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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 꽝"인 나, 하지만 애인 앞에선 "애교 짱"

· 댓글개 · 버섯공주
"하하. 친구가 가고 나니 갑자기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돌아왔네."
"무슨 말이야?"
"너 좀 전까지 친구 있을 땐 목소리 중저음으로 깔고서 이야기 했잖아."
"내가?"
"응"
"아니야. 평소처럼 했는데?"
"아니야. 너 목소리가 변했어. 아까 친구랑 있을 땐 너 목소리가 완전 남자 목소리 같았어. 하하."

절친한 친구와 남자친구와 저, 이렇게 세 명이 마주보고 앉아 한 피자 가게에서 피자를 먹게 되었습니다.

친구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하고, 남자친구에게 저의 가까운 친구를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미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으로 선배언니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하기도 했었습니다만, 그때도 남자친구는 저에게 저러한 말을 했었습니다. 제 목소리가 바뀐다고 말이죠. 당시엔 별 의미 없이 넘겨 들었는데, 이번에 또 한번 듣게 되니 '정말 그런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평소엔 피자가 나오면 늘 그래왔듯이 남자친구가 나이프로 가지런히 잘라 입안에 하나 넣어주면 저도 남자친구에게 한 입을 넣어준 후, 그때부터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합니다. 같이 식사를 하게 되면 항상 서로의 입에 먼저 넣어주고 나서 먹자는 남자친구의 제안으로 인해 줄곧 4년 간 이어져 온 어찌 보면 하나의 습관이 되어 버린 행동이죠.

하지만, 그러한 습관이 되어 버린 행동도 생략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이 날과 같은 경우죠. 눈 앞에 절친한 친구가 있으니 그러한 익숙한 행동을 생략하고 눈 앞에 있는 피자를 나이프로 잘라 제 입으로 넣기 바빠졌습니다. 그리곤 최대한 남자친구에게 두어야 할 시선을 친구에게 고정 시키고 대화를 이어나갔는데 전 이러한 행동이 지극히 어색함이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옆에서 보던 남자친구도, 마주하고 있던 가까운 친구 눈에도 어색하기 그지 없었나 봅니다. 친구와 헤어지고 난 후에야, 친구로부터 받은 문자로 안 사실입니다.

평소 동성 친구들이나 선배, 후배 누구랄 것 없이 만나면 편하게 이야기 하고 저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편이라 생각해 왔습니다. 네. 지금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진 그 모습이 저의 본 모습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헌데, 남자친구를 오랫동안 만나 오면서 남자친구가 아닌 다른 이들에겐 숨기고 싶은 저의 모습이 생겨버렸습니다. 바로 남자친구가 일컫는, '애교 가득한 목소리' 입니다.


솔직히 전 남자친구가 이야기 해 주기 전까지만 해도 인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주위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을 통해 "너 그렇게 무뚝뚝해서 어떡하냐?" "남자친구가 너의 그 무뚝뚝한 매력에 빠졌구나?" "넌 정말 애교라고는 눈꼽 만큼도 없어." 와 같은 이야기를 자주 듣곤 했습니다. 여성스럽기 보다는 남성스러웠고, 애교가 많기 보다는 무뚝뚝한 사람으로 비추어 졌고, 저 또한 그게 저의 모습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혹여 다른 여자 후배들이 "언니~ 언니~ 전 이거 먹고 싶어요. 뿌잉-" 과 같은 애교가 잔뜩 묻어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도 저런 애교가 철철 넘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정말 같은 여자지만 깨물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쿨럭;)

주위에선 저를 보고 애교가 없다고 하는데, 남자친구는 제게 애교가 많다고 하니, 어느 말이 맞는 걸까- 생각했었는데 '친구가 가고 나니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돌아왔다' 는 남자친구의 표현처럼 상황에 따라 제가 그 모습을 제어하고 있나 봅니다. +_+;;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오빠, 나 저거 해 줘." "민경이(자신을 지칭)가 아파요." 와 같은 대사를 들을 때면 "어우. 닭살!!!" 하며 소리 지르곤 했는데, 가만 보니 어쩌면 그 닭살 돋는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제가 남자친구에게 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음, 남자친구 말대로 목소리 톤도 중저음이었다가 남자친구와 단둘이 있을 때면 하이톤으로 올라가는 듯 합니다. -_-;;

정말 제 주위 누군가가 저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된다면 기겁을 하고 도망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찔해 지더군요.

평소엔 무뚝뚝하고 여성스럽기 보다는 남성스러운 제가 한 남자에겐 한없이 여성스럽고 애교 가득한 사람이 되어 있으니, 연애, 사람 바꿔 놓는 재주가 있는 것 같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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