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종종 건네는 단 돈 천원의 비밀

 

"진짜 걸어 갈 거야?"
"응."
"왜?"
"운동 삼아."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걸어가겠다고? 감기 걸려. 내가 돈 줄 테니까 버스 타고가."

 

남자친구가 억지스레 제 호주머니에 2천원을 구겨 넣었습니다. '고작 2정거장인데… 걸어 가도 괜찮은데…' 라는 생각과 '역시 우리 오빠가 날 많이 아껴주는구나.' 라는 생각이 동시에 제 머리 속을 헤집었습니다.

남자친구의 뜨거운 배웅 속에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버스 창가로 비치는 세차게 손을 흔들고 있는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며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 근데 정말 살도 뺄 겸 운동삼아 걸어가려고 했거든."
"으이그. 내가 널 모르냐? 짠순이."
"아냐. 진짜야."
"진짜? 음. 그래도 오늘 날씨는 걷기엔 좀 아닌 것 같아. 암튼 따뜻하게 잘 가는 것 보니 좋네."

 

우리 커플은 평소 돈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주고 받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는 평소 아무리 가까운 친구 사이라 할지라도 돈은 쉽게 빌려주는게 아니라고, 혹여 가족간에라도 채무 관계가 되면 증서라도 남겨서 명확히 해야 한다던 남자친구입니다. 저도 나름 돈에 관해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만큼 철저한 편인데, 남자친구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남자친구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응?)

그렇게 돈에 관해 철저한 남자친구가 제게 건네는 천원, 2천원에 대해선 아무말이 없으니 그 속내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이러다 어느 날, '내가 너한테 지금까지 준 돈 다 내놔!' 이러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그런 남자친구에게 이젠 반대의 입장이 되어 제가 남자친구에게 돈을 건네는 일이 있었습니다. 

"오늘 언제 끝나? 나 오늘 그 쪽으로 갈 일이 있어서 저녁에 들릴 건데 시간 괜찮으면 잠깐 볼까?"
"어쩌지? 나 오늘 현금이 얼마 없어. 카드도 집에 두고 와서…"


평소와 달리 힘 없는 대답, 그 이유가 뭔고 하니 지갑이 없어서 그런 것이더군요.

"괜찮아. 내가 있잖아."


남자친구를 만나 저녁도 함께 맛있게 먹고 남자친구가 저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교통비도 손에 쥐어줬습니다.

"고마워. 진짜."
"그렇지? 나 밖에 없지?"
"그럼! 오늘 잊지 못할 거야. 너무 고마워."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고마움의 카톡 메시지가 잔뜩 들어와 있더군요. 누가 보면 10만원 아니, 만원이라도 쥐어준 줄 알겠죠? 고작 단 돈 천원인데 말이죠.

단 돈 천원.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도 쉽게 오가고 쉽게 잊혀지는 천원이지만 이 날, 남자친구에게 느낀 단 돈 천원의 힘은 어마어마했습니다.

단 돈 천원으로 이렇게 고맙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보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근데 말이야. 이전에 오빠가 나한테 돈 준 적 있잖아. 추운데 걸어가지 말라고 차비 대신 주기도 하고. 그 전에도 택시비 없다고 하니까 현금 쥐어준 적도 있고."
"응. 그랬지."
"난 어제가 처음이었는데. 내가 오빠한테 돈 준 건. 그것도 단 돈 천원."

 

남자친구가 저와 연애를 하며 여차 저차 이런 저런 이유로 쥐어준 현금에 비하면 몇 일 전, 제가 남자친구에게 건넨 단 돈 천원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라는 생각에 남자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아마 남자친구가 제게 쥐어준 소소한 현금을 모두 합하면 7년간 누적금액 100만원은 족히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 남자친구가 내 생일에 10만원짜리 선물을 줬으니까 돌아오는 남자친구 생일엔 적어도 10만원 이상의 선물을 줘야겠지?

- 남자친구가 내게 택시비로 얼마 정도 줬으니까 다음에 남자친구가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 정도 금액은 가볍게 돌려줘야지.


평소 남자친구에게 뭔가를 받으면 늘 마음 한 켠에 갖게 되는 생각입니다. 그런 저를 부끄럽게 만든 남자친구의 대답.


지금은 연애중

 

"주면서 받을 걸 기대하고 주는 건 아니니까. 너만 조심해서 집에 들어가면 돼."
"아..."


남자친구의 대답에 '아니야. 나도 받을 걸 기대하고 주는 건 아니야.' 라고 대답하고픈데 차마 양심에 찔려 그리 대답은 못하겠더군요. -_-;; (엄...)

지금은 연애중


언제부턴가 상대방에게 뭔가(선물, 돈, 기타 등등)를 건네면서 '받을 것에 대한 기대감'을 내포하여 건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이만큼 해 줬으니 너도 해 줄거지?' 라며 말이죠. 저...저만 그런건가요?

오늘은 발렌타인데이입니다. 모두 연인과 예쁜 데이트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