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사이, 남녀 역할 구분이 꼭 필요할까?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 연애를 하면서 지금껏 제가 알고 있던 연애, 들어 왔던 연애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남자친구가 한 번은 회사 점심 시간을 이용해 잠깐 밖으로 나와 보라고 하더니 직접 싸온 도시락이며 과일을 내미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큰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직접 깎고 싸고 준비해 온 그 모습이 너무나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남자친구가 싸온 도시락을 보고선 '남자는 보통 이런 거 하는 거 싫어할텐데-' 라는 저의 말에 대해서도 '응.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 근데 너한테는 마구마구 해 주고 싶은데?' 라며 활짝 웃어주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던 때도 한 두번이 아닙니다. 

남자친구의 그런 모습을 보고선 정말 사랑하는 사이에는 남자 역할, 여자 역할이 따로 정해져 있는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서로가 더 잘 하는 것을 하며 이해해 주고 배려해 주면 되는 건데 말이죠.

그렇게 지금의 남자친구 덕분에 그 동안 갖고 있던 다소 일방적이었던 '연애'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서로' '함께' 하는 것이 '연애'라고 말이죠.

답답이 하나. 누가 고기를 굽건 그게 왜?

 "고기 굽는 건 남자친구를 시켜야죠. 왜 버섯 선배가 구워요?"
"왜 내가 굽냐구요? 남자친구보다 제가 고기를 더 잘 굽거든요."
"힘들잖아요. 여자들 고기 굽는 거 싫어하던데 집게 집느라 손에 힘도 들어가고 고기 냄새와 연기 때문에 힘들어서. 이런건 남자친구가 알아서 좀 해줘야 되는데 말이에요."
"저 이래 뵈도 고깃집에서 알바한 사람이에요. 고기 하나는 기차게 잘 굽거든요."
"흐음."
"전 고기를 굽고, 남자친구는 먼저 구워진 고기를 쌈을 싸서 제 입에 넣어주고. 그게 얼마나 행복한데요. 그저 잘 하는 사람이 하는 거지. 남녀 구분 하는 게 무슨 소용?"
"아…"

회식 자리에서 고기가 나오자 마자 먼저 재빠르게 집게를 집어 들고 고기를 구워 내자 옆에서 보고 있던 직장 후배가 고기를 굽는 것을 보아하니 평소 고기를 남자친구가 구워주지 않나 보네요- 라는 말로 이야기를 꺼낸 것인데요. 남자친구를 만나 데이트를 하며 고기를 먹게 되면 고기는 제가 굽는다는 말에 상당히 놀래며 손에 힘이 들어가고 냄새가 몸에 배인다는 둥 그러한 이유로 남녀 역할을 구분지어 이야기 하더군요. 사랑하는 사이에 남녀 역할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저 서로가 더 잘 하는 것을 맡아서 하며 배려하고 맞춰 주는 것이 연애인데 말이죠.

답답이 둘. 가방의 속사정을 오지랖님이 알까?
"남자가 가오가 있죠. 어떻게 여자 가방을 들고 서 있어요?"
"가오가 무슨 뜻인 줄은 알고 하는 말이지?"
"일본어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건 알아요. 뭐 자존심, 이런 뜻?"
"응. 잘 아네. 똥!폼! 허세 잡는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지."
"똥폼? 에이. 암튼, 남자가 여자 가방 든 모습 보면 좀 웃기지 않아요?"
"내 남자친구도 내가 말하지 않아도 종종 먼저 내 가방 들어 주는데? 그럼 내 남자친구도 그렇게 보이겠네?"
"아, 진짜요? 아니. 남자가 여자 가방을 왜 들어줘요?"
"남자가 여자 가방을 왜 들어 주냐구? 여자 가방이어서 들어주고 안 들어 주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 가방이 무거워 보이니까 먼저 들어 주는 거지. 그리고 다른 한손으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함께 걸어가는 거지. 근데 그게 그렇게 우습게 보여?"

일단, 무엇보다 왜 제3자가 그저 우연히 목격한 커플의 가방을 들어주는 모습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지에 대해서가 의문입니다. (오지랖 짱! 혹은 시각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악영향이라도 끼친걸까요? +_+) 오히려 지하철에서 진한 애정행각을 하는 커플에 대해 비난을 가한다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니 손가락질하는 것이 맞지만 단순히 남자가 여자를 위한 배려심으로 가방을 들어주는 모습조차 겉으로 드러나는 여자 가방이라는 이유로 '가오 떨어지네' 라는 표현을 쓰며 말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우습더군요. 실상 그 가방이 얼마나 무거워서 들어주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않고 말이죠.

"어휴, 가방이 왜 이렇게 무거워. 이리 줘." 라며 제 손에 들려 있는 가방을 냉큼 가져가 드는 배려심 많은 남자친구이건만, 혹 이를 보고 누군가가 그 속사정도 모른채 손가락질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왜 제 3자가 이런 모습의 커플을 보고 '꼴불견이다' '남자가 우스워 보인다' 라고 이야기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답답이 셋. 데이트를 하는 건지, 일을 하는 건지!
"밥 먹을 때, 차 마실 때 자기 것 딱딱 더치페이로 반반씩 부담하면 될 것을 뭐가 그리 고민인 걸까? 커플 끼리 데이트 비용 때문에 고민하는 애들 보면 참 한심해 보여."
"데이트 할 때마다 현금 가지고 다니면서 10원 단위까지 맞춰 가며 더치페이를 하라고?"
"응. 그럼 문제될 게 없지."
"아니. 그보다 하루 내가 사면 다음에 네가 사고. 그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매번 계산할 때 마다 동전 꺼내며 계산하면 좀 그렇잖아."
"그러니까 바보라는 거야. 야. 만날 때마다 동전까지 꺼내가며 계산하면 절대 데이트 비용 고민 안한다니까. '다음에 사' 라고 이야기 해서 다음에 안 사면 어떡하려구?"
"저기 있잖아. 그렇게 하면 데이트 비용 고민은 안 하게 될지 모르지만, 매번 그러면 늘어나는 10원짜리 동전만큼이나 심각하게 이 만남을 지속해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 같은데?"

옆에서 두 사람의 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너무 웃겨서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커플 데이트를 할 때 자기의 것은 자기가 내는 칼 같은 더치페이를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죠.

솔직히 커플끼리 데이트 비용은 누가 부담을 하건 어떻게 내건 커플 서로가 필요에 따라 이야기를 해서 맞춰 나가면 되는 것이지, 그걸 굳이 칼 같이 하루하루 10원까지 맞춰가며 계산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더군요.
"오늘은 내가 기분이 좋으니까 한 턱 쏠게!" "오늘 월급 탔어. 오랜만에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 라고 이야기 하는 때가 있을 수 있고, "오늘 꼬기 먹으러 가고 싶다. 오빠, 꼬기 사주면 안돼?" 라며 애교를 부리며 부탁할 수도 있는 것이 연인 사이인데 그런 것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10원까지 맞춰 가며 계산한다고 하니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더군요.

마치 개콘 두분토론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아서 말이죠. 개콘 두분토론처럼 연애를 한다면 정말 답이 없을 것만 같습니다.

"쯧쯧. 이러니까 여자들은..."
"쯧쯧. 남자들은 이래서 안돼요..."


개콘 두분토론처럼 '여자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는 것도 아니고, '남자는 하늘이다' 라는 것도 이젠 더 이상 먹히지 않습니다. 남녀 사이에 여자가 남자보다 조금 더 힘든 일을 하면 어떻고, 남자가 여자 가방 하나 들어주면 어때요. 사랑하는 사이기에 해 줄 수 있는 거고, 하고 싶은 건데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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