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자주 들은 말은 '넌 감수성이 너무 풍부해.'라는 말입니다. 실로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지나치다 싶을 만큼 감수성이 풍부하고 쉽게 감성적인 사람이 되어 좀 더 이성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저의 내로라하는 감수성도 무색하게 만드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남자친구입니다. 종종 남자친구가 보낸 메시지에 놀라곤 합니다. 남자임에도 참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에서 말이죠.
그러고 보면 단순히 '남자'에 대한 편견이 심했구나 싶기도 합니다. 남자라고 감성이 풍부하지 말라는 법은 없는데 그간 전 남자는 여자에 비해 감수성이 없고 슬픔의 감정은 느낄 수 없는 로봇처럼(응? 이건 좀 오바인가?) 생각하고 있었나봐요.
한참 바쁘게 업무를 하고 있는 와중에 남자친구에게 온 메시지.
"너무 감동적이야!"
+_+ 응?
무슨 말인고 하니, 한 노래를 듣다가 노래 가사에 감동해선 그 감동을 제게도 전해주고 싶어 주절이 주절이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더군요.
꽃이 시들기 전에 다시 꽃을 놓고 가는 맘. 내 마음은 시들지 않음을 보이고 싶어 오늘도 꽃을 사네요. (생략)
"나도 결혼하면 버섯에게 이렇게 해주고 싶어."
남자친구가 보낸 장문의 메시지.
매일 매일 연인을 향한 시들지 않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꽃이 시들기 전에 꽃을 산다는 가사에 감동을 받아 제게도 그렇게 해 주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메시지에 감동하기도 전에 들려 오는 상사의 한 마디.
"아, 네. 잠시만요."
조금이나마 감성적이려던 찰라, '직장'이라는 현실 앞에 감성이 아닌 이성을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여차저차 업무로 바빠 남자친구의 메시지에 회신도 못하고 씹었습니다. (헙;;;) 그러다 몇 시간이 지난 뒤에야 남자친구의 장문의 메시지가 생각 나 메시지를 회신했습니다.
"매일 매일 꽃을? 시들지 않게? 에이, 그래도 현실적으론 불가능하지. 장미 한 송이만 해도 그게 얼만데. 요즘 장미 한 송이도 엄청 비싸."
업무를 하던 중이었던터라 깊이 생각하지 않고 보낸 메시지.
바쁜 업무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난 후, 남자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그제서야 급 후회가 밀려 오더군요. (내가 왜 이렇게 회신했을까;;;) 남자친구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꽤나 서운했을 법도 합니다.
이야기 하는 이는 벅찬 감동과 감정에 빠져, 감성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데, 정작 들어주는 이가 지극히 이성적으로 반응할 경우, 이야기하는 이의 허탈감과 허무함은 이루어 말할 수 없습니다. 특히, 상대가 사랑하는 연인이라면 -.- 더! 더! 더! 서운할 수 밖에 없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함께 나누고 있는 너가 어떻게!!! 라는 생각에 말입니다.
"오빠. 있잖아. 아까 내가 보낸 메시지 취소. 좀 전엔 내가 바빠서 경황이 없었어. 나중에 결혼하면 꼭 그렇게 해줘."
이미 한 번 내뱉은 말 - 주워 담을 수 없고, 이미 한 번 날린 메시지 - 취소할 수 없지만 뒤늦게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어 다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연인 사이, 종종 내색할 수 없는 서운함을 느끼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싶어요. 난 '감성'에 빠져 이야기 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나와 달리 '이성'을 내세워 이야기 할 때 말이죠.
"응. 그럴 것 같았어. 내가 오빠였어도 완전 서운하지! 미안. 미안. ^^"
바쁜 현실 속에 살아가면서 감성보다는 이성에 늘 지배당하고 있고, 그렇다 보니 사랑하는 연인에게서 찾아오는 달달한 감성 마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이성으로 답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실수를 (쿨럭;;) 저질렀네요.
연인의 달달한 감성엔 마찬가지의 달달한 감성으로 대하는 응수가 필요한데 말이죠. 으흐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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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말이라도 그런말이 오갈때가 부럽네요 ^^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_+ 오홋. 그런가요? ^^
금방 사과하고 또 받아주며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이 더 보기 좋은 것 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한 주 마무리 잘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남녀가 뒤바뀐 내용... 버섯님 남자였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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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남녀사이의 감정 컨트롤이 가장 중요한것 같습니다
정말 잘보구 갑니다^^
감성과 이성이 사이가 중요한 것 같아요... ㅎ
그래도 너무너무 이뻐보이는거 같애요..ㅎㅎ
두분의 알콩달콩한 이야기 그냥 빠져 듭니다^^
와 진짜 맞는말이에요 저도 냉정과 열정 (이성과 감성)사이를 잘 오가야하는데 말이죠.
오늘 한수 배워갑니다 ^^
ㅎㅎ 예쁘게 사랑하시는 거 같네요~
이런 글은 그저 전 부러울 뿐입니다 하하하하...
버섯공주 님 블로그에 처음 댓글을 달던순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이런 염장을 몇 번 당했는지 모르겠어요~!ㅋㅋㅋㅋ
부러워요, 부럽습니다!
평쉬녀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언니블로그보면서 부농부농질이 넘넘 하고싶어서 간만에 소개팅했는데...저의자존감을 뚝 떨어뜨리는 영 아닌 사람이 나와서 요며칠 우울했어요...ㅠㅠ 역시 언니같은 연애는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봐요...엉엉..ㅠㅠ
평쉬녀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언니블로그보면서 부농부농질이 넘넘 하고싶어서 간만에 소개팅했는데...저의자존감을 뚝 떨어뜨리는 영 아닌 사람이 나와서 요며칠 우울했어요...ㅠㅠ 역시 언니같은 연애는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봐요...엉엉..ㅠㅠ
재밋게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래요~
평쉬녀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언니블로그보면서 부농부농질이 넘넘 하고싶어서 간만에 소개팅했는데...저의자존감을 뚝 떨어뜨리는 영 아닌 사람이 나와서 요며칠 우울했어요...ㅠㅠ 역시 언니같은 연애는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봐요...엉엉..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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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부농부농질 어여 하세요~(막 독촉하기)그런데 정말 자존감을 뚝 떨어뜨리는 사람은... 별론데. 그쵸? 곧 좋은 사람 만날거에요! 화이팅 ^^
평쉬녀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언니블로그보면서 부농부농질이 넘넘 하고싶어서 간만에 소개팅했는데...저의자존감을 뚝 떨어뜨리는 영 아닌 사람이 나와서 요며칠 우울했어요...ㅠㅠ 역시 언니같은 연애는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봐요...엉엉..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