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사이 다툼, 알고보면 서로 고마워해야 할 일?

연애초기 지독하게 자주 싸우던 우리 커플.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게 되면서 언제 그렇게 다퉜냐는 듯 싸울 일이 확연히 줄어들더군요. 그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인지라 말다툼을 하곤 하는데, 실상 그 말다툼의 시발점을 들여다 보면 오히려 싸울 일이 아니라 서로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상황이 있습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남자친구의 입장과 제 입장으로 나눠 할까 합니다. ^^  

남자친구가 내게 화가 난 이유 – 막차를 놓친 여자친구의 투정 때문에?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수다를 떨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밤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 지하철 막차 시간을 확인 후 냉큼 올라탄 지하철. 하지만!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지 못하고 지하철에서 잠들어 버렸습니다. -_-; (하아... 이런 잠탱이 같으니라고...)

내려야 할 지하철역에서 한참 지나친 후에야 내렸는데 다시 돌아가는 지하철을 타려고 하니 주말이라 막차도 끊긴 상태더군요.

"친구들 잘 만났어? 어디야? 집이야?"
"아, 여기. 여기가 어디냐면. 내가 깜빡 졸아서."
"또 지나친 거야? 지금 지하철 있어? 주위에 버스 정류소는?"
"버스 정류소가 안보이네. 진짜 산골처럼 그래. 여기가 어디지. 이상하네."
"잘 찾아봐. 안보여? 택시는?"
"아, 암튼, 택시타고 갈테니까 얼른 자. 오빠 내일 출근해야지."

나름 다음날 출근하는 남자친구를 배려한다는 생각에 택시 타고 갈거라는 말과 잘 자라는 인사를 황급히 건넨 후,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후, 남자친구가 제게 전화를 여러 번 걸었지만 저는 이미 핸드폰을 가방에 넣은 후였던터라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오는 줄도 몰랐죠. 나름 남자친구를 위한 배려라 생각하고 행한 제 행동이 남자친구를 오히려 더 안절부절, 걱정만 가득 안겨준 셈이었죠.

그 일이 있은 후, 다음날, 만났을 때 남자친구가 예전 네가 이야기 하던 그 기분을 내가 느낀 것 같다 인상적인 말을 하더군요.  

"예전 공연장에서 내가 지갑 잃어버렸을 때, 네가 느꼈던 그 기분을 똑같이 내가 느끼고 있는 것 같아!"
"아~ 그래? 그렇게 말하니까 확 와 닿네. 미안! 진짜 미안!" 

내가 남자친구에게 화가 난 이유 – 밖에서 오래 기다리게 했기 때문에?

남자친구와 함께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 비가 억수 같이 내리고 천둥에 번개까지 치던 터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거기다 우산 하나에 의존해 걷고 있었으니 말이죠. 그 와중에 남자친구의 한 마디는 더욱 경황 없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아! 아무래도 나 공연장에서 지갑 잃어 버린 것 같아! 잠깐. 여기 지하철역에서 기다려! 내가 뛰어 갔다 올게!"
"아, 응? 어!"

날도 어둑어둑한데다 비까지 오고, 공연이 늦게 끝나 밤 늦은 시각. 공연장에서 지하철역까지 도보로 1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 지갑이 없어진 것을 알고 놀란 마음에 황급히 뒤돌아 뛰어가는 남자친구.

나보다 훨씬 덩치도 크고 다 큰 사내 녀석(응?)이 지갑 찾으러 뛰어간다는데 왜 그리 걱정이 되는 건지 말이죠. 10분 정도 지났을까요. 지갑을 찾은 건지, 아직 지갑을 못 찾은 건지, 공연장으로 가다가 중간에 사고라도 난 건지, 전화를 해도 왜 전화를 받지 않는 건지. 이런 저런 생각에 걱정이 되어 발을 동동 굴리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한참 뒤, 저 멀리서 터벅이며 걸어오는 남자친구가 보이자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뾰루퉁한 표정으로 남자친구를 맞이하니, 곧이어 내뱉는 남자친구의 사과의 말.

"미안. 비도 오는데 혼자 오래 기다리게 해서. 순간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니까 정신이 없더라구. 같이 가면 좋긴 한데, 네가 구두도 신고 있으니까 너 다리도 아플 테고, 내가 혼자 재빨리 다녀오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난 오빠가 날 기다리게 해서 화난 거 아닌데."

비가 오는데, 혼자 오래 기다리게 해서 화가 났다고 생각하는 남자친구.

"그럼 왜? 기다리게 해서 화가 난 거 아니야?"
"왜 전화 안받았어?"
"뛰어갔잖아. 정말 정신 없이 뛰어가서 숨 좀 돌리고 바로 전화하려고 했어. 너무 숨이 가빠서…"
"아무리 그래도 지갑을 찾았으면 바로 연락을 줬어야지! 난 계속 걱정했잖아! 비도 오고 어두운데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고 지갑을 아직 못 찾은 건지, 아님 공연장으로 황급히 뛰어가다가 사고라도 난 건지! 내가 얼마나 걱정 했는지 알아?"

순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며 속에 품고 있던 걱정과 불안감이 빵 터졌습니다. 남자친구 입장에선 비가 추적추적 오는데 여자친구를 계속 밖에서 세워 놓아 제가 화가 났다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전 남자친구가 걱정되는 마음 하나 때문에 썩어가는 속을 달래느라 애 쓰고 있었는데 말이죠.

남자친구 속마음 – "비, 천둥, 번개에 최악의 날씨구나. 우산도 하나뿐 인데. 구두까지 신은 여자친구에게 다시 같이 가자고 말하는 것보다야 나 혼자 지갑 찾으러 빨리 다녀오는 게 낫지. 여자친구 혼자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 빨리 혼자 다녀와야겠다!"

여자친구 속마음 – "비도 오는데 그냥 천천히 같이 걸어 갔다 와도 될 텐데. 우산도 없이 뛰어갔다가 감기 걸리면 어쩌려구? 아, 그나저나 왜 연락이 없지? 지갑은 찾은 걸까? 어두워서 앞도 제대로 안보이네. 왜 전화를 안받아?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지?"

제가 남자친구에게 화가 난 이유가 비 오는 날 밖에서 오래 기다리게 해서 화가 난 게 아니라 연락이 없는 남자친구 때문에 걱정이 된 것이 이유인 것 처럼, 남자친구 또한 제게 화가 난 이유는 자신이 다음날 출근을 위해 일찍 자야 되는데 여자친구 때문에 늦게 잠을 자야 해서가 아닌 여자친구인 절 향한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여자친구 속마음 – "난 내일 출근하지 않지만, 오빤 내일 출근하니까 일찍 자라고 해야지. 아, 괜히 지하철에서 깜빡 조는 바람에 버스도 없고. 택시 타고 가네."

남자친구 속마음 – "막차 놓쳐서 어떻게 가려는 거지? 길치면서 길 또 헤매면 어떡해. 시각도 늦었는데. 아, 그나저나 왜 연락이 없는 거야. 택시 탄다고 하더니 잘 도착한건가? 요즘 사건사고도 많아서 위험한데. 왜 전화를 안받지?"

상대가 별 것 아닌 것에 화를 내고 있다는 생각에 '왜 그깟 일로 화를 내냐'고 추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속내를 보면 상대는 진심으로 연인을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 위와 같은 유사한 상황이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남자친구가 이러한 일로 화를 내도 저를 향한 걱정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것을 알고 난 이후로는 고마운 마음과 함께 실실 웃게 되더군요. "에구, 그래쪄요? 미안해요. 앞으로 조심할게요." 라며 말이죠.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시작된 싸움이 되는 것이 아닌,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배려와 걱정으로 시발된 다툼이라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열번이고, 백번이고 먼저 용서를 구하고 사과해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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