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어도 돈 많은 남자라면 OK?

너무 현실을 모르시는 듯 합니다. 아직도 연애감정으로 사네요. 너무 이상적인 연애관(결혼관)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결혼은 현실입니다.

저의 연애관에 대해, 그리고 연애 5년차 남자친구와의 사랑의 감정에 대해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는 한 분의 댓글(2년간 남친을 지인에게 소개하지 않은 이유
)이 계기가 되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쩝. 제가 그리고 있는 제 블로그의 성격은 그저 마냥 행복하고 가벼운 블로그이길 바라는데 제가 지극히 사적인 글을 쓸 때마다 제 블로그가 무거워 지는 것만 같아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계속 망설이고 있습니다. 쓸까- 말까- (아, 쓰고나니 스크롤 압박!)

지극히 사적인 글이니, 오늘 글은 읽지 말고 가볍게 패스하셔도 됩니다. :)

사람마다 형성되는 연애관(결혼관)은 각자 자라온 환경이나 주위의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땐, '너 너무 현실을 모르는구나' 라고 할 지 모르지만, 저를 가까이에서 본 사람들은 저의 단점이자 장점은 '어린 나이에 너무 일찍 현실을 깨달은게 탈' 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돈, 돈, 돈! 그놈의 돈, 막상 만져 보니 

부모님이 이혼 하신 후, 법정의 판결에 따라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가게 된 곳은 으리으리한 한 저택. 눈 앞에 펼쳐진 으리으리한 광경에 "드라마에서나 보던 그런 곳이네-" 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당시 사업을 하고 계시던 아버지. 그리고 제가 친 어머니를 두고 어쩔 수 없이 강요에 의해 불러야 했던 또 다른 어머니인 새 어머니가 살고 계시던 집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아버지의 사업을 옆에서 새 어머니가 자금을 대주며 사업이 보다 더 커 나갈 수 있게 도와준 것이더군요.

가정을 파탄나게 한 여자라며 욕하고 손가락질 하던 여자가 눈 앞에 서 있는데도 솔직히 그 순간,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눈 앞에 펼쳐진 그 부에 눈이 멀어, (정작 그 '부'는 내 것이 아님에도) 으리으리한 집과 내 방, 새 책상, 새 침대, 새 옷, 냉장고를 열면 가득 들어차 있는 맛있는 음식들. 그 멋진 광경에 눈이 멀었습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다 새 것이었습니다. (새 어머니까지 말이죠)

친구들을 만날 때면, 매번 새 옷을 입고, 명품 가방을 들고 (당시 학생이었음에도) 이리 저리 그럴싸하게 자랑이라도 하듯 허세를 부리던 철없는 사춘기 소녀였습니다. 완전 된장녀!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밀듯이 밀려오는 '허무함'과 '외로움'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당장 밖으로 나서기만 해도 '사장님 따님' 이라며 어린 저를 높여 주는 어른들과 그럴싸한 겉멋에 든 저의 모습을 보고 '예쁘다' 라고 이야기 해주는 친구들을 봐도 제게 필요한 건 '사랑'이었고 따뜻한 한 마디 건네줄 수 있는 '어머니'가 필요했습니다.

친구들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 하다가도 "오늘 부모님 결혼기념일이어서 일찍 가야 돼. 선물 사러 가야 되거든." 친구의 이 말 하나에 남몰래 뒤돌아 엉엉 울기도 했습니다. 단 한번도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챙겨 드린 적이 없기 때문이죠. 결혼기념일을 챙겨 드릴 수 있을 만큼 자랐을 땐 이미 두 사람은 남남이 되어 있었으니 말입니다.  

새 어머니와 아버지 몰래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아버지의 직장에 근무하고 계시는 분들 눈에 그 광경을 들켜 태어나서 처음으로 새 어머니에게 뺨을 여러 번 맞아 보았고 나름 또 아버지를 위한답시고 뺨 맞은 이야기도 혼자 삭히고 아버지에게는 이야기를 못드렸습니다. 아버지가 힘들어 하실 것 같아서 말이죠. 그 후로는 어머니를 만나는지 만나지 않는지 감시하기 위해 새 어머니가 사람을 따로 붙여 감시하고 있었기에 쉽게 어머니를 만날 수 없어 하루하루 울기 바빴고, 하루하루 그에 따른 짜증만 쌓여갔습니다. 심지어 꿈에서 새 어머니의 심장을 도려내는 악몽까지 꿨습니다. 얼마나 증오 했으면 그랬을까요.
제 성격 마저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성격으로 바뀌는 듯 하더군요. 결국 돈 외에는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러운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래. 너희가 정 가겠다면 가라. 대신, 학비, 생활비 일체 대주지 않을 테니 너희들이 알아서 결정해라."
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던 아버지와 새어머니의 모습을 뒤로 하고 어린 여동생의 손을 이끌고 당시 홀로 힘들게 살고 계신 어머니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동생과 저의 신념은 확고했습니다. '너희가 그토록 내세우는 돈, 몇 백억을 가져다 줘봐라. 지금 우리 둘을 막을 수 있을지. 두고봐. 너네보다 훨씬 더 성공한 인물이 되어 돌아올테니.'

결혼 하신 분들이 제게 조언하시길, 연애를 하며 바람을 여러 번 피웠다고 하여 결혼을 하고 나서도 바람을 피울 거라는 생각도 오산이며 연애를 하며 바람을 한번도 피우지 않았다고 하여 결혼을 하고 나서 바람을 피우지 않는 것도 아니라며
결국, 결혼해서 잘 살 사람은 어차피 잘 살고, 결혼해서 아닌 사람은 아니니 이왕이면 돈 많은 남자를 만나라- (혹여 이혼하더라도 위자료를 두둑하게 챙길 수 있는) 라는 이야기인데 전 이미 어린 나이에 그 놈의 돈 맛을 진작 맛 봤고, 맛보니 별 것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돈 보다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의 사랑 없는 돈 많은 남자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돈 많은 남자를 만나도 그 돈은 내 돈이 아니다

분명 돈은 중요합니다.
우연히 사랑에 빠진 남자가, 조건이 좋고 돈이 많은 남자더라! 거기다 아주 성격 좋은 남자다! 그럼 고민할 필요가 없죠. 알콩달콩 좋은 감정으로 연애를 하고 결혼으로까지 이어져 멋진 결혼생활을 이어가려는 노력만 하면 되니 말입니다. 

하지만, 사랑이 없는 상태에서 왜 굳이 돈 많은 남자를 만나라고 하는지, 그리고 왜 돈 많은 남자를 만나려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더군요. 결혼은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경험으로 제가 내린 결론은 당장 현재를 보고 판단하는 '돈 많은 남자'가 아니라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보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성실한 남자'라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일순간 돈 많은 남자였을지 모르지만, 사업 실패 후 아버지에게 남은 건 새어머니도 아닌(뜻밖의 사고로 생사를 달리 했으니) '처자식을 두고 바람 핀 남자'라는 타이틀만 덩그러니 남겨졌습니다.

첫 사업 실패 당시, 다른 여자를 만나 그 스트레스를 풀 궁리를 하지 말고 당장 먹여 살려야 할 처자식을 위해 힘들더라도 공사판에 나가거나 택시나 버스 운전기사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책임감과 성실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절대! 그런 최악의 선택은 하지 않았겠죠.

성인이 되어 아버지와 간간히 연락하며 안부를 묻곤 합니다. 이전과는 달리 축 쳐진 어깨가 무척이나 안쓰럽기만 합니다. 자식된 도리로서 가까이에서 챙겨드리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새 어머니와 함께 살던 당시엔 어머니가 그렇게 안타깝기만 했는데, 이제는 상황이 역전되어 버렸네요.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 없다가도 있는 것이 정답인 듯 합니다.


+ 덧) 난 찢어지게 가난한데다 돈 벌 방법도 모르겠고, 난 그만한 능력도 없고 그래도 명품 가방과 호화로운 생활에 눈이 멀어서 사랑이 없더라도 돈 많은 남자를 만나는게 나의 살 길이다- 나의 생사가 달린 길이다- 라고 말씀하신다면 돈 많은 남자 만나시길 강추합니다.
-_,-


남자친구가 건네준 급여명세서를 보고 엉엉 운 사연

남자친구와 전 한 살 터울입니다. 4년 째 연애를 이어가고 있는 사이이기도 하죠. '우린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아는 것 같아' '말하지 않아도 통해' 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미소 짓기도 하는 여전히 처음의 두근거림을 간직하며 애틋한 마음으로 서로를 만나고 있습니다.

오늘 남자친구를 만나 저녁을 함께 먹다가 울음이 터져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다름 아닌,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죠. 전 남자친구보다 먼저 졸업을 하고 사회생활 5년 차로 자리매김을 한 상태이고, 남자친구는 지난 해 졸업하여 올해 취직하여 이제 막 자리매김하다 보니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속앓이를 많이 했었나 봅니다.

저야 "괜찮아. 더 좋은 직장을 얻으려고 조금 시간이 걸리는 걸 거야." 라며 심심한 위로를 건네 보았지만 한 남자로서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상하고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힘이 들었겠죠.

저 또한 구직 활동을 해 보았기에 본인에게 꼭 맞는 직업을 구하는 것도, 직장을 구하는 것도 힘들고 특히나 요즘 같이 취업난이 심한 때에는 그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만으로도 버거움을 느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힘든 시기를 이겨 내며 취직한 남자친구는 그간의 힘들었던 마음을 오늘 털어놓더군요.

"솔직히 나 오늘 너한테 상담하려고."
"뭘?"
"나 오늘 급여명세서 가져 왔다."

UAE Emarati emarat امارات اماراتي
UAE Emarati emarat امارات اماراتي by Bu_Sa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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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직장생활을 한 남자친구가 힘들게 입을 열더군요.
아직 수습기간이 끝나지 않아 80% 가량 밖에 수령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래도 함께 할 동반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함께 이야기 나누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말이죠.

앞으로 한 달 월급 중 본인은 어느 정도를 사용할 예정이고, 그 나머지 중 일부 액수를 적금을 넣으려고 하는데 그 금액의 비중에 대해 저의 의견이 궁금했나 봅니다. 꼬깃꼬깃 접어 온 급여 명세서를 펼치며 2년 후 목표금액과 함께 자기계발에 좀 더 힘쓰겠다는 이야기를 해 주더군요.

"많이 부족해서 미안해. 지금은 부족하지만 더 노력해서 부족함 없는 남자친구가 되도록 할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울컥했습니다. 학생의 신분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여자친구를 두고 주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들어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 텐데 그 때도 매번 내색 한번 없이, 말없이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주던 남자친구. 그리곤 이제 취직하여 자리를 잡고선 앞으로의 계획을 함께 세워 나가고 싶다고 이야기 하는 남자친구가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남자친구는 외동아들인데다 집안의 가장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지라 어깨가 무겁고, 저 또한 마찬가지인 상황이라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힘들게 달려온 남자친구의 모습이 마치 저의 모습을 보는 듯 하여 계속 울고 또 울었습니다.

회사 선배 언니들을 통해 "연애는 상관없지만 결혼은 돈 많은 남자와 해야 된다." 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결혼해서 살아 보니 왜 돈, 돈, 돈, 하는 지 알겠더라" 라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물론, 노골적으로 "정대리, 남자친구는 취직했나? 그럼 신입사원인가? 오늘 저녁은 김밥천국?" 이라며 비꼬듯 이야기를 하던 남자 상사분도 있었고 "너가 결혼을 해 봐야 정신을 차리지." 라고 따끔하게 이야기 하던 선배 언니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돈이 중요한가?' '결혼은 역시 연애와 다른가보다' 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는데 이런 저런 구체적인 계획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해 주면서도 미안해 하는 남자친구를 마주하고 있노라니 잠시나마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던 저의 모습이 너무나도 미워 지더군요.

그깟 돈이 뭐길래…
+ 그렇게 돈, 돈, 돈, 하는데 얼마만큼의 돈이 있어야 만족 할 수 있는걸까요?

급여명세서를 보여 주며 이런 저런 구체적인 계획을 끄적이는 남자친구를 보니 기쁜 마음과 함께 왠지 모를 속상함과 미안함이 솟구쳐 엉엉 울어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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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781 by toughkidcst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너무 주위의 시선에 신경을 쓴 나머지 정작 제가 중요시 여겨야 할 것 마저도 흔들 거리게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위의 시선이나 어떠한 말보다 저를 믿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믿는게 우선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아직 모르겠습니다. 결혼을 위한 조건이라는게... 정말 있는건지... 
하지만, 지금 남자친구를 사랑하고 오래도록 이 사랑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 하나 만큼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