보고 있자니 다시금 메신저나 문자는 감정이나 표정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마주 보고 하는 대화보다 더욱 신경을 써야 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덧) 아는 후배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니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상대방과 빨리 의사소통을 해야 하다 보니 'ㅇㅇ'를 사용했고 그게 자연스레 메신저나 문자로도 드러나는게 아닐까... 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흥! 그래도 전 'ㅇㅇ' 싫어요. (그래서 어쩌라고,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