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우측보행 전면시행 한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야, 우측 통행 안보여? 야, 넌 눈이 없냐? 비켜!"

퇴근길, 지하철역 계단에서 "우측 통행!"을 반복적으로 큰소리로 외치며 사람을 밀치고 계단을 올라가던 한 중년의 남성. 앞에서 '우측통행'을 외치며 큰 소리 치시니 그 남성분을 뒤따라 가는 제 입장에선 참 편하긴 하더군요. 사람과 부딪힐 일이 없으니 말이죠. 이런 걸 두고 '무임승차'라고 하나요. 하하.  

퇴근길 지하철 환승 구간은 많은 사람들로 인해 상당히 번잡합니다.

특히, 지하철이 막 도착한 직후엔 많은 인파가 내리기 때문에 지하철 계단에서 아무리 우측통행을 한다고 한들 계단의 3/4 이상은 지하철에서 내린 사람들이 장악을 해 버립니다. 반대로 지하철을 타기 위해 올라가는 사람들은 1/4 정도의 공간만 겨우 확보하고 위태롭게 올라가게 되죠. 

우측 통행을 지키며 올라가던 아저씨가 지하철에서 내려 우르르 내려오는 사람들로 인해 이리저리 부딪히다 보니 상당히 신경이 예민해졌던 모양입니다.

"우측통행! 우측통행!"

우측통행을 다시 크게 외치며 사람들을 밀쳐냈는데,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분이 그의 손에 밀려 넘어지면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습니다. 정장 치마를 입고 있었던 데다 높은 하이힐을 신고 있어 중심잡기가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넘어진 여성분은 그 분 나름대로 위험한 상황이었던 터라 순간적으로 다소 욕설처럼 들리는 말을 내뱉었습니다. '아이'로 시작해 '씨'로 끝났습니다. (...응?) 순간적으로 너무 위험한 상황이다 보니 나온 말이라 생각되어집니다.

어쨌건, 그 말을 들은 남자분은 또 큰 소리로 여성분에게 화를 내더군요.

"뭘 잘했다고 노려봐? 우측통행 몰라? 네가 제대로 안 지켜서 부딪힌거잖아. 눈 똑바로 뜨고 다녀."

우측통행을 준수하는 것이 맞지만, 갑자기 지하철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내려오다 보니 그 여자분도 휩쓸려 내려온 것 같기도 한데 참 씁쓸하더군요.

자신의 행동이 옳고 정당한 것을 주장하는 것과 그것을 주장하기 위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사람을 때리고서 "너가 제대로 행동했더라면 맞지 않았을 것 아니냐. 그러길래 왜 규율을 잘 지키지 않았냐. 너가 잘못해서 맞은 거다." 라고 합리화 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요?

환승역이었던터라 한쪽 통행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인파가 굉장히 많이 몰려 있던 상황, 많은 사람에게 휩쓸려 내려가는 상황 속에서 굳이 우측통행의 규율을 내세워 사람을 밀쳐내고 소리질렀어야만 했는지 왠지 모르게 씁쓸해졌습니다. 그 때 밀쳐진 여성분이 아닌, 그 뒤를 따라 내려가시던 할머니가 밀쳐졌다면 정말 더 큰 일이 벌어졌겠구나- 싶기도 하고요.

위의 사건은 꽤 오래전 목격한 경험담입니다만, 어제도 3호선 지하철 역에서 환승 구간에서 몇몇 분들이 "야, 우측통행으로 바뀐 거 몰라?!" 라고 소리치시며 막대기로 사람들을 툭툭 치시며 지나가시더군요. 

우측보행문화는 국제관행이나 보행편의를 위해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제는 좌측통행 안한다고 소리치더니 -.-)

우측통행의 가장 큰 기본 전제는 분명 '보행자 안전'일텐데 '우측통행'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붐비는 계단에서 서로 밀쳐내고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하나 같이 그 이유는 '너 왜 나 치고 가냐' 혹은 '넌 눈이 안보이냐. 우측 통행 몰라?'와 같은 이유더군요. 고의로 툭툭 밀치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관습에 따른 좌측통행자 혹은 어쩔 수 없이 인파에 밀려 좌측통행을 하게 된 사람들과 우측통행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     

우측통행이 시행된지 이제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네요. 우측통행의 홍보 부족이 그 이유일까요. 우측통행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도 지키지 않아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걸까요. 아니면 아직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더 팽배하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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