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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다 늑대?! 꼬맹이로만 봤던 과외학생

· 댓글개 · 버섯공주
"세상에 늑대 아닌 남자는 없어!"
"오빤 남자면 다 늑대야? 오빠도 남자면서…"
"나 빼고 다 늑대야"
"헐-"

늑대가 자기 빼고 다 늑대래!

4년 전, 과외를 하고 싶다는 저의 말에 처음엔 그렇게 하라고 하더니, 과외 학생이 남학생이라고 하자 남자친구가 펄쩍 뛰었던 때가 있습니다. 이유인즉, 과외 학생과 저의 시간이 맞는 때가 저녁 시간이었던 데다 남학생의 부모님이 맞벌이인지라 둘이서 한 집, 한 방에 남게 되니 절대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말도 안돼. 공부하는 학생이잖아. 남자가 아니라 학생이야!"
"요즘 남학생들 힘이 얼마나 센 줄 알아?"
"뭔 소리야. 나도 힘세거든?"

전 당시 스물넷, 과외학생은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으로 열여덟, 저와 결코 적지 않은 나이 차인지라 남자친구에게 '그 앤 남자가 아니라 꼬맹이야-' 라고 설명을 하며 괜찮다고 설득 시키기 바빴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시작하게 된 과외.


대학생일 때는 과외를 참 많이 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참 많이 좋아하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연락을 주고 받던 학생들과 아직까지 연락을 주고 받고 있기도 하고 말이죠. 제 머릿속엔 너무나도 좋았던 기억이 많이 남아 있어 그 때의 그런 분위기, 그런 학생들을 떠올리며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생이 아닌 직장인이 되어 과외 학생을 위해 다시 학생 때로 돌아간 기분으로 공부를 하니 새삼 기분이 좋기도 하고, 뭔가를 열심히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웠습니다. 직장과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해 있었던 터라 이동하기도 훨씬 수월했습니다. 직장-집, 직장-집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변화를 주고 싶기도 했고, 누군가와 한 가지 주제로 지식을 나누고 배운다는 것만큼 짜릿한 것은 없기에 상당히 즐기면서 과외를 했습니다. 학생에게 가르침을 줄수록, 제가 더 많이 배워나가는 기분이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덜덜덜

남자친구도 처음엔 그렇게 반대를 하더니, 점차적으로 제가 직장생활을 잘 하면서 주중 두 번의 과외도 잘 적응하고 재미있어 하자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과외학생과 저도 점차적으로 친밀해져 그 학생도 배우는 것에 흥미를 많이 갖는 듯 했습니다.

과외를 시작한지 3개월 정도가 지난 어느 날부터 모르는 번호로 제 폰에 문자가 왔습니다. (전화를 걸어 보니 등록되어 있지 않은 번호라고 하더군요) 처음엔 스팸 문자인가 보다- 라며 무시했으나, 다음 날, 그 다음 날 점차적으로 농도가 짙어지는 문자가 오더군요.

"도대체 누구야!"

3일 정도 지난 시점에 또 문자가 왔습니다.

"오늘은 스타킹 신었어? 지금은 뭐 입었어?"

스타킹을 신고 있건, 뭘 입고 있건 뭔 상관이래- 하는 생각으로 문자를 보고 있던 찰라 발송 번호를 보니 다름 아닌 제가 과외를 하고 있던 남학생의 번호더군요.

"내가 누구게?"

알고 보니, 인터넷 무료 문자 메시지를 이용해 이러한 문자를 밤마다 보낸 것이었는데 자동으로 뜨게 되는 하단 자신의 번호를 삭제하고 다른 번호를 넣어야 하는데 하필 그 날, 자신의 번호를 지우지 않은 채 발송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그 꼬투리가 잡히게 된 것이더군요.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래도 당분간 과외를 못할 것 같다며 이야기를 하자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여차 저차 이런저런 이유로 과외를 계속 하기가 힘들 것 같다고 학생의 어머니께 양해를 구하고 중도 하차했습니다.

'난 그 사람을 남자로 보지 않는다. 과외를 받는 한 학생일 뿐이다' 라고 딱 잘라 남자친구에게 이야기를 했었지만 남자친구가 '그건 너의 생각일 뿐이고, 남자는 여자와 달라서 가끔은 아주 가끔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 충동적으로 이성이 지배 당하기도 한다. 어찌 되었건 그 학생은 남자다. 남자가 여자를 지켜주고 보호해주면 좋겠지만 혹시 모를 그런 상황을 위해 이왕이면 여자인 너가 먼저 조심하는게 낫지 않겠느냐?' 라는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뒤늦게나마 정확히 그 사건 이후로 남자를 보는 시각에 있어 눈이 크게 뜨인 건 사실인 듯 합니다. (남자 형제가 없는데다 여중,여고,여대의 비애 -_-)

신문이나 뉴스로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술 한잔 더 하자며 제의를 하자 여학생이 남학생의 집으로 따라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혹은 'MT를 갔다가 남학생과 여학생들이 한 자리에 섞여 마시고 놀다가 봉변을 당했다' 류의 기사나 '술취한 여자가 길에 쓰러져 있는 것을 부축해 준다며 강제로 끌고 가 강간' 과 같은 사건 소식을 들을 때면 "여자가 힘들겠다" "남자가 나쁘네" 라는 시각이기 이전에 "아니, 거길 왜 따라 갔지? 왜 먼저 조심하지 않았을까?" 라는 다소 냉소적인 시각(-_-)으로 먼저 바라보게 됩니다. (물론, 기사 내용이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기에 그 내용만으로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 절대 성추행범이나 강간범과 같은 가해자를 옹호하고자 하는 글이 아닙니다.*

여자는 남자에게 보호받아야 하는 약한 존재인 것도 사실이지만, 자신의 몸을 스스로 아끼고 보호해야 하는 강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문득, 오늘 아침 기사를 보니 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을 보고 한때의 일이 생각나 주절거려 보았습니다.

요즘도 가끔 남자친구가 이야기 합니다.

"거봐. 나 빼고 다 늑대"


"거봐. 나 빼고 다 늑대라니까"
"솔직히 그건 아니지"
"아, 그래. 솔직히 0.0001% 빼고 다 늑대야"

-_-

뭐냐? 남자친구 빼고 세상의 남자들은 모두 늑대라는 것이냐? << 워- 워-

남자가 늑대냐, 늑대가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0.0001%, Hands UP!!!)그렇게 세상이 점점 험악해지고 무서워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만큼 본인의 몸을 스스로 보호하고 아낄 수 있는 여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제 자신에게 다짐하는 말이기도 하고,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어린 제 동생에게 하고픈 말이기도 합니다) 

퇴근길 늦은 밤, 지나치다 싶을 만큼의 노출이 심한 여대생이 술에 취해 정신 못차리고 비틀거리는 모습을 마주하게 될 때면 제 여동생을 보는 것처럼 걱정되는 마음이 앞서고 불안합니다. 쫓아가 정신 차리라고 한 대 때려 주고 싶은 충동마저 든다는;;  자신의 몸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의사결정에 '책임' 질 수 있는 20살이 넘은 성인이잖아요!

몸만 훌쩍 커버린 여자가 아니라, 적어도 자신의 의사결정, 자신의 몸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성인 여성이 되었으면 합니다.

주절이가 너무 길었습니다. +_+ 흠냐, 오늘의 주절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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