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뜨거운 남학생의 시선 : 착각은 자유!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오해를 받기도 하고, 상대방의 의도와 무관하게 오해를 하기도 합니다.

지금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두 번째 경우입니다. 상대방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오해를 한 경우인데요. 회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지하철 안에서 겪은 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나 이제 집에 가는 길"
"피곤하지?"
"아냐. 아주 조금! 집에 가면 푹 자야지!"
"그래. 집에 가서 빨리 쉬어."

늘 그렇듯 퇴근 하는 길엔 남자친구와 통화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지하철 첫 번째 칸에 타고서는 지하철 첫 번째 칸만이 가지고 있는 지하철 벽면에 살포시 기대어 서서 통화하고 있는데 맞은 편 한 남학생이 눈에 띄었습니다. 너무나도 작은 얼굴에 옷도 너무나도 세련되게 차려 입어 얼핏 봐서는 연예인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하더군요.

'참 귀엽게 생긴 남학생이네' 라는 생각을 가지고 보고 있는데 그 남학생과 순간 눈이 마주쳐 고개를 돌렸습니다. 본인도 본인 스스로가 멋있다는 것을 알 텐데 이러한 시선을 받으면 분명 오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죠.

"중학생 아님, 고등학생인 것 같은데 귀엽게 생겼어."
"남자야? 여자야?"
"남자"
"너~~~어~~~!!! 날 두고!!!"
"에이, 난 오빠 밖에 안보이지. 근데 진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귀엽다구. 동생 삼고 싶은 그런 애야."

그렇게 남자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계속해서 느껴지는 묘한 시선. 고개를 돌리니 아까 그 남학생이 저를 자꾸 보고 있었습니다.

'뭐지? 왜 보는 거지? 아까 내가 쳐다봐서 화가 난 걸까? 아님, 오해를 한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이 마구 들면서 남자친구와 전화를 끊을 타이밍이 되었음에도 전화를 끊지 못하고 계속 붙들고 있었습니다.

"내가 귀여워서 잠깐 흘깃 쳐다봤는데 눈치 챘나 봐. 내가 쳐다봐서 화난 걸까? 지금 나 계속 쳐다봐."
"에이, 설마. 너가 착각하는 거 아니야? 다른 곳 보고 있는 거겠지."
"아냐. 진짜야. 계속 아까부터 나 쳐다보고 있어."

그러던 중 맞은 편 그 남학생이 저와 다시 눈이 마주치자 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어떤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래도 애써 모르는 척, 못 본 척 고개를 돌리며 그렇게 한참 동안 그 남학생의 부담스러운 시선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하며 남자친구에게 소곤거리며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하고 있던 찰라 그 남학생이 저를 향해 다시금 뭐라고 입을 뻥긋거렸습니다. 분명 뭐라고 말하는 것 같긴 한데 남자친구와 통화하느라 경황이 없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고 "뭐?" 라고 하는 순간, 제 뺨을 타고 뭔가가 꾸물거리는 느낌이 났습니다. (온 몸에 닭살이 쭈뼛쭈뼛)

"나방!"
"악!"

견디지 못할 꾸물거림에 소스라치게 놀라 제가 제 뺨을 때리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곤 바닥을 보니 커다란 나방이 제 손에 맞아 바닥에 떨어져 있더군요.

그 남학생은 어깨에서부터 목을 타고 뺨까지 올라가는 나방을 보고 그것을 알려주려고 저를 쳐다 보며 손짓과 입 모양으로 알려주었는데 제가 그것을 그대로 받아 들이지 못하고 혼자서 온갖 상상을 한 것이더군요. 아마 제가 남자친구와 계속 통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직접 말로 알려주지 못하고 입 모양으로 손신호로 알려주려 했던 것 같습니다.

너무 민망해서 "고마워" 라는 말 한마디만 하고 내릴 정류장이 아닌데 민망해 하며 냉큼 내려 버렸습니다.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려 하기 이전에 '그런 걸 거야-' 라는 저의 추측이 낳은 실수였죠.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민망해집니다.

남자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갑자기 비명을 질러 상황 파악이 안된 상태였던 지라 저보다 더 놀랬던 남자친구. 뺨을 때리는 소리와 함께 제 비명 소리가 들려 정말 그 남학생에게 지하철에서 설마 맞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까지 했었다고 합니다.

요즘에도 가끔 남자친구가 제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착각은 자유예요! 공주님."

+덧) 그 때를 떠올리면 정말 민망하기만 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