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찹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응? 물이 찹다고… 음… 아…! 알았다! 차갑다고… 하하하하…"
"아, 차갑다고… 하하하…"
저도 모르게 툭툭 내뱉는 사투리에 제 자신이 놀라곤 합니다. '아, 이것도 사투리구나!' 라며 말이죠. 남자친구가 무슨 말인지 몰라 '응?'하면 그제서야 사투리임을 깨닫는 때가 많습니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지 어느덧 10년 째. 사회생활도 꽤 오래 했으니, 이쯤이면 고쳐질 때도 되었건만 -_-; 하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러고 보면 처음 서울에 올라와 생활하면서 손뼉을 치며 무척 좋아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방에선 보기 힘든 여기저기 우뚝 솟은 빌딩 때문도 아니었고, 쭉쭉 뻗은 도로 때문도 아니고, 3 분이면 다음 정류장에 도착하는 지하철 때문도 아닙니다.
바로 서울 남자들의 말투 때문이었습니다.
TV나 라디오에서나 듣던 표준말을 구사하는 +_+ 멋쟁이들!!! 꺄아!
어린 마음에 어찌나 두근거렸는지 모릅니다. 제 눈엔 연예인처럼 보였습니다. 서울말, 표준말을 하는 것뿐인데, 단지 그 이유로 말이죠. 당시, 남자친구도 제겐 그런 존재였습니다.
서울말 쓰는 남자 = 내 눈엔 연예인!
남자친구가 말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와. 말투 너무 멋있다! 거기다 목소리도 너무 감미로워! 와!'였죠. 표준말을 쓰는 남자친구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대적으로 사투리를 쓰는 제가 초라하게 느껴져 말 한번 내뱉기가 너무 어색하고 쑥스러웠습니다. 혹 '입 열면 확 깬다!'라는 말이라도 듣진 않을지 걱정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이런 저와 반대로 남자친구는 사투리를 쓰는 제가 귀여워 보였나 봅니다.
"왜? 나 또 틀렸어?"
"아니. 아니. 아, 너무 웃겨. 다시 말해봐."
"ㅠ_ㅠ 서울말 쓰기 어려워."
"창피해 하지마. 사투리 쓰는 거 귀여워. 괜찮아."
제겐 표준말을 쓰는 남자친구가 근사해 보였던 것처럼, 생소한 사투리를 쓰는 제가 남자친구에겐 새롭고 귀여웠나 봅니다.
지방에서 서울에 처음 올라와 서울말을 쓰는 남자를 보고 꽤 두근거렸다는 말에 직장 동료가 혹 지금 남자친구도 서울말 때문에 반한 거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하더군요. 직장 동료 말처럼 '서울말'로 인한 호감의 영향도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제 눈에만 콩깍지가 씌었던 것이 아니라 남자친구 눈에도 콩깍지가 씌었다는 거죠.
"7년이면 콩깍지 벗겨질 때도 됐는데..."
"목소리 멋있지? 멋있지?"
전화 통화를 하다가도 두근두근 거리는 걸 보면 아직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외모로만 콩깍지가 쓰이는 게 아닙니다. 목소리에도 콩깍지가 씌어요.
(응? 결론이 뭐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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