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을 통해 만난 여자가 너무나도 순수하고 착해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자신의 말 한 마디로 상처 받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더 이상 그녀를 다치게 하면 안될 것 같다며 2주만에 헤어지자고 통보했다고 하는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 거렸습니다.
일명, 그녀에게 호감이 있지만, 자신이 그 여자에게 자꾸만 상처를 주는 것만 같아 놓아 줬다… 라는 거죠. 사랑하지만, 그녀를 위해 놓아줬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픈 것이었을까요?
"자꾸만 상처를 주는 것 같다고? 그건 너 생각 아니야?"
도대체 어떤 상처를 줬냐고 묻자 그제서야 입을 열더군요. 제 3자 입장에선 너무나도 황당하고 오히려 웃음이 나오는 대화였습니다.
"네?"
"여기 다리털 자라는 쪽에…"
"어머, 아, 이건 흉터가 아니라... 여름이라 모공이 넓어져서 그런 거에요."
"아, 아, 그렇군요."
"…"
원피스를 입고 온 여자분의 다리를 보고 상처라 생각하고 왜 그러냐는 질문에 여자분이 재치있게 웃으며 대답하고 그렇게 넘겼더라면 상황이 달랐겠죠. 또 그런 질문을 하고 난 후, 바로 남자가 여자에게 "아, 그렇군요"가 아니라 죄송하다고 몰랐다며 웃으며 가볍게 넘겨도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음"
"우리 아버지가 그렇거든.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이고 어머니한테 정말 상처가 되는 말만 골라서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근데, 내가 딱 아버지와 같은 모습을 보이니까. 아직 내가 사랑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나봐."
"글쎄. 사랑을 하기 위한 자세? 자격? 그런 걸 운운하기 하기 이전에 노력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아무튼, 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그런 상처를 줬듯이 내가 또 여린 그 여자에게 상처를 줄 것 같은 거지."
"미안. 내가 여자여서 그런지 와 닿지가 않아."
그냥 무작정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다잖아- 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그렇게 했듯이 나도 여자에게 그런 상처를 줄 것 같아- 라는 그의 말에 동정은 커녕 오히려 화가 났습니다. 그럼 세상에 모든 범죄자의 아들은 아버지와 똑같은 범죄를 저지르며, 바람피운 아버지의 아들은 똑같이 바람을 피운다- 는 말일까요? 그저 노력을 하기 싫어 핑계를 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 1주일 정도 지난 일인데 자꾸 생각나. 그 여자가 보고 싶어서."
"상처 주기 싫어서 헤어졌다더니 보고 싶다구?"
"응. 어떡하지? 지금 연락해도 괜찮을까?"
"음. 글쎄. 여자가 1주일이나 지났는데 받아 줄까?"
이미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헤어짐을 고한 상황에 뒤늦게 다시 여자가 보고 싶다고 하는 그 말이 너무나도 이기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미 여자의 마음은 상처로 가득한 채, 닫혀 버렸나 봅니다.
사랑하는데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말. 부득이한 상황과 이유로 인해서 말이죠. 그런데 노력을 해서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말 다른 환경의 변화가 아닌 자신의 마음과 오로지 자신의 노력만으로도 말이죠.
그럼에도 "어쩔 수 없어" "어떡하지" 망설이다 정말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사랑이 멀어진 후에야 후회를 하게 되더군요. 그런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와서 후회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만큼 노력을 해 본 후에 후회해도 늦지 않을 듯 한데 말입니다.
정말 드라마에서나 접할 법한 이야기를 그 비보이가 들려 주었으니 말입니다.
어쩔 수 없이 사랑함에도 이별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과 환경으로 인해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이 노력하면 그 사랑을 지킬 수 있음에도 그 노력을 하지 않고 헤어짐을 고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상황을 마주할 때면 그리 안타까울 수가 없습니다.
헤어지자는 말은 쉽게 내뱉는 만큼 쉽게 후회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거듭 신중하게 내뱉어야 하는 말이기도 하구요.
아, 추석연휴를 앞두고 왜 이리 우울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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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
헤어지자는 말은 사실 정말 신중하게 해야되는데... 요즘은 너무 쉽게 말할 수 있는 걸로 오해합니다. 아마 자극적인 드라마나 영화등의 영향이겠지만요. 백번을 다시 생각해서 결정해도 후회하는게 사람인데.... 사랑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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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아요. 너무 쉽게 내뱉는 헤어지자는 말은, ㅠ_ㅠ
마지막말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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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
음,,좀 우울하긴 하지만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암튼 풍성하고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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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
쉽게 헤어지자 말하는 사람들도 많고
헤어져야 함에도 그넘의 정때문에 끌려다니는 사람들도 많은거 같고
제가 보기엔 그렇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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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아요. 반대의 경우도 많죠. 헤어져야 하는데 헤어지지 못하는. ㅠ_ㅠ
사랑만큼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은 없을 겁니다.
서로 다른 환경의 남녀가 만나서 한 카테고리를 만든다는 것은 웬만한 인내와 노력을 하지 않고는 힘든 법이지요.
추석 잘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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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
달달한 가을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거 딱 제 얘기인데요...;;
남자친구 왈. 처음엔 제가 착해서 좋았다고..
근데 너무 쉽게 상처를 받고 힘들어 해서
자기도 힘들대요...
그래도 제 남자친구는 제가 힘들어하는거 같으면
맞춰주고 풀어주려고 노력합니다~
저 또한 그런 남자친구가 속상하지 않게 노력하고 있구요.
서로 다른 홈을 가진 남녀가 만나
맞지 않는 홈을 다듬어서 끼워 맞춰 나가는게 연애라는데..
전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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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와. 정말 멋지시네요.
달달한 가을님 너무 멋지게 연애를 하고 계신듯. 남자친구분도 솔직하게 그런 부분 때문에 상처를 받고 힘들어 하는 모습 때문에 힘들다고 이야기 하고 서로 풀어가려고 하니 말이죠. 우와.
^^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이런말이 생각나는군요 사랑해서 같이 있으면 괴롭고 힘든일이 있지만 같이 있지 못하는게 더 괴롭고 힘든 일이라고 ^^ 사랑해서 헤어진다 저는 잘 이해를 ㅋ못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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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와우. 정말 멋진 멘트인데요? 맞아요. 사랑하는데도 같이 있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에요.
저도 사랑해서 헤어진다... 흠. 저도 이해가 잘. ^^;
서로 노력해가는 것 만큼..
만남을 오래 지속하게 만드는 것도 없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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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아요. ^^
시작이 아니라 사랑하고 있다면 후회없이 사랑하고 후회없이 배려한다면 이별은 죽음이 갈라 놓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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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한편의 시 같은데요? ^^
정말 저런 걸 봐도 가정교육의 중요성이 느껴져요.
그런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상처 주는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죠.
어렸을 때부터 봐오고 몸에 스며들었기 때문에
저 생각은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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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에휴... 그러게요. 바뀌기 쉽지 않은가봐요.
"사랑하지만 그녀를 위해 놓아줬다.."
예전부터 지금까지도 이런 말은 이해가 안되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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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해 못하고 있어요. ㅎㅎ
정말 하지않을꺼라면 내뱉어서는 안되는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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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
길냥이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8년 동안 사귀다 헤어진 스스로를 되새기게 해주는 글이네요.
물론 저 역시 노력하고 또 노력했습니다만
결국 그녀로부터 처음이자 마지막였던 이별을 말하게 만들었으니
비보이분 말씀더러 그만큼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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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8년. 정말 긴 시간을 함께 하셨네요.
진짜 마지막말 공감인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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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
저는 매일 여자 집에 두달간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녁에 술자리가 많아 1차후 빠져나와 그녀 집 앞에 갔습니다.
그녀가 아내입니다. ^^;
노력과 열정이 연애애도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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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우와. 역시, 탐진강님.
너무 멋지시잖아요!!! ^^
사랑해서 헤어졌다는 것은 대부분 비겁한 변명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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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도 공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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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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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아.. 남자분 안타깝네요.
본인도 답답하니가 그런거였던 거겠지만~
들소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냥... 웃김..
빈자리의 허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