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동료와 함께 퇴근하는 길, 배터리가 없는 핸드폰을 보고 남자친구에게 배터리가 없음을 알리며 짤막하게 통화를 하니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직장 동료가 물었습니다.
"아니."
"응? 오늘 만나기로 한 것도 아닌데 굳이 핸드폰 배터리가 없다는 걸 알려줘?"
"응. 혹시 나중에 오빠가 나한테 전화 했는데 연결 안되면 좀 그렇잖아."
만약,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 거라면 약속 장소로 만나기까지 연락이 되지 않으면 난감하기 때문에 알려줄 수 있지만, 굳이 만나기로 한 것도 아닌데 배터리가 없음을 알린다는 사실을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더군요.
하루 일과를 끝내고 퇴근할 때면 늘 남자친구와 짤막하게 혹은 다소 길게 하루 동안 있었던 이모저모에 대해 문자나 통화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의외로 연락 문제로 다투는 커플이 많습니다. 저희 커플 또한 연애 초기엔 연락 문제로 정말 많이 다툰 것 같습니다.
"아, 전날 회식하고 늦게 끝나서."
"그래서 어제 밤부터 이 시간까지 계속 잤다구? 회식 갔을 때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어? 회식이라고 먼저 연락 주면 좋잖아."
"분위기가 좀 그래서 경황이 없었어. 아, 그런데 내가 그걸 일일이 하나하나 보고해야 돼?"
"헐. 보고?"
연애 초기엔 서로 한발짝 물러나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임에도 좀처럼 서로를 이해하려 들기 보다는 자신의 입장만 합리화 시키며 내세웠습니다.
"깜빡하고 폰을 집에다 두고 나왔어."
"내가 전화할거라는 생각을 못했었어? 내 입장도 조금은 생각해 줘야 될 거 아니야."
"전화 그거 한 번 못 받았다고 왜 그러냐?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드냐?"
"한 번? 그게 한 번이야? 내가 걱정되서 몇 번을 전화한 줄 알아? 알겠어. 다시는 먼저 연락 안할거야!"
요즘에도 연락 문제로 다투는 커플을 볼 때면 '어? 우리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하는 생각을 갖곤 합니다. 우선 연애 초기에는 지금과 달리 서로에 대한 믿음도 약했고, 서로에 대한 배려심도 지금보다 적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을 하는 사이, 조금만 배려를 하면 되는데 그걸 '내가 왜?' 라는 생각 하나로 고집을 부리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연애 초기엔 왜 그리도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우며 으르렁거린 건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언제 연락 문제로 다퉜냐는 듯 잘 지내고 있는데 말이죠. 초기와 달리 서로를 가까이에서 지켜 보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커졌고, 배려심이 많아지면서 서로를 맞춰 주다 보니 그렇게 변한 듯 합니다.
정확히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남자친구가 먼저 시작한건지, 제가 먼저 시작한건지... 분명히 두 사람중 한 사람이 먼저 시작했겠죠? 그렇게 언제부턴가 서로의 핸드폰에 배터리가 없거나 부득이하게 통화나 문자 하기 힘든 상황이 되면 그 전에 미리 문자나 전화를 통해 알려주는 것이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깜빡하고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왔을 경우, 핸드폰 배터리 여분이 없을 경우, 회식 자리로 인해 통화가 어렵거나 문자가 어려울 경우, 상대방이 전화나 문자를 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예상하고 먼저 짧게 문자나 통화로 귀뜸해 주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1분 내주는 것.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니 말입니다.
이건 절대 '보고'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한 '배려'입니다.
집에 늦게 들어가게 되면 자연스레 집에 전화를 걸어 '오늘 회사일이 있어서 좀 늦게 들어갈 것 같아요.' 라고 부모님께 먼저 전화를 드리는 것처럼 (부모님이 걱정하실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죠) 사랑하는 연인에게 먼저 문자나 전화로 알려주는거죠.
처음 시작은 연애 상대방(남자친구나 여자친구)을 위한 하나의 노력이었지만 그 사랑이 깊어지고 아껴주는 마음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나오게 되는 하나의 습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먼저? 내가 왜?' 라는 다소 이기적인 마음만 버리면 훨씬 더 애틋하고 깊은 사랑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연애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세커플, 과연 누굴 위한 연애였을까? (41) | 2010.09.10 |
---|---|
군대 간 남친을 향한 2년간의 기다림, 그러나! (65) | 2010.09.08 |
연락 문제로 자주 다투던 우리 커플, 지금은? (32) | 2010.09.06 |
20대, 사랑에 빠진 여동생에게 꼭 해주고픈 말 (45) | 2010.09.05 |
연인 사이, 남녀 역할 구분이 꼭 필요할까? (42) | 2010.09.03 |
워킹맘 VS 전업주부, 결국은 선택의 문제 (30) | 2010.09.02 |
음.. 남자 입장에선 여친한테 연락안되면
무슨일 있나??
왜 안되지?
등등등 무수히 많은 걱정이 든답니다.
세상이 하도 험악하다 보니 그렇게 되는거 같아요..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아요~정말 그런것 같애요^^
훈훈한 글이군요. 후훗
연인간의 다툼 중에 거의 다(90%가 넘을 듯)가 연락문제죠.
특히나 자신이 쿨한 성격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연락문제로 더 많이 싸우게 되는데요. 쿨함=무신경함을 동일한 단어라고 착각하며 살고있죠. 그런 사람들은 가족에게조차 자신의 현재상태를 알려주지 않는다하는군요. 게다가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의 관심을 요구하면 자신을 구속하려한다며 되려 짜증을 내죠. 떨궈줘야 할 타입이에요.
버섯님도 처음에는 그랬다가 지금처럼 나아졌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언제나 어디서나 시행착오는 존재하니까요.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쿨함=무신경함~ 많이 공감되네요^^ 정말 둘을 구분못하고 행동하는경우를 많이 보게되는 것 같아요.
Reply: 공감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랑같은상황이네요
지금그것때문에 무지고민중이에요
답도없고 상태보고도없고
첨부터그러진 않았는데
머라하면 답답해서 싫다고하네요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어떡해~하며 댓글보다가 문자가 왔다는 부분에서 저도 모르게 싱긋 미소를~^^ 두근거리는 마음~행ㅂㄱ한 그 마음 놓치지마세요♥홧팅^^
남자의 입장에선 애교있는 여성의 행동이네요^^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앗~그런가요 ? ^^
연락 안되면 걱정할 것을 알기에 먼저 해주는 일이기에
정말 '배려' 맞은 것 같아요~
'보고'라 생각하면 서로 못할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쵸? ^^
^^ 갑자기 예전 제 연애할때가 생각나네요...
저는 삐삐로 연락했었는데... 나중에 요런 문제들로 삐삐하나를 저세상으로 보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고 보면 예전에는 전화도 없고...어떻게 시간 맞추어 고장소에서 딱딱 만났나 모르겠어요...ㅎㅎㅎ
행복한 하루 되세요~~ ^^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왠지 정겨워요. 삐삐!
그러게 말이에요. 정말 예전엔 핸드폰도 없었는데 어떻게 딱딱 만났지? +_+
정말 멋진 배려이네요.
서로 상대방의 자리에 서서 생각해보는 것이 사랑뿐만 아니라
살아가는데 있어 정말 중요한 미덕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 저도 풀칠아비님 말씀에 완전 공감합니다!!!
정말 마음있는 이성이랑 연락할때 연락 안되거나 늦거나 씹히거나 하면 기분 나쁘고 걱정되고, 존심 상하죠.
정말 읽으면서, '의심''보고'가 아닌 '배려'란 말이 맞네요.
상대방이 걱정할까봐, 좋은쪽이든 싫은쪽이든 마음이 쓰일까봐 배려하는 모습 보기 좋네요.
제가 아는 사람은 '의심할까봐' 저렇게 하는데 비교되네요.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네. 의심, 보고 아닌 배려! ^^
감사합니다.
보고가 아닌 배려임을, 다시금 알게 되네요. ^^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
잘 보고 갑니다.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감사합니다. ^^
ㅎㅎ 보고가 아닌 배려, 맞습니다.
이거 잘못 되면 큰 오해를 낳죠.~~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는 말씀! +_+
쩝 저도 여친이랑 가끔 이문제로 사워요
핸폰을 자주 잃어버려서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하. 핸폰을 자주 잃어버리면... 덜덜.
무예인님의 하시는 일 때문에 더 핸폰을 자주 잃어버리시는거죠? +_+
그러게요. 먼저 알려주게 되더라구요. 뭐 그렇다고 해서 연락을 더 자주 하거나 그런 건 없지만요..ㅋ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 네. 먼저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좋은 것 같아요.
이와이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말 많이 다투게되는 이유중 하나죠..ㅋㅋ
하지만 사실 이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인데 말이죠.ㅋ
근데 오히려 사랑하는 사이에 '사랑하는사이니깐'이란 이유로잘 지켜지지않는 예의가 참 많죠?...
연락문제도 그중에 하나같아요!
누군가가 본인을 사랑하고 있고 기다리고 걱정한다는 이 사실만
서로 알고있다면 이런 싸움은 생기지도 않을것 같네요^^
(이게 잘안되서 문제지만욤...ㅋ호호호)
ㅋㅋ
저희 커플은 희안하게 일할때는 연락잘하고
집에서 쉴때는 연락을 잘 안하더라구요.
문자 보냈을때 답문이라도 보내줬으면..ㅋㅋㅋ(아시죠?) 캬캬캬 ㅠ,.ㅠ
롬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엄청 찔리는 글이네요;
원래 성격이 그렇다며 노력은 해보겠는데 잘 안될지도 모르겠다고
처음부터 일방적인 통보- 를 해둔탓에
내심 서운해하면서도
원래 그렇다는 사람한테 뭐라고도 못하고 끙끙댔을 남자친구한테
엄청나게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나름 노력은 한다고 신경써서 문자하고 전화하려고 노력했는데도,
사실은 정말로 쉽지가 않아요
하루종일 내내 문자주고받는 사람들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딱히 할말없는 문자엔 뭐라고 답장을 보내나 싶기도하고,
남자친구는 관심의 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으니,
고쳐야겠죠.
으아아아 배려심깊은 여자로 거듭나기위해 노력해야겠어요.
공감대박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정말 마음에 팍팍 와닿아요 ㅠㅠㅠㅠㅠㅠㅠ
말도 정말 잘 쓰시구 ^^
너무 공감가서 지금 눈물이 날려함...ㅠㅠ
이런걸 여자든 남자든 꼭 쫌 알았음 하는 바램입니다...ㅠㅠ
잘읽구 갑니다^^+
웹사이트 .처럼 우리는 이것이 정말 내 중 하나입니다 이다 재미 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