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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 있다고 공이 안들어가냐?” 빼앗은 인연의 최후

· 댓글개 · 버섯공주

 

요즘은 시대가 좋아졌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상대방에 대해서도 온라인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차 저차 소식을 듣게 되고 알게 되니 말이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야! 골키퍼 있다고 공이 안 들어가냐?"

골키퍼가 있기에 승부욕이 생긴다는 사람. 골키퍼가 있어도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엄청난 자신감. 한 남자 선배가 그랬다.

CC(캠퍼스커플)로 3년 가까이 연애를 잘 하고 있는 커플에 초를 친 남자 선배. 이유인즉, CC였던 그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자신의 이상형인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녀의 옆에 있는 그 남자 보다는 자신이 더 잘 어울린다고 여기저기 소문내던 남자 선배는 그의 바람대로 혹은 그의 저주대로(응?) CC로 잘 사귀고 있던 커플을 끝내 이별에 이르게 했다.
그리고 그녀와 사귀게 되자 남자 선배가 기분이 좋다며 후배들에게 음식을 왕창 쏘며 의기양양하게 이런 말을 했다.

"봤냐? 골키퍼가 있다고 해도 충분히 노력만 하면 공은 들어갈 수 있다."

"내가 그들을 헤어지게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인연이 거기까지였던 것이다."

"짝사랑은 용기 없는 자의 비겁한 변명이다. 짝사랑을 짝사랑으로 간직하지 말고 직접 달려가 골을 넣어 쟁취하면 되는 것이다."

"선점하지 못했다고 도망치면 다음은 없다."


짝사랑을 짝사랑으로만 간직하지 말고 골을 넣어 쟁취하라던 그의 말에 몇몇 후배들은 멋있다며 용기있다며 그의 행동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그리고 한편에선 '꼴 같지도 않다'라는 격앙된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연애 경험이 없었던 당시의 내 입장에선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커플이 그 선배 한 사람으로 인해 서로를 오해하고 미워하다 헤어지는 것을 보고 얼마나 씁쓸해 했는지 모른다.

주위에서 오해라고 아무리 말려도, 단 한 사람의 입방정으로 인해 3년간 쌓았던 서로의 신뢰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연애는 절대 '사랑' 하나 만으로는 안 되는 것을 깨달았다. '믿음'없는 '사랑'은 팥 없는 찐빵이라고나 할까. -_-;;


그래. 어찌되었건 그 선배는 빼앗다시피 한 그녀와 함께 잘 만나는 줄 알았다. 그러다 최근 SNS를 통해 한 후배와 연락이 닿아 그녀와 그 선배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청첩장과 함께.


골키퍼 있어도 공은 들어간다고 이야기 하던 자타공인 '짝사랑의 종결자', 그 선배의 말처럼 그들의 만남이 결혼으로 이어지는구나- 라고. 그래. 그 선배의 말처럼 인연은 따로 있구나- 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첨부된 청첩장에 쓰여 있던 이름은 골 넣었다고 좋아하던 남자 선배의 이름이 아니었다. 
캠퍼스 커플이었던 남녀 이름이 고스란히 쓰여져 있었다. 무슨 일인고 하니, 여자가... 임신이란다... -_-;; 



남자 선배를 만나면서 다툼이 있을 때마다 CC였던 전 남자친구를 불러 술자리를 가졌다는데 여차저차 하여 임신까지 했다니;; 이 무슨 황당한 일인가. 청첩장을 보고 다들 '헉' 한 모양이다. '확실치 못한 여자의 행동이 문제였다'는 반응과 '남자 선배의 인과응보'라는 반응. 그리고 한 후배의 의미심장한 말. 
 

"골 넣어도 골키퍼는 안 바뀌죠?"

이거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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