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초기와 다른 남친, 긴장감 주기? 긴장감도 긴장감 나름!

연애 초기엔 마냥 서로의 눈빛 하나에 취해 그저 함께 보내는 그 시간이 황홀하고 아름답기만 합니다. 연애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연애 초기의 설렘이나 두근거림보다는 편안함과 서로를 향한 믿음이 커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 시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지 못하고 '상대가 날 편안하게 생각한다' 는 이유로 '긴장감을 주고 싶다'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권태기인 것 같다' 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하더군요. 저 또한 예외는 아니었지만 말이죠. ^^ 

연애 초기의 설렘이 줄어드는 시점은 언젠가 오기 마련

연애 초기, 손만 살짝 스쳐 지나가도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리고 옆에 있는 것만으로 그저 흐뭇하기만 했던 그 때의 감정도 빨리 오는 이들에겐 1년, 혹은 2년, 연애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그러한 마음은 자연히 이전에 비해 줄어 들기 마련입니다. 연애초기의 긴장감이 서로를 향한 편안함으로 바뀌기 시작하죠. 자연스레 서로에 대한 믿음이 더욱 단단해 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편해지는게 나쁘기만 한걸까?

1년 정도 사귄 친구가 연애 초기와 다른 남자친구를 둔 하소연이 이어졌습니다.

"이 남자는 안 변할 줄 알았는데! 연애 초기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또 속았어!"
"무슨 말이야?"
"매일 매일 데려다 주고 늘 보고 싶다고 말하면서 하루라도 못 보면 무슨 큰 일 나는 것처럼 문자도 늘 먼저 해 주곤 했었는데 1년이 다 되어 가니 이젠 예전 같지가 않네. 휴."
"음…"
"뭔가 연애 초기처럼 날 대하지 않는 것 같아. 어떡하지? 난 언제든 널 떠날 수 있으니 긴장 좀 하라고 까놓고 말할 수도 없고. 나의 소중함을 망각하고 있나 봐. 진짜 까놓고 말할까? 긴장 좀 하라고!"

이 이야기를 듣고 순간 '헉!' 했습니다. 연애 초기와 다른 남자에게 긴장감을 주기 위해 '난 언제든 널 떠날 수 있는 여자야! 너 나한테 잘해!' 라는 생각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위험한 생각인지 이 친구는 모르는 듯 했습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면 '엔조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연애 초기의 설렘과 긴장감은 연애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사그라 드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그 감정을 두고 상대에게 지속적인 긴장감을 가질 것을 요구하고, 연애 초기처럼 지속적으로 설렘을 요구하는 건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옵니다.

분명 서로 좋아서 연애를 하고 있는 사이임에도 '야, 너 나한테 잘해라. 안 그럼 나 뒤도 안보고 깔끔하게 널 떠날 테니.' 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가 그 사람과 오랫동안 연애 하고 싶을까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긴장해야 하는 순간이 한 두 번 찾아 오는 것도 아니고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팍팍하고 긴장감의 연속인데 연애 조차 마음 편히 못하고 눈치 보고 긴장하며 해야 하는 걸까요? -_-?

제가 만약 그런 마음 가짐을 가지고 있는 이성과 연애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그래. 넌 언제든 날 떠날 수 있는 사람이지. 그러니 난 너와 적당히 즐기다가 정말 나와 평생 함께 할 사람이 나타나면 내가 먼저 그 사람에게 갈 거야.' 라는 생각을 갖게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연애를 결혼을 위한 하나의 연장선으로 보지 않고 연애 따로, 결혼 따로를 생각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다 할 연인은 없을 겁니다.

뭐가 아쉬워서 '난 언제든 널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에게 진심을 다해 믿음을 주며 정성을 쏟을까요?

연애를 위한 연애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연애를 위한 연애는 결국 언젠가 서로에게 깊은 상처만 남긴 채 끝나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긴장감을 주는 것도 긴장감 주는 방법 나름 

장기간 연애에 접어들면서 너무 편해진 연인 사이. 서로를 더 믿을 수 있는, 진짜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돈독한 사이가 되는 과정이라 생각지 못하고 연애 초기의 긴장감과 설렘만을 쫓다가 결국 헤어짐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곤 합니다. 

특히, 이 친구가 가지는 생각처럼 '난 너 없어도 잘 살아!' 와 같은 류의 긴장감을 주는 여자(남자)라면 어느 누구도 이 사람과의 미래를 꿈꾸지 않겠죠. 엔조이처럼 서로에게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사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긴장감을 주더라도 이런 류의 긴장감이 아닌 다른 류의 긴장감을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긴장감을 주고 싶다면 "난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여자(남자)야! 있을 때 잘해!" 와 같은 긴장감을 주기 보다는. 

"내 여자친구지만 누가 봐도 정말 매력적인 여자다" 
"과연 어느 누가 날 이렇게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을까?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

이런 생각을 상대방이 갖도록 해 주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될 듯 합니다. 변한 상대방을 향해 상대가 이전과 같지 않다며, 변했다고 답답해 하기 이전에 자신을 가꾸고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상대방에게 어필하면서 정말 진심을 다하는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면 더 알콩달콩한 멋진 연애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6년째 연애중"


장기간 연애에 접어들면서 너무 편해진 연인 사이. 서로를 더 믿을 수 있는, 진짜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돈독한 사이가 되는 과정이라 생각지 못하고 연애 초기의 긴장감과 설렘만을 쫓다가 결국 헤어짐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곤 합니다. 

연애 초기의 두근거림과 설렘만을 기대하다 보면 언제나 그 연애는 짧게 끝나기 마련입니다. 연애 기간이 길어지면서 또 다른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믿음이 깊어지는 사랑도 꿈꿔 볼만 하지 않을까요? :)

우리 커플의 데이트 방식, 한마디로!

"5년 째인가?"
"응."
"우리 커플은 주로 만나면 술 마시면서 이야기 많이 나누거든. 너네 커플은 뭐하면서 놀아?"

직장 동료가 뜬금없이 장기간 연애 커플인 만큼 지겹지 않냐고, 술도 마시지 않는데 그런데 어떻게 거의 매일 보다시피 연애 하냐고 뭐하며 데이트 하냐고 묻더군요. 저희 커플은 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술을 마실 줄 몰라서 술 마시지 않고 데이트 하는 것이 당연한 반면, 동료 커플은 서로 술을 좋아하고 술을 마시다가 서로 마음이 통해 연애를 한 커플인지라 술을 마시지 않는 커플이 뭐하고 노는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너네 커플은? 만나면 술 마셔?"

잠시 서로의 커플의 데이트 방식을 물어보다 웃음이 터졌습니다. 뭐하고 노냐는 질문에 한 마디로 압축해서 이야기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말이죠.

하나. 포켓볼과 볼링처럼 활동적인 종목!

우리 커플은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다 보니 포켓볼, 사구, 볼링, 탁구와 같은 활동적인 종목으로 함께 놉니다.

"한 큐에 끝내주마!"

전 포켓볼과 사구를 좋아하고 (남자친구에 비해) 잘 치는 반면, 남자친구는 볼링을 상당히 잘 칩니다. 내기라도 하는 날엔 포켓볼을 칠 것이냐, 볼링을 칠 것이냐를 두고 고민을 하게 됩니다.
결국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는 사람이 정한 종목으로 겨루자고 합니다. 남자친구가 이기는 바람에 볼링장으로 향합니다. 남자친구가 볼링은 이렇게 쳐야 된다며 자세를 교정해 주고 알려줍니다.
이럴 때 잘 웃어 주고 잘 받아 줘야 합니다. "아, 역시, 오빠가 볼링을 잘 해. 난 도저히 못 이기겠어." 그래야 좀 봐주면서 치거든요.

둘. 노래방 고고씽!

남자친구가 기분이 많이 안 좋은가 봅니다.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봐요. 악쓰는 노래방으로 향합니다. 손에 익은 무선 마이크를 들고서 그럴싸한 포즈로 늘 불러주는 '우워우워우어' 하며 악쓰는 남자친구를 향해 '잘한다' '멋있다' '오빠 가수 해도 되겠어' 라는 기분 좋은 멘트를 날려 줍니다.

"내가 불러서 100점이 안나오면 기계가 고장난거야!"

남자친구가 기분이 조금 풀렸는지 곧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내기모드로 진입합니다. 요즘 노래방 기계는 상당히 후합니다. 음정, 박자 무시하고 소리만 크게 질러도 90점은 훌쩍 넘습니다. 곧이어 서로 노래 부르겠다고 마이크 쟁탈전을 벌이기도 합니다.
결국, 내기에서 이긴 남자친구가 오는 주말에 어린이대공원에 가자고 합니다. 메뉴는 가볍게 유부초밥으로 정했습니다. 또 다시 내기입니다. 누가 더 맛있게 싸오는지, 큰일입니다. 요리는 저보다 남자친구가 더 잘하는데 말이죠. -_-

셋. 보드게임과 스타! 

저녁을 모처럼 거하게 해결하고 나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드게임을 하거나 피씨방에 가는 것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건대입구역에 위치한 라임(건대입구역 인근 데이트 코스 추천!)은 우리 커플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외관은 좀 허름하지만 그래도 그 나름의 재미와 운치가 있어 좋습니다. 음료의 값만 지불하면 음료를 마시며 보드게임을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내겐 조커가 있어. 흐흐흐"

둘이서 하기 좋은 루미큐브를 두고 신경전을 벌입니다. 좀처럼 쓰지 않던 머리를 굴려서인지 머리가 아파 옵니다. 머리가 좀 아파와야 그제서야 음료수를 홀짝이며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웃음꽃을 피웁니다.
피씨방에서 스타를 할 때면 테란이 주 종족인 남자친구에게 반드시 랜덤 종족을 택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제가 유리하거든요. 이번 게임 절대 지면 안됩니다. 게임방비를 내야 하거든요. (고작 2천원. 그래도 내기할 땐 금액의 많고 적음이 중요하지 않죠. 이 악물기!)

간단하게 뭐하고 노는지 이야기를 해 주고 나니, 동료가 가만히 듣고 있다 한마디로 압축해 버리더군요.

"어? 뭐야? 결국 내기하고 노는 거네?"
"어? 실컷 어떻게 데이트 하는지 이야기 해줬더니 한 마디로 압축해 버리네."
"하하. 커플끼리 닮아 가는 건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는 건지. 너네 커플 취향이 같구나. 신기하네. 하하. 우리커플은 한마디로! 술마시면서 놀아. 띵띵띠딩띵."

물론, 여느 커플이 그러하듯, 함께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기도 합니다.
극장에 갈 때 저희 커플은 팝콘, 나쵸와 음료가 주가 되는 반면 동료 커플은 오징어와 맥주가 주가 되더군요. 또 저희 커플이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논다면 동료 커플은 한강변에 앉아 한강을 보며 캔맥주를 즐긴다고 합니다. ^^

좋아하는 것이 비슷하고 마음이 잘 통하니 커플 각자의 나름대로의 개성을 살려 도란 도란 멋진 연애를 하는 듯 합니다. ^^ 

"오빠, 우리 다음엔 지금까지 데이트 방식과 조금 다르게 도서관에서 데이트 할까? 주말에 만나서 같이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어때?"
"..."
"왜 대답이 없어?"
"...내기 해서 너가 이기면 그렇게 하자."

 + 덧) 어라? 닮은 사람끼리 연애하는 게 아니라 연애하다 보니 닮아가는건가? 

남자친구의 숨겨진 속사정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친구와 4년 넘게 연애를 해 오면서 한 때는 나름 남자친구의 속마음은 이제 웬만큼 간파할 수 있다며 자신했었습니다. 아주 잠깐 동안 말이죠. 여전히 남자친구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이 말을 하고 보니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싶었는데 남자친구가 제게 한 말이네요. '아직 너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라고 말입니다.)

연애 초기에는 제가 직장인이고, 남자친구가 취직 전이었던 터라 데이트 비용의 대부분을 제가 부담했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주위에서 남자친구와의 사랑도 좋지만 미래를 생각해서 현실적으로 당장 헤어지라는 말을 수십번은 넘게 들은 것 같습니다. ㅠ_ㅠ

그리고 남자친구가 직장인이 되고 나니 자연스레 연애 초기와 달리 남자친구가 부담하는 데이트 비용이 많아지더군요. 남보원(남성인권보장위원회)이 출동하여 저에게 '남성인권을 보장해 달라! 왜 남자친구가 부담하는 데이트 비용이 나날이 많아 지는 것이냐!' 라고 따져 물어도 딱히 마땅한 핑계거리는 없습니다. -_-;; 죄송해요.

데이트를 하면 워낙 먹성 좋은 커플이다 보니 늘 자연스레 식당으로 향하는 듯 합니다. '저녁 메뉴 돈까스 어때?' '콜!' 을 외치며 그 날도 남자친구를 만나 저녁 식사를 맛있게 했습니다. 남자친구가 지갑을 꺼내 들었고 전 자연스레 그런 남자친구를 향해 "오빠, 고마워. 잘 먹었어. 다음에 내가 살게." 라며 샤방샤방 미소를 날렸습니다.

전 그렇게 식당 밖으로 나가 유리문 앞에 서서 남자친구를 기다리는데 한참 동안 계산대 앞에서 멈칫해 있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갔습니다.

"오빠, 왜 그래?"
"카드 마그네틱이 손상된 것 같은데요? 다른 카드 없어요?"

'왜 그러냐'는 저의 물음에 남자친구가 답변 하기도 전에 계산대에 있던 여자분이 마그네틱이 손상된 것 같다며 대답을 했습니다. 남자친구가 신용카드 사용을 꺼려 하다 보니 유일하게 지갑에 있는 한 장의 신용카드는 마그네틱이 손상되어 결제가 어렵고, 현금으로 결제 하려니 실제 나온 금액에 비해 지갑에 든 현금이 적어 남자친구가 순간 당황했었나 봅니다.

"왜? 카드가 안돼? 잠깐만."

제가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결제를 하고 나오는데 남자친구의 표정이 왠지 쓸쓸(?)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남자친구를 한참 빤히 보고 있으니,

"아, 미안… 카드가 왜 안 되지…"

머쓱해 하며 내뱉는 남자친구의 그 한마디가 순간, 뭐랄까. 그렇게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미안해 하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오히려 제가 더 미안해 지더군요.

곧이어 계산대에 있던 아가씨가 사람 무안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며 괜히 잘못 없는 계산대 아가씨를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다 그 아가씨 때문이다!' 라며…

"오빠 카드가 마그네틱 손상된 거 맞나 봐."
"아, 그러게. 미안. 카드가 말썽이네. 내가 아이스크림 사줄게. 가자."

음,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친구 앞이기 때문에? 오빠이기 때문에? 정확히는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지만 어설프게나마 남자친구의 마음을 알 것 같았습니다. 더군다나 여자친구가 있는 앞에서 그런 상황이 연출되었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머쓱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제가 동일한 상황에 처한다면 전 조금의 말성임 없이 "오빠, 카드가 이상해! 카드가 안돼!" 라며 남자친구의 도움을 서슴없이 청했을 텐데 말입니다. 물론, 그 상황이 조금은 미안하다 보니 나름 남자친구에게만 통하는 애교를 마구마구 부리며 미안함을 표시했겠죠. 아앙~ 아잉~ (응?)

그 짧은 순간, 늘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워 보였던 남자친구가 왠지 외로워 보여 꼭 안아 주고 싶었습니다. 여자친구에게 항상 좋은 모습,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남자친구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때로는...  제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기대도 괜찮은데 말이죠.

차라리 그런 상황에서 남자친구가 저를 향해, "헉! 아앙. 자갸, 이거 카드가 안돼. 어뜨케. 대신 계산 좀 해줘. 뿌잉~" 했으면 하는 마음도... (아... 이건 아닌가... -_-;;; 이러면서 상상하니 왜 자꾸 웃음이 실실 나오는건지;) 

"아앙~ 아앙~자갸~"


쩝. 역시, 갑작스레 남자친구가 돌변하면 그게 더 이상하겠...군요.  (헙; 결론이 뭐냐;)


'남자니까...' 라는 알게 모르게 잠재 되어 있는 그 마음으로 인해 여자와는 달리 같은 상황에서도 참고 견뎌야 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왜 새삼스레 그런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습니다.   

남자친구 생일, 남친 앞에서 무릎 꿇은 사연

남자친구와 4년 넘게 연애를 해 오며 가끔씩 혼자 찡해져서는 '이런 남자 어디서 또 만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만큼 배려심이 많고 아껴주는 모습에 무척이나 감동을 받곤 합니다. J

어제 친구에게 갑자기 연락이 와 곧 남자친구 생일인데 '괜찮은 생일 선물이 없냐'며 제게 묻더군요. 이 친구도 연애 기간이 3년이 넘어가다 보니 이미 매번 기념일이며 생일마다 지갑, 신발, 가방 등등 이런 저런 선물을 서로 주고 받은 터라 더 이상 뭘 선물해 줘야 할지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런 물질적인 선물 외에도 남자친구에게 뭔가 감동적인 선물을 해 주고 싶어 하는 그 친구의 마음이 와닿았습니다. 왜냐면, 저도 작년 남자친구 생일, 똑같은 고민을 했었기 때문이죠. 연애 초반엔 선물해 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연애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런 저런 기념일과 생일을 겪으며 점점 제 머리의 한계를 느끼게 되더군요. '이것도 작년 200일에 선물 해 줬던 건데… 아, 그건 남자친구 취업할 때 선물해 줬던 건데… 아, 그건 남자친구 생일 날 챙겨준 건데…' 라며 말이죠.

남자친구에게 감동적인 뭔가를 해 주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제가 남자친구에게 감동 받았던 순간을 떠올려 봤습니다.

도시락은 보통 여자가 남자에게 해 주는 편인데, 남자친구가 절 위해 준비해 준 도시락이 그리 고마울 수가 없더군요.

비록 다 탄 군만두라도

예쁘게 깎진 못해도

마찬가지로 글쓰기 싫어하는 남자친구가 절 위해 비록 글씨는 비뚤비뚤해도 저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열심히 써서 선물과 함께 건넨 편지가 또 그토록 감동적일 수가 없었습니다.

"서툴다는게 뭔지 제대로 보여주마!"

다른 물질적인 선물도 너무나 고마웠지만 그보다 이런 도시락이나 편지와 같은 소소한 정성이 담긴 선물이 주는 감동은 훨씬 더 오래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문득 생각이 난 것이 남자친구가 남자로서 좀처럼 하기 힘든 정성을 나에게 보여준 것처럼 나도 여자로서 남자에게 좀처럼 하기 힘든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지난해, 남자친구의 생일에 조그만 이벤트를 준비했었습니다.

매해 그래 왔듯이 남자친구를 만나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생일 축하를 하며 생일 선물을 건네고선 노래방으로 남자친구를 이끌었습니다. 평소 남자친구와 함께 부르는 애창곡을 줄줄이 부른 뒤, 중간에 '권진원'의 ' happy birthday to you'를 예약하고선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다며 맞은편에 있던 꽃집으로 냉큼 달려가 장미꽃 한 송이를 샀습니다. (미리 노래방을 갈 때 꽃집의 위치를 확인해 뒀죠)

장미꽃 한 송이를 눈에 띄지 않게 옷 소매 사이로 잘 숨기고선 들어와 싱글벙글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 happy birthday to you'를 불러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가사를 부르며 '너무 너무나 행복해 ~ Happy Birthday to you~' 남자친구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선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네주었습니다. 당시 남자친구 반응이 어땠냐고 물으면 도통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남자친구의 표정 변화를 볼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제게 없었기 때문이죠.

마치 제가 남자친구에게 청혼이라도 한 것 마냥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럽더군요.

"아잉"

남자친구가 평소 제게 해 준 정성에 비하면 정말 조그만 표현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무척이나 떨리고 두근거리더군요. 조금은 창피하기도 하고 말이죠.

남자친구가 연애 초기 제게 무릎을 꿇어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네 준 적이 있습니다.

"무릎 꿇는 거 결코 쉽지 않아"

그때까지만 해도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무릎을 꿇는 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 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날 남자친구를 향해 무릎을 꿇고 장미꽃을 건네주는 순간엔 정말 1분이 5분처럼 길게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그때 '남자친구도 나처럼 얼굴이 화끈거렸겠지-' 라는 생각에 남자친구에게 무척이나 고마운 마음이 들더군요.

역시, 남자여서 더 쉽고, 여자여서 더 쉬운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

+덧붙임) 또 다시 고민입니다. 올해 남자친구 생일엔 어떤 선물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말이죠. :)

7년간의 연애, 결혼은 다른 사람과?

7년 넘게 여자친구와 연애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그 남자를 향해 모두가 엄지를 치켜 세웠습니다. 그런 그를 보고 모두가 "저런 사람이야 말로 결혼하고 나서도 한결 같이 아내 그리고 가족에게 잘 할 사람이다" 라고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잦은 회식으로 여자친구를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늦게라도 잠깐 여자친구에게 얼굴 도장을 찍기도 하는 무척이나 다정한 사람으로 사내에서도, 연애에 있어서도 외부 사람들 사이에서도 성실한 사람, 올바른 사람, 다정한 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이런 소문이라면 얼마든지 여기저기 소문 낼만하죠)

저 또한 그 사람을 알게 된 것은 관계 회사 모임에 참여 했다가 너무 칭찬이 자자한 인물인지라, 호기심에 얼굴을 한 번 봤었습니다. 이미 그러한 소문에 젖어 들어 있었기에 그 사람이 인사하는 그 모습을 딱 한번만 보았을 뿐인데도 "참 멋진 사람이다" 라는 호감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호의적인 미소를 보이면서 겸손하게 이야기 하는 태도를 보고 괜히 그런 소문이 도는 게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첫사랑인 여자친구와 7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말 하나하나에 여자친구에 대한 사랑이 듬뿍 묻어 나와 듣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를 지어지게 하더군요.

그리고 오늘, 이 사람이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와! 드디어 결혼하나 보네? 여자친구분 좋겠다!"
"음"
"왜?"
"다시 소문이 날 것 같아."
"그럼. 소문 날 만하지. 이미 뭐 여자친구와 7년 넘게 연애 한 건 알만한 사람들 다 아는 거고. 결혼인데!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그 여자가 그 여자가 아닌가벼…-_-"

"뭐?"

순식간에 온몸에 닭살이 돋는 듯한 느낌과 쭈뼛 거리는 머리카락. 저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임에도 그 말을 듣고 나자 마자 왠지 모를 배신감마저 느껴지는 건 뭘까요.


"그 때 그 여자분이 아니야?"
"청첩장을 받았는데 이름이 달라서 그 쪽 회사분에게 물어봤더니 이번에 새로 입사한 여직원이래."
"응?"
"사내 커플인거지."
"7년 만난 여자분은?"
"뭐… 헤어졌나 보지."

바로 두 달 전인데, 바로 두 달 전,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 했을 때만 해도 7년 사귄 여자친구분에 대한 자랑을 잔뜩 늘어 놓던 분인데, 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인사할 때면 그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 매번 머리 속에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그리고 이름을 함께 기억하는 편인데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다시 하얗게 변하는 듯 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너도 배신감 느끼지?"
"그러게."
"누구나 연애를 하다가 헤어지고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건데, 묘하게 배신감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나 뭔가 그 사람을 보면서 희망적이었던 연애에 대한 환상이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야."

저를 비롯하여 몇몇 분들이 청첩장을 받고선 아니나 다를까 또다시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저도 사람인지라 그러한 소문 속 그 남자가 왜 7년 사귄 여자와 헤어지고 새로 입사한 여직원과 결혼하는 걸까? 라는 호기심과 묘한 배신감을 느끼곤 했습니다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 남자에 대한 시선과 소문이 다시 순식간에 반대의 시각으로 돌아 소문이 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이 소문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7년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 양가 어른들의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심하게 다투게 되었고 결국 헤어졌다고 하더군요. 연애는 두 사람 사이의 문제로 끝날 수 있지만, 결혼은 두 사람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집안과 집안의 문제이다 보니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남자가 바람이 난 건가봐' '여자가 바람이 난거 아닐까?' '어쩌다 둘이 헤어졌을까?'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234fe68a94acd8649295146e9deb4e7c

집안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헤어진 경우였음에도 이러저러한 소문 속에서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연예인들은 사생활이 없냐며 사생활 침해를 운운하는 현실 속, 막상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다 보니 직장 내에서도 캠퍼스 안에서도 이러저러한 소문 속 주인공이 다른 이가 될 수 있는가 하면 바로 그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해 집니다.


연애, 그 하나만으로도 쉽지 않은 문제인데 결혼의 문제는 그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든 문제이겠죠?

연애 초보 VS 연애 고수, 당신의 선택은?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남자 입장에선 아무래도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 보다는 연애 경험이 없는 여자를 더 선호하잖아."
"뭐… 그렇겠지."
"근데 여자 입장에선, 연애 초보보다는 그래도 연애 고수를 더 선호하잖아."
"헐~ 왜? 아니야" "절대 아니거덩~" "왜 그렇게 생각해?"

직장 내 동료이자 동갑내기인 친구들과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남자 동료가 여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연애 초보보다는 연애 고수를 좋아하지 않느냐는 이야기에 동료 모두가 발끈했습니다.

순식간에 그 남자 동료를 당장이라도 뒷산에 묻어 버릴 것만 같은 격한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저도 물론 그 순간엔 다른 여성 직장 동료와 마찬가지로 발끈했었습니다만, (물론 장난이지만 말이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이러니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 남자 동료가 "남자 입장에선 연애 경험이 없는 여자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라는 말을 쏙 빼고 "연애 초보보다는 연애 고수가 더 좋지?" 라는 말만 했다면, 과연 이토록 발끈했을까? 라는 점입니다.

연애 초보와 연애 고수라는 단어 선택에 있어서 앞서 이야기 한 연애 경험이 많고 없고의 이야기로 인해 "연애 초보 =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 "연애 고수 =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 단정지어 해석 된 듯 합니다. 그렇다 보니 남자는 연애 경험이 없는 여자를 좋아하고, 반대로 여자는 연애 경험이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라는 말로 들려 모두가 격앙한 것이겠죠.

"걱정마. 나 연애 고수야."


연애 초보라고 하여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 아니며, 연애 고수라고 하여 반드시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연애 고수는 어떤 사람으로 정의되는지 문득 궁금합니다.)

연애 고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한 언니의 말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무척이나 개방적인 사고를 가진 언니죠)

"여러 여자를 한 달 혹은 그보다 짧게, 단기간 연애를 한 남자보다 한 여자를 지독하게 3년 혹은 5년, 그 이상을 사랑한 남자가 더 멋있지 않니?"
"무슨 말이에요?"
"장기간 연애를 할 수 있는 남자는 그만큼의 깊은 매력이 있다는 거야."
"에이, 그렇다기 보다는 그냥 남녀 서로 잘 맞아서 장기간 연애가 된 거고, 서로 잘 맞지 않으면 헤어지는 거고 뭐, 그런 거 아닐까요?"
"애초부터 서로 잘 맞는 연인은 없어. 서로 맞춰 가는 게 연애야. 근데, 이 서로 맞춰 가는 부분에 있어서 여자가 남자를 맞춰 나가는 것보다 남자가 여자를 맞춰 줄 때 그 연애기간이 오래 간다는 거지."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남녀간 연애를 함에 있어 애초부터 서로 잘 맞는 사람들끼리 만나 연애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맞춰 나가는 것이 연애라고 이야기하던 언니의 말에는 공감을 했지만 남녀 연애를 함에 있어서 여자보다 남자가 여자에게 먼저 배려하고 양보하는 커플이 오래 간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부분에선 저도 그런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음;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내뱉은 인상적인 말, "진정한 연애 고수는 연애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을 깊이 있게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연애 고수야. 난 그런 점에서 아직 연애 초보이기 때문에 연애 고수와 연애 하고 싶어. 하하."

그리고 이 언니는, 길어봤자 2개월로 쉽게 식어버렸던 연애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며 그런 점에서 연애 초보 보다는 연애 고수를 만나고 싶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남자 동료가 해석 한 연애 고수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되죠.

지난 2월, 이 언니는 3년이라는 연애기간을 끝으로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 언니 말대로 연애 고수와 결혼한 셈이네요. ^^;

잊고 있었던 연애 고수, 그 연애 고수라는 의미를 이렇게도 혹은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네요. 이왕이면 저도 연애고수라는 의미를 단순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깊이 있는 연애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네요.

음, 그 언니 말대로 연애 고수를 정의한다면, 그럼 지금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는 분들은 모두 연애고수인 셈인 거죠? ^^;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어서 연애 고수의 길로! :)

장기간 연애, 남자친구에게 문득 미안해진 이유

남자친구와 연애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이런 저런 소소한 에피소드가 많이 생겨나는 듯 합니다. 더불어 연애 기간이 길어 지다 보니 연애 초기의 마냥 여성스러운 모습에서 벗어나 이런 저런 다양한(때로는 피폐한) 모습을 남자친구에게 보여주는 듯 합니다.


연애 초기, 데이트를 시작하고 그 데이트가 끝날 때까지 초지일관 예쁜 화장에, 예쁜 옷에, 최대한 여성스러움을 간직한 채 그야말로 좋은 모습, 예쁜 모습만 보여 주려 했던 때와 달리 이제는 피곤하면 피곤한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그대로 떡 하니 남자친구 앞에 나타나니 말입니다. 남자친구와 연애를 처음 할 당시만 해도 장기간 연애해도 "난 절대 안그래야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얼마 전,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자리이다 보니 평소 하지 않던 화장을 곱게 하고 역시 최대한 제 몸의 약점을 가려주는 옷을 고르고 골라 차려 입고 나갔습니다. (가린다고 가려질 리는 없겠지만 말이죠. 끄응-)

"너네 언제 결혼해?"
"남자친구랑 사귄 지 얼마나 됐지?"
"오늘도 우리랑 헤어지고 나면 남자친구 만나러 가겠네?"

그렇게 친구들과 한참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니 문득, 남자친구에게 오랜만에 지금의 이 예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럴 만도 한 것이 연애 기간이 길어지면서 남자친구 앞에서 이렇게 화장을 정성스럽게 하고, 옷을 갖춰 입고 데이트 해 본 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더군요. 회사 일이 끝난 후, 질끈 묶은 머리와 화장이 거의 다 지워진 모습 혹은 과감한 쌩얼로 데이트 하는 시간이 많았으니 말이죠. 연애 초기엔 이런 모습을 남자친구에게 보여 주게 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었는데 말입니다.

'그래. 오랜만에 이렇게 예쁘게 꾸몄는데 남자친구를 만나야지!' 라는 생각이 들어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남자친구에게 싱글거리며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 이제 친구들이랑 헤어졌어. 중간에서 만나자!"

그렇게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 후, 남자친구보다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한 후, 화장실로 냉큼 들어가 화장이 예쁘게 되었는지 다시 한번 더 확인하고 옷 매무새를 확인했습니다. 남자친구를 만나면 남자친구가 "평소에도 예쁘지만, 오늘따라 더 예쁘다!" 라는 말을 해 줄 것이라는 묘한 기대감에 들 떠서는 남자친구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제가 기대한 그 말 한마디 해주면 뽀뽀 백 번이라도 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마음으로 말이죠.

"오빠, 오빠, 오늘 나 예쁘지?" (예쁘다고 말해줘!)

오랫동안 이런 예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터라, 분명, 감탄사를 연발하며 예쁘다고 해줄 것이라 기대했던 저의 기대와는 달리…

"응. 예뻐. 근데, 너, 왜 평소에 나 만날 때는 이렇게 안 꾸며?" (어라, 그러고 보니 친구들 만날 때만 꾸미네?)

헉! 뭔가 뒤통수 한 대 맞은 기분. 제가 기대했던 "평소에도 예쁘지만, 오늘따라 더 예쁘다!"라는 말과는 전혀 다른 기막힌 반전인 거죠.

"뭐야. 그럼 평소엔 안 꾸며서 싫구나?"

냉큼 어떻게 해서든 분위기를 제 쪽으로 유리하게 유도하려 했지만, 너무나도 억지스러우면서도 유치한 저의 말에 제 스스로도 민망하더군요.

"아니야. 아니야. 그건 아니지. 안 꾸며도 예뻐."

삐친 척 하며 토라지는 제 모습을 보고(삐친 척 하는 연기는 대상감입니다) 그제서야 안 꾸며도 예쁘다고 말하는 남자친구가 그리 얄미울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진작 그렇게 말해주면 얼마나 좋아?'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문득, 연애 기간이 결코 짧지 않은 만큼 너무 편하다 보니 정말 너무 편한 모습만 보여준 게 아닌가 싶더군요.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남자친구의 말대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거나 다른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그렇게 신경을 쓰면서 왜 내가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남자친구에게는 예쁜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기간 연애를 하다 보니 이 편안함과 익숙함이 너무 좋은 나머지 긴장감을 놓치기 쉽습니다. 새삼 남자친구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니 처음엔 '뭐야!'(발끈) 라고 생각했는데 긴장감을 놓고 편하게 행동한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되네요. 장기간 연애의 편안함도 좋지만 첫 데이트 당시의 설레임도 무척 좋았으니 말이죠. 초심 잃지 말기! 이 문구가 연애에 있어서도 예외없이 적용되는 듯 하네요.

+ 덧) 내심 벼르고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면 언젠간... 나도 외쳐야지... "왜 평소에 나 만날 때는 이렇게 멋있게 안하고 와?" -_-;;; 라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